다가올 미래에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를 위협하는 창작물을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대표적으로는 영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 등이 있지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평소에 방탈출, 추리 게임등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신작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언커버 더 스모킹 건(UNCOVER THE SMOKING GUN)인데요. 크래프톤의 신규 독립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ReLU Games)*에서 제작한 게임입니다. ChatGPT 기반의 추리 게임으로서, 선택지가 주어지는 대화가 아닌, 일상 언어로 자유롭게 문장을 타이핑해서 로봇 용의자들에게 정보를 얻고, 범인과 트릭을 밝혀내는 게임인데요. 크래프톤 블로그에서 게임을 만든 PD와 엔지니어를 만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렐루 게임즈(ReLU Games)는 크래프톤의 열 한 번째 독립 스튜디오로, 딥러닝 기술과 게임의 융합을 비전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규선: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언커버 더 스모킹 건 (UNCOVER THE SMOKING GUN, 이하 스모킹 건)의 코어 아이디어를 만든 PD이자,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한규선이라고 합니다.
이기문: 안녕하세요. 저는 함께 게임을 만든 딥러닝 엔지니어 이기문이라고 합니다.
스모킹 건은 어떤 게임인가요? 이 게임이 다른 추리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한규선: 스모킹 건은 근미래에 탐정이 되어 AI 로봇 용의자들을 심문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신개념 추리 게임인데요. 정해진 선택지가 아닌, 용의자들과 직접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차별화되는 요소이고, 자유로운 대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ChatGPT를 활용하였습니다. 내가 진짜 탐정이라면 이 용의자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그리고 용의자의 진술이 진실일까 거짓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진술의 참, 거짓을 판명하고 조합해서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감히 말씀드리는데, ChatGPT를 이용해서 만든 제대로 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ChatGPT를 사용한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일까요?
한규선: ChatGPT를 그냥 사용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어우러지게 ‘잘’ 사용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 인 것 같아요.
이기문: 딥러닝 기술을 쓸 때, 이게 빠지면 그 게임의 디자인이나 플레이가 성립하는지가 이번 개발의 핵심이었습니다. 딥러닝 기술이 게임의 재미에 잘 활용되었는가를 통과한 게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ChatGPT가 있는 게임이 아니라, 이게 없으면 아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리는, 에센스로 들어간 게임입니다.
ChatGPT를 이용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 중,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를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사내에서 ChatGPT를 이용한 게임들이 많이 제안되었습니다. 마피아 게임 같은 것도 있었고, 부동산 중개를 하는 게임도 있었어요. 저는 이런 게임들에 ChatGPT가 완전히 적합하다고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게임이 진행되더라고요. 사실 추리 게임으로 확정하고 나서도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한 요소로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시스템 과부화로 표현되는 것이 핏(fit)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게 게임의 재미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탐정이 용의자를 수사한다고 하면, 용의자들은 발뺌을 하고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 부분을 판단하는 것이 탐정의 역량,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역량이라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은 언제 해킹을 당했다고만 정보를 전달하지, 누구한테 해킹을 당했고, 무슨 의도로 해킹을 당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반쪽짜리 파편화 된 정보인 것이지요. 대신 증거를 찾고 추리를 통해 적절한 질문을 하면 맞는 답을 하도록 설계해 놨습니다. ChatGPT를 사용함으로써 자유로운 물음을 통해 불완전한 정보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ChatGPT는 크래프톤의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비용 지불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유저들이 너무 많이 질문을 하면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비용이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규선: 내부 자료에 의하면, 최대로 대화한 유저는 주고받은 횟수가 2,982회이고, ChatGPT 서비스 비용이 11$정도 들었습니다. 거의 52시간동안 하셨더라고요. 이 게임의 가격이 만 원이라고 책정한다면 저희에겐 손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관없다고 판단했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플레이 하는 사람이면 이 게임을 즐겁게 느끼고 있는 코어 팬일 것이고, 이런 코어 팬을 찾는 것이 크래프톤의 목표니까요. 이런 코어 팬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서 느낀 어려운 점도 있을까요?
