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턴제 전략 게임의 향수,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저항의 시대(이하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가 지난 2월초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파이어 엠블렘’과 같은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해 캐릭터들을 성장시키고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하는 턴 기반 전략 RPG입니다. 북미 개발사 BonusXP가 개발했고 크래프톤의 북미 연합사 EN MASSE가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았습니다.

게임 출시 이후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를 직접 즐겨본 크래프톤 구성원들에게서 나의 인생 턴 기반 전략 게임의 추억과, 그 향수를 자극했던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플레이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파랜드 택틱스 2 게임 화면
파랜드 택틱스 2 (이미지 출처. 게임 스크린샷)

서임: 어린 시절 직접 CD를 구매해서 즐겼던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는 제 인생의 턴 기반 전략 게임이었어요. 1편과 2편은 물론, 이후에 나왔던 ‘유사 파랜드 시리즈’ 게임들까지도 모두 엔딩까지 달렸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에 즐겨 하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턴 방식이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마법사 캐릭터인 ‘카린’은 비록 강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가장 애정하던 캐릭터라 전투마다 데리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턴 기반 전략 게임의 최대 장점은 나만의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왜 졌지? 어떤 부분이 약하지?”라고 계속 고민하면서 (최애 캐릭터는 약해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함정) 끝내 승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게임 화면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이미지 출처. 게임 스크린샷)

윤숙: 저도 ‘파랜드 택틱스’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어요. ‘영웅전설’, ‘창세기전’ 시리즈도 제 인생 게임이라도 불러도 될 만큼 좋아했어요. 체스나 바둑처럼 순서대로 진행하는 특유의 전투 시스템과, 수많은 캐릭터들을 사용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도드라진다는 점이 턴 기반 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턴 기반 게임이 서사를 담기에 아주 좋은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치 코스요리를 먹듯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끝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XCOM 게임 화면
XCOM (이미지 출처. 게임 스크린샷)

북치는곰: ‘폴아웃’과 ‘폴아웃2’, 그리고 ‘XCOM’ 시리즈는 높은 난이도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는 턴 기반 전략 게임이었어요. 두 시리즈 모두 은근한 공포감이 있었는데, 강력한 적들이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갑자기 등장해 공격해오는 경험을 하면서 매 순간 가슴을 졸였죠.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등 지형을 잘 파악하고 활용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게임들을 통해 배웠어요. 물론 저장하기-불러오기 신공 없이는 그런 배움도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요(웃음).

핵전쟁 이후 황무지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폴아웃 시리즈와는 달리 XCOM 시리즈에서는 병사들을 각자의 특기에 맞도록 적절하게 무장시키고 서로 협동하며 전투를 풀어가도록 맞추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소중하게 키운 병사가 전사하면 그만큼 가슴이 아팠던 기억도 나네요.

넷플릭스 시리즈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넷플릭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식 웹사이트)

윤숙: 게임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를 접하기 전에는 1980년대에 나왔던 원작 ‘다크 크리스탈’은 물론, 최근에 넷플릭스가 만든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의 존재도 몰랐어요. 게임을 하면서 그 배경이 된 원작이 궁금해졌고, 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 모두 찾아봤어요.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는 그저 미려하게만 만들어진 다른 RPG들과는 달랐어요.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세계관, 음침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생태와 지형 디자인, 문화, 그리고 배경 이야기와 세계관 속 역사를 궁금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꼈어요. 다만 겔플링 종족 특유의 신체 비율(…)때문인지, 비슷한 얼굴에 의복과 장식만 달라져도 구분이 가능했던 다른 RPG에서와는 달리 얼굴 디자인이 모두 다르게 되어 있음에도 캐릭터들을 구분하기가 어려웠어요.

뚜부집사: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를 발견하고 감상을 시도했었는데,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원작과 무관하게 게임은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요. 원작의 시나리오도 오히려 게임의 스토리를 통해 더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됐죠.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1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서임: 저도 원작을 잘 몰랐지만 게임은 재미있게 즐겼어요. 특히 지형이나 환경적 요소가 전투의 판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점이 좋았는데요, 바람이 불어서 열심히 잡아 놓은 캐릭터 배치가 뒤집히거나 특정 적을 먼저 처치해야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점은 전략을 짜는데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굴러오는 바위를 이용해 적들을 가두고 그들의 턴이 그냥 흘러가게 만들었을 때의 쾌감이란!

뚜부집사: 지형의 고저 차이, 계단형 맵 구조 같은 환경적 요소를 활용한 전략적 플레이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전투에서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을 활용하거나 오히려 그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서 다른 스테이지보다 클리어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다른 스테이지보다 더 어려웠지만 그만큼 흥미로웠고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2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북치는곰: 서 있기만 해도 피해를 입는 지역이 있어 여기로 적을 밀어 넣어야 하는 스테이지도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래도 게임 초반이라 캐릭터들의 레벨, 장비, 스킬이 변변치 않았는데, 지형적 요소를 활용해서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어요. 물론 그런 지형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고생을 조금 하긴 했죠.

직업 시스템은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를 떠오르게 했는데, 티어마다 다른 스킬 구성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깊게 파고 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군의 능력을 강화하거나 적을 약화시키는 스킬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약화 스킬에 면역이 있는 적들이 많아 상대하기 까다로웠어요.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캐릭터 파티 구성 화면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파티 구성 화면

서임: 하나의 캐릭터가 특성화된 직업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혼합하여 세팅할 수 있다 보니 구성하기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힐(치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마법 공격 데미지도 강한 브레아(Brea)를 자주 출전시키곤 했어요.

윤숙: 저도 빠른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 군인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다수 배치해 전투를 풀어나갔어요. 캐릭터도 리안(Rian), 나이아(Naia), 브레아(Brea) 순으로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3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게임 화면

뚜부집사: 저는 보다 다양한 직업의 조합의 선호하는 편이에요. 수선공인 알리아돈(Alyadon), 포들링 팔라딘인 헙(Hup), 피즈기그 목동인 우키(Wukki), 팔라딘 거진(Gurjin), 추적자 카일런(Kylan)을 특히 애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전투 중 적에게 정신 공격을 당해 제가 최애하는 캐릭터가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저를 공격할 때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특히 스테이지 목표가 ‘모든 적을 무찔러라’ 일 경우 제 캐릭터였던 적을 죽일 수밖에 없는데, 이보다 슬플 수가 없더라구요 (ㅠㅠ). 상태이상 해제 스킬을 통해 정신 공격을 당한 캐릭터를 다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개발팀에 부탁드리고 싶어요 (진지).

윤숙: 원작이 탄탄한만큼 세계관이나 캐릭터 등 수많은 설정들이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한 편으로 끝난다면 아쉬워요. 다른 장르의 더 다양한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 명의 겔플링이 되어 그 세계를 뛰어다니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