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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데이터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이번에는 크래프톤의 게임 데이터 분석가 3인을 만났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도출된 결과물을 가지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그럼 이 인터뷰를 정독하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속과 성함, 하시는 일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전정일(이하 전): 게임 데이터 애널리시스 셀의 전정일입니다. 크래프톤에 입사한 지 갓 2년 됐고, 전 회사에서는 웹 서비스 개발을 했어요. 우연히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그 매력에 빠져 크래프톤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윤태호(이하 윤): 저는 데이터 애널리시스 랩의 랩장입니다. 데이터 수집부터 적재, 가공, 분석, 딥러닝까지 전체를 총괄하고 있어요. 제가 여기서 크래프톤 짬은 제일 낮네요. 크래프톤에 들어온 지는 5개월밖에 안 됩니다. 그래도 게임 업계에서 데이터 분석을 한 건 아주 오래됐습니다.

김승원(이하 김): 딥러닝 파트 김승원입니다. AI, 즉 인공지능에 관한 업무를 해요.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AI 기술을 연구하고 실제로 게임에 적용하는 작업을 합니다. 알파고나 알파스타 같은 걸 개발하거나 게임 제작에 필요한 리소스를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는 일이에요.

조직 안에 AI를 담당하는 딥러닝 파트가 같이 있다니 신기해요. 데이터 분석가, 어떤 일을 하나요?

윤: 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어렵고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획자나 사업부도 알 수 없는 것들이 간혹 있죠. 이럴 때, 데이터를 살펴보면 유저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혹은 유저가 좋아하는 부분을 찾아 ‘다음 업데이트 때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솔루션을 제공해요. 쉽게 비유하자면 건강검진에 가깝죠. 건강검진이란 게 사람 몸의 데이터를 정량화해서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판단하기 쉽게 하면서 또 미래를 대비하는 수단이기도 하잖아요. 데이터 분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알고, 분석한 결과를 보고 ‘이건 이렇게 하고, 이건 안 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분석 결과를 취합해서 보내는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전: 게임 프로젝트마다 달라요. 개발이 진행 중인 게임이라면 수시로 모니터링해서 개발팀에 피드백을 줍니다. 운영 중인 게임은 업데이트를 한 뒤에 ‘이번 업데이트는 이런 효과가 있었어요’라는 식으로 유관 부서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게임 데이터 분석 셀 전정일 님

데이터 분석 과정이 궁금합니다.

윤: 데이터 분석 과정은 보통 어떤 분석이 필요한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후 기존 분석 솔루션에서 제공이 가능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정형적인 분석으로 제공이 되며, 반대로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면, 다면적으로 필요한 분석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 내부 데이터나 외부 데이터를 수집하여 결론이 있는 리포트를 작성되며, 요청자에게 필요한 정량적 가치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분석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 또는 최근 딥러닝 기술까지 접목하여, 필요한 분석 결과를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제시해 가고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부터 적재, 가공, 분석, 딥러닝까지 다양한 업무가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적재하는 사람이 분석을 한다거나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전: 데이터를 모으고 적재하고 저장하는 일련의 일을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라고 하고, 정제된 데이터를 가지고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얻어내는 게 데이터 분석가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죠.

요리사를 예로 들어 볼게요. 재료를 구해서 손질하고 요리를 만들고 서빙하는 과정까지 요리사의 일은 어디까지일까요? 각 단계별로 직군이 나뉘어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겠지요.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로 회사나 일의 규모가 크다면 세분화하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할 수 있다면, 그런 역량을 가졌다면 정말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겠죠.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 저희끼리 흔히 하는 농담이 있어요. 데이터 분석하는 일을 멋지게 표현하면 사이언티스트, 공대스럽게 말하면 엔지니어, 그냥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때는 분석가라고 한다고(웃음).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아요.