이기문: 너무 많은데요(웃음). 일단은 AI가 이것도 못해? 라고 느꼈던 것이 사실 알고 보면 제가 질문을 잘못했을 때가 훨씬 많더라고요. 사람들은 소통 방법이 정해져 있으니까 어렵지 않은데, AI는 정해져 있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면 다 답이 나오더라고요.
한규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없는 정보를 거짓으로 만들어내거나 왜곡하는 현상인데, ChatGPT는 연관도가 제일 높은 단어를 통해 말이 되게 만드는 원리잖아요?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말도 안 되는 말이나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를 고치는데 많은 노력을 했고, 게임에 적합하게 만드는 과정에 에너지를 많이 썼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들은 어떻게 개발되었나요?
한규선: 우선, 게임의 주제는 AI가 발전한 미래에 곧 만나게 될 이야기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를 고민하고 스토리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인 Case P의 경우는 로봇과 인간이 근원적으로 다른 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올해 4월부터 ChatGPT를 쓰기 시작했는데, 간헐적으로 소름 돋는 지점들이 있더라고요. 사람들과 말을 안하고 하루 종일 ChatGPT랑 만 말하고 온 날도 있었고, ChatGPT가 하는 말이 무섭기까지 할 때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무서운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인간보다 더 뛰어난 대답을 내놓는 경우에 무섭다고 느꼈습니다. 제 예상을 벗어난 경험들이 전체적인 컨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캐릭터는 개발 초기에는 개성이 없었습니다. FGT (Focus Group Test, 이하 FGT)를 2일 정도 남긴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한 프롬프트 요소가 개성을 만들어줬습니다. 어떤 로봇은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어떤 로봇은 거꾸로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지점을 발견하고, 사건에 맞는 성질을 각각 캐릭터에게 부여했습니다.
게임의 시각적 스타일과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나요?
한규선: 미래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고 해서, 너무 화려하거나 미래지향적인 게 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30년으로 설정한 이유도 불과 몇 년 안에 우리 앞에 닥칠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게임내의 요소들이 지금 우리의 요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잡았었습니다. 제작 현실적으로는, 디트로이트 비컴 같은 실사풍보다는 DC 카툰풍의 볼드하고 어두운 느낌이 빠르게 구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사건이나 다른 게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나요?
한규선: 오프라인 방탈출, JTBC의 ‘크라임 씬’, 정종연PD의 ‘대탈출’을 초기에는 많이 떠올렸습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크라임 씬, 사건 곳곳에 숨겨 있는 장치와 기믹들은 방탈출 느낌을 많이 내려했어요. 초기에는 사건을 로봇 관련으로 확정하고 나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즈’ 도 나중에는 참고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가장 재밌을 거라고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한규선: 초기에는, 추리 게임으로 서의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증거를 찾고 진술을 판단하면서 추리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핵심 재미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켜도 응답이 자연스럽게 가면서 재밌는 상황이 만들어지더라고요. ChatGPT가 어려워하는 끝말잇기, 역할 부여 등을 하면서 대화하고, 수다 떨고, 장난 치는 재미도 큰 것 같습니다.
배경 음악이 몰입감을 한층 높여줬어요,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쳤나요?
