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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현실과 현실의 괴리감을 좁히는 디지털게임기술 경영

게임은 누구나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왔습니다. 게임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크래프톤은 게임 본연의 재미와, 게임과 사회 상호간의 영향력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과 함께 게임 문화 연구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생각을 모아 연재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게임문화연구], 아홉 번째 편은 디지털 게임 기술 경영 연구의 필요에 관한 이기헌 교수님의 글입니다.

Get ready for the feel, the real of real. X1.”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의 시작에 배경음악인 밴 헤일런 (Van Halen)의 ‘Jump’와 함께 나오는 이 광고 음성은 디지털 게임 기술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그 지향점은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게임현실의 제공이다.

게임 기술의 지향점이 현실감 증강이라는 점은 게임의 역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게임이란 한 명 이상의 참여자가 규칙과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놀이이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물리적인 도구와 의사소통 수단을 이용하여 같은 시공간 내에서 게임을 진행하였다. 물리적인 도구의 예는 카드, 보드판, 공 등이 있으며, 의사소통 수단의 예는 기호, 문자, 그림, 수신호 등이 있다. 이들이 갖는 시공간 제약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이후 디지털게임에서 극복하게 되었다. 게임을 하는 중에 게임 상태를 저장한 후 원하는 때에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기술과 이를 둘러싼 보조 기술의 발전은 시각, 청각, 촉각의 측면에서 사용자가 게임현실에서 보다 현실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스의 발전은 사용자가 현실과 유사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한다. 또 한 예로, 1981년 출시된 ‘갤러그 (Galaga)’의 우주 전투 상황보다 1998년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StarCraft)’의 우주 전투상황이 보다 현실적이다. 1998년 출시된 포켓몬스터 비디오 게임보다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 AR 게임이 보다 현실적이다.  또한, 모션 인식의 발전은현실과 유사한 촉각적 경험을 하게 한다. 일례로, 1984년 출시된 닌텐도 테니스 게임보다 2007년 출시된 닌텐도 Wii 스포츠의 테니스 게임이 보다 현실적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게임현실에서 현실감 있는 상황 인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최근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앞서 언급한 인지 보조 기술들을 증강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엔비디아 (Nvidia)는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로 구성된 개념검증용 게임을 선보였다. 과거 게임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컴퓨터 그래픽 수준을 향상시켜 선보이는 일도 한 예이다.  또한, 디지털 게임 내의 NPC(Non-Player Character)가 인간이나 동식물과 같이 행동하게 한다. 예를 들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가 개발한 게임인 ‘블랙 앤 화이트 (Black & White)’는 NPC에 강화학습을 적용하여 사용자가 조종하는 환경에 따라 NPC들이 개별적으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하였다. 이렇듯 디지털 게임 기술은 우리가 아날로그 현실에서 느끼는 경험과 디지털 가상현실에서 느끼는 경험의 괴리를 줄여주고 게임에 현실감을 증강시키고 있다. 즉,  첨단 기술은 사용자가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하는 방향으로 디지털게임을 발전시키고 있다.

영화 「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 이미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사람들은 ‘오아시스’라는 첨단 기술 게임을 통해 새로운 가상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임현실을 경험한다. 문제는 이 경험이 현실과 이어지고, 현실과 게임현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영화에서 한 여인이 게임에 몰입한 장면에서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장면은 자신을 애타게 찾는 아이와 부엌에서 불타는 가스 레인지라는 현실, 원격으로 떨어진 게임 플레이어들과 총격을 벌이는 게임현실, 그리고 게임현실에서 총을 맞은 충격을 현실에서 입고 있는 웨어러블을 통해 느끼는 모습과 총을 맞은 후 게임 종료와 함께 다시 현실 상황을 맞이하는 모습을 동시에 묘사한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지만, 그만큼 현실과 게임현실이 연결되어 구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현실은 현실에 존재하는 문화를 담는다. 그리고 게임현실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행동 양식은 기존 문화에 더해진다. 그러므로 기술이 새로운 문화 창조와 기존 문화 확장에 기여하는 지점에 디지털 게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존재하는 현상 자체가 새로운 문화의 발생이라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행동양식이나 산물은 기존 문화에 편입된다. 이처럼 기술은 디지털 게임을 통해 사회의 문화 확장에 기여한다. 점점 더 많은 기술들이 디지털 게임에 집약되고, 이 집약된 기술들을 통해 디지털 게임은 현실감 있는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이런 경험은 현실과 게임현실의 생활양식을 연결시켜 문화 확장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게임 내에서 발생한 ‘신박하다’, ‘즐’과 같은 신조어들이 일상에서 활용되는 일이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게임 기술은 디지털 게임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게임 기술은 게임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게임 기업에게 기회이자 위협이기도 하다. 현실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게임 기술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존적이므로 이질적인 두 가지 영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게임 생산 요소인 디지털 게임 기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게임은 기술집약적 제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이 좋은 디지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더군다나, 오늘날 인공지능, 5G, 클라우드 컴퓨팅, VR/AR 등의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디지털 게임은 신기술의 총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신기술과 이를 둘러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게임 기업은 이전보다 복잡하고 비용이 큰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현실과 같은 게임현실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어떻게 획득하고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는 기술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인공지능 기술 선택 문제가 있을 때, 유관 기술 변화를 파악하고 게임 산업 특성을 분석하며 자사의 조건을 분석하는 일이 선행된다. 이를 기초로 자사와 시장의 상황에 적절한 기술 획득 방식이 직원 교육인지, 관련 인원 채용인지, 관련 기업과의 협업 혹은 인수합병인지를 결정한다. 이 문제에 대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은 인공지능 조직을 신설 및 육성하는 방향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 이 조직에서 발생하는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디에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선택들은 디지털게임의 정체성을 만들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화 확장에 기여한다.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도출할 수 있는 연구 영역이 디지털 게임 기술 경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디지털 게임 기술 경영 연구가 기업으로 하여금 디지털 게임 기술 관련 의사결정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임현실을 구현하며, 우리의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일에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이기헌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융합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 사회와 기술의 관계를 데이터과학으로 규명하고, 사회와 기술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한다. 특히,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의 결과로 도출하는 건설적인 기술 활용 방안을 교육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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