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KRAFTON

개발하는 변리사, 그의 특별한 사연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게임 회사에도 변리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던 사람? 변리사가 뭐 하는 직업인지도 잘 모른다고? 개발자로 일하다가 변리사로 전향해 펍지주식회사(이하 펍지)의 지식재산권을 관리하고 있는 박장민 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속과 성함 부탁드립니다!

펍지 Legal팀 박장민입니다.

Legal팀은 어떤 분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한국 오피스나 미국 오피스 다 변호사님들이 계시고, 변리사는 저 혼자죠.

장민 님이 펍지의 유일한 변리사네요.

그렇죠. 크래프톤 연합 전체에서도 변리사는 저 혼자일 겁니다.

그럼 일이 많은 건 아닌가요?

엄청나게 많진 않아요. 한정된 관련 업무만 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웃음)

오늘의 인터뷰이 펍지 Legal팀 박장민 변리사님

보통 게임 회사에 변리사분들이 직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나요?

법무팀은 웬만한 기업에 다 있고요. 변리사까지 있는 법무팀이 많지는 않은데, IT 회사나 게임 회사에는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게임 회사들의 법무팀에는 대부분 변리사가 있어요. 그중 IP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는 아예 특허팀을 만들기도 합니다.

수많은 게임 회사 중, 펍지에 입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펍지 입사 전에는 특허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어요.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법무법인처럼 변리사들이 모인 특허법인이 있거든요. 거기서 국내 IT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특허 출원 업무를 담당하다가 펍지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했죠. 관련 분야 일을 하다 보니까 펍지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특허 사무소에서의 업무와 현재 업무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인하우스 법무팀의 고객은 사내 직원이에요. 특허 사무소의 고객은 회사 대표님들이나 발명가 분들이죠. 사무소에서 일할 때는 정장 갖춰 입고 출장 다니곤 했어요. 사람 만나고 관리하는 게 업무의 한 부분이거든요. 지금은 보시다시피 편한 옷 입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업무 강도나 근무 환경에 차이가 있죠.

현재 펍지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지식재산권 업무 전반을 담당해요.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 등 펍지 이름으로 된 권리를 확보하는 게 첫 번째 업무고요. 지식재산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인 게임 요소를 검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기도 해요. 펍지 허락 없이 펍지 이름을 달고 영업하는 곳에 경고장을 보내기도 하죠.

비중이 가장 높은 업무는 어떤 건가요?

현재 상표 관련 업무가 많아요. 전 세계 상표권 제도가 있는 나라에 펍지 상표를 거의 다 출원했다고 보시면 돼요.

게임의 지식재산권 범위가 궁금해요.

지식재산권은 크게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 네 가지로 나뉘어요. 그중 특허권은 상품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고, 상품의 이름을 보호하는 것이 상표권, 상품의 외형을 보호하는 것이 디자인권입니다. 이렇게 세 개를 산업재산권이라 부르죠. 저작물을 보호하는 것은 저작권이라 불러요.

사실 어떤 상품 하나를 온전히 보호하려면 네 가지 권리를 다 행사해야 합니다. 펍지 같은 경우, 게임 저작물로 등록되어 있고, 펍지라는 이름은 상표로 등록되어 있어요. 메인 캐릭터들은 디자인권으로 등록되어 있죠. 블루존이나 레드존 같은 게임 아이디어는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 출원 중입니다.

게임 플레이 요소도 특허로 등록할 수 있는 거군요?

그렇죠. 게임 속 아이디어를 특허로 발굴하는 것도 저희의 주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사내에서 개발자분들 대상으로 어떤 것들이 특허가 될 수 있는지 교육도 하고 있어요. 실제 특허가 됐던 사례들을 보여 드리면 그런 것도 특허가 되냐고 놀라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자 학습 만화인 ‘마법천자문’도 나중에 무효가 되긴 했지만 예전에 특허를 받았어요. 많은 직장인들이 사용하시는 ‘블라인드’ 같은 앱도 특허가 있고요. 알고 보면 다양하죠.

게임의 세세한 그래픽 요소 같은 것도 등록되어 있나요?

전부 다 등록하지는 않아요. 저작권 등록이 필수는 아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인 요소들만 등록하고 있습니다.

변리사라는 직업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잖아요. 게임 회사의 변리사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죠?

게임에 대해 잘 알아야 이런 게 특허가 될 수 있다는 걸 캐치할 수 있어요.

입사 후에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며 분석하기도 하셨나요?