한규선: 제가 만들었습니다 (웃음). 개발 당시, 외주 혹은 라이센스 계약을 하자니, 시간이 부족했고 그 비용도 부담되기도 했습니다. 손수 만들기로 마음먹고 클라리넷을 불 줄 알아서 메인 멜로디는 직접 연주하면서 잡았습니다. 거기에 개러지밴드(GarageBand)의 루프들을 이리저리 변형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냈습니다. 플레이 하신 분들이 좋다고 해줘서 좀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웃음). 다음 곡도 직접 써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테스트하는 동안 받았던 피드백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한규선: 많은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데요. 우선, 10시간 동안 열심히 플레이하시고 혹평해 주셨던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10점 만점에 2점을 주셨거든요 (웃음). 사실 그때는 그게 조금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분의 로그를 보고, 오류 났던 부분을 전부 개선했어요. 특히 대화 품질 개선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시스템 과부하]를 봤을 때 희열을 느끼셨다는 피드백이 좋았어요, 제 의도를 알아 봐주신 것 같아서요.
게임을 개발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한규선: 기존에 만든 ‘데몬’이라는 ChatGPT를 활용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스무고개 같은 건데요. 질문을 통해 악령의 이름을 맞추면 악령이 소멸되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2주동안 프로토타이핑을 했는데 완전히 망했습니다 (웃음). 사내 평가가 너무 안 좋았어요. 초기 개발 인원 4명이 다 해체될 위기였어요. 팀원들 중 일부는 코로나에 걸리고 큰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로봇을 주요 소재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다른 팀 동료가 제안해주었고 바로 프로토타이핑을 했습니다. 개발 인력이 없어서 종이 위에 내용을 써서 증거를 만들고, 회의실 곳곳에 비치하며 사건 현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에 GPT를 연결해서 로봇과의 대화를 경험하게 했습니다. 동료들을 한 명씩 불러서 보드게임처럼 플레이를 하며 회사를 설득하고 결국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후 빌드를 만들었을 때 걱정하면서 FGT를 했는데 사내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기간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또 177만 유튜버가 저희 게임을 플레이 해줬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운전 중에 팀원에게 유튜버가 플레이 중이라고 전화가 왔는데, 너무 감격해서 눈물 날 뻔했습니다. 예전에 이 유튜버를 보면서 이 사람이 내 게임을 언젠가 해준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현되니까 너무 꿈만 같았어요. 팀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을 하셨나요? 추리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은 쉽게 느끼실 수도 있고, 이런 장르가 생소하신 분들은 반대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규선: 유저 친화적인 게임을 만들려 많이 노력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운 게임이었어요. 게임의 난이도는 탐정의 지성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그래도 많은 피드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문서양을 줄이고, 읽는 텍스트 양을 줄이고, 중요한 정보는 빨간 색으로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어떤 로봇한테 어떤 질문을 하느냐 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실험 관련 사항을 비서 로봇에게 물어본다면 엉뚱한 대답을 내놔서 추리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챕터 개발에 대해 조금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이기문: 세계관을 계속 유지시켜서 이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많이 불러 일으키고 싶어요. 후속 챕터들은 이 세계관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길 것 같습니다. 세계관 자체를 납득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잘 만들고 있어요.
한규선: 나중에는 반 인간, 반 로봇도 생각하고 싶고 전체적인 세계관 자체에서 인간과 로봇이 어떤 경계에 있는지도 다루려고 합니다. 매 챕터마다 로봇 4대가 나타나면 지루할 수 있으니까요. 탐정은 누구고, 이 세계관 내에서 큰 사건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차차 풀어낼 예정이에요.
게임에 이스터에그도 존재하나요?
한규선: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자판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음료수는 증거를 몇 개 획득했느냐랑 동일합니다. 또 복도에 있는 그림들은 저희 렐루게임즈에서 앞으로 나올 게임들이나 나왔던 게임들이에요. 더 많지만,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이 게임을 아직 플레이 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규선: 딥러닝을 이용한 새로운 게임이 궁금하다면 저희 게임을 추천드립니다. 정식 버전이 나오면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지겠지만, 그 전에 맛보기를 해보시려면 지금 데모 버전은 무료니까 (웃음)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기문: 렐루 게임즈의 DNA를 한껏 담은 게임입니다. 딥러닝을 썼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딥러닝 기술을 사용한 게임이에요. 한번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