딥러닝 파트 김승원 님

일반 데이터 분석과 게임 데이터 분석,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윤: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전통적인 데이터 분석은 산업 어디에나 있었어요. 정량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발전 방향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죠. 일반 데이터 분석과 게임 데이터 분석이 다른 점은 두 가지 정도로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째로, 게임 데이터 분석은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매우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온라인에서 고객이 플레이를 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서 사용자 중심의 분석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둘째로, 게임 속 가상 공간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와 같아 매우 복합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속 재화의 흐름을 볼 때는 은행에서 할 법한 데이터 분석의 방법을 취할 때가 있고, 아이템의 경우 쇼핑몰의 상품 구매를 분석할 때와 비슷하게 분석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분석의 접근 방법이 바뀌고, 게임에 따라 다양한 분석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렇게 두가지 정도가 다른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는 다른 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터라고 하면 뭔가 중립적인 느낌인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면서 개인의 사견을 넣기도 하나요?

김: 제 업무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특정한 목표와 의도가 있어야 해요. 내가 원하는 걸 완성하려고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거니까요.

윤: 게임 콘텐츠에 관한 결정이 필요할 때,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불확실한 미래를 좀 더 선명하게 바꾸려면 데이터가 꼭 필요하지요. 중요한 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편입니다.

데이터 분석 랩의 수장, 윤태호 님

세 분 다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전: 태호 님이나 승원 님은 게임 업계에 오래 있었지만, 저는 이전까지 일반 IT 회사에서 일했어요. 게임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서 와이프가 안 좋아하긴 하는데, 새로운 세계인만큼 매력 있는 분야예요. (웃음)

김: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오락실부터 다양한 콘솔, PC게임도 다 즐겼어요. ‘언젠가 게임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봐야지’ 생각했는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네요.

윤: 저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게임과 함께했어요. 생활 곳곳에 게임이 있죠. 플레이 스테이션, 스위치 등 일반 아케이드 게임도 좋아해요. 여행을 가도 근처 오락실로 가서 몇 판씩 할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분석했고 담당한 게임을 사랑했습니다. 일과 중 2시간 가까이 게임을 하고 있어요.

세 분 모두 데이터 분석 일을 하시잖아요. 평소 회사 밖에서도 분석적이고 통찰력 있는 편인가요?

김: 그렇지 못합니다. 맨날 혼나고 깨져요. 일하는 건 기술적인 부분이고, 삶은 또 성격을 따라가는 거라서요(웃음).

윤: 픽션의 인물입니다만 셜록 홈스 같은 사람들이 통찰력 있게 최소의 데이터로 최대의 의사 결정을 내리곤 했어요. 다만 제가 사는 환경은 어머니나 와이프의 권한이 더 크죠. 데이터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따르는 편입니다. 그들의 시각이 저보다 뛰어나기도 하고요.

전: 업무에서의 결정과 가정에서의 결정은 확연히 달라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아내는 틀리지 않는다.” 내비게이션과 아내 말은 잘 들어야 합니다(웃음).

데이터 분석가,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요? 지금 마침 채용도 진행하고 있는데, 인재상이 있다면?

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 롱런하기 좋은 곳입니다. 사실 셜록 홈스 같은 분들이 오면 좋죠(웃음). 데이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문제없을 듯해요. 저희는 다른 직무에 비해 업무 사이클이 빨라요. 적재되는 데이터의 양도 많고요. 고객과도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데이터로 해볼 만한 콘텐츠가 많아요. 배울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고요.

김: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려면 싫어하는 일을 아홉 개 해야 한대요.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게임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인내심, 책임감이 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가에게 정말 필요한 한 가지 요소를 꼽아본다면?

김: 겸손. 그래야 계속 배울 수 있거든요.

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전: 커뮤니케이션 능력. 축구를 할 때도 사인을 주고받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는 잘 싸우는 사람이 좋습니다. 웃으면서 다 넘기는 게 미덕이 아니에요. 싸울 때 잘 싸우고,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게 미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그러고 싶고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기분이나 감에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수많은 유저가 공존하는 게임 세계는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수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 건 불가능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면 그 안에서 최대치의 만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숨은 공로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수많은 노력들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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