분석하기 위해 게임도 하죠. 그런데 제가 FPS 게임 울렁증이 있어서… (웃음) 그래도 배그는 생존이 목적인 게임이라 아주 적극적으로 플레이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는 낙하산 타고 정 중앙 건물에 내려서, 구석에 한참 동안 숨어 있습니다. 숨어서 데이터만 봐요. (웃음)   

평소 취미로 게임 하실 때, 습관처럼 저작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하는지.

에이, 그러진 않아요. 게임은 즐거우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온전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어요. MMORPG나 RTS 게임들을 살펴보면, 원래 원류 역할을 하는 게임이 있거든요. 조금씩 차별화해서 유저에게 어필하는 거죠. 여러 게임이 상호 작용하며 차곡차곡 성을 쌓듯 발전하는 것 같아요.

변리사가 되기 전, 개발자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9년 동안 개발자로 일했죠. 제가 지금까지 개발 일만 했다면, 19년 차였을 거예요. (웃음)

어떤 분야 개발을 하셨나요?

핀테크 쪽을 담당했었어요. 많이들 아시는 페이 관련 시스템이죠.

개발자로 일하시다가 그만두고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하신 건가요?

시험 보려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에요. 다니던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졌는데, 제가 하는 일은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안정적이고 복지도 좋았지만, 맨날 하던 일을 하니까 일이 재밌지 않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쉬었죠. 개인적으로 안식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만뒀을 때가 2010년, 아이폰이 처음 나온 시기였어요. 소셜 커머스 관련 창업을 해서 6개월 만에 접기도 했죠. (웃음)

그럼 어떤 계기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나요?

창업한 것을 접은 후에 4개월 동안 서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9년 동안 일하며 받은 퇴직금을 그곳에서 탕진했죠. (웃음) 돌아와서 이제 뭐 할까 생각했는데, 개발 일을 또 하긴 싫더라고요. 다른 직업을 찾다 보니 변리사가 괜찮을 것 같았어요.

제 전공이 전기·전자였거든요. 전공자들이 많이들 선택하는 직업 중 하나죠. 그래도 기회비용이 크면 안 되니까 3년이란 시간을 정해 놓고 시험을 준비했어요. 운 좋게 3년 안에 합격했죠.

다시 개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개발자를 하면 앞으로 평생 개발자로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더 시간이 지나면 도전하는 게 어려워질 것 같았죠. 당시 삼십 대 초반이었거든요.

9년이라는 경력을 버리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됐을 것 같아요.

아까웠죠. 경력도 아깝고, 3년이라는 기회비용도 어떻게 보면 아깝죠. 하지만, 여행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여행 중 만난 한국인 중에 저보다 여행을 길게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외국인들은 웬만하면 저보다 긴 여행을 하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외국인이 1년째 여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여유와 삶에 대한 태도가 부러웠어요. 그리고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래서 도전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웃음)

개발자 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요?

네 많이 됩니다. 특허 아이디어 발굴할 때 직접 소스 코드 보면 돼서 편해요. 그리고 이건 펍지 입사 전 특허 사무소에서 있었던 일인데, 안드로이드 앱 특허 침해 이슈가 있었어요. 원고에게 앱 소스를 요청했는데,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든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니, 혼자 APK 파일을 디컴파일해서 의견서를 작성했죠. 개발자 경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개발 쪽을 계속 공부하시나요?

특허라는 게 기술의 상징이라, 늘 첨단 기술이 특허로 나와요. 예를 들면, 제가 개발자로 일할 때는 머신 러닝이 이렇게 핫하지 않았어요. 2010년이 넘어가니 머신 러닝 관련 특허가 많이 나왔죠. 본업을 잘하려면 계속 꾸준히 공부해야 해요.

펍지에서 직접 개발도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법무팀이 스태프 부서와 가까이서 일하다 보니 가끔 도움을 드릴 때가 있어요. 매일 바뀌는 펍지의 식단표를 제공하는 사이트와 펍지의 굿즈를 관리하는 사이트를 직접 개발했어요. 하루 정도면 작업이 가능한 것들이라 재밌게 했죠. 본업은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이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언제나 도와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변리사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개발자 10년 하고 변리사 했으니, 변리사도 10년 해보고서 다른 것에 또 도전해보고싶긴 해요. 하지만, 펍지에 있는 동안은 펍지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웃음) 펍지 직원 여러분,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거나 저작권 리스크가 염려된다면 언제든 편하게 법무팀에 문의해주세요!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도 멈추지 않는 박장민 님. 그가 있기에 펍지와 크래프톤의 이름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노력들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