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라는 세계적 위기가 닥친 지 어느덧 석 달이 흘렀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산들거리는 봄이 왔지만, 질병이라는 한파가 우리의 일상을 얼어붙게 만들죠. 가족과 마음껏 외식하고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드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 힐링 게임 5편을 소개합니다.
부녀의 따뜻한 동화, ‘샐리의 법칙’
‘샐리의 법칙’은 좋은 일만 반복해 일어나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일컫는 용어로, 우리가 잘 아는 ‘머피의 법칙’과 반대되는 말입니다. 이 징크스를 모티브로 삼은 인디 게임 ‘샐리의 법칙’은 운이 좋은 소녀 샐리와, 그런 샐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토리형 플래포머 게임으로, 샐리와 아버지 캐릭터를 교대로 조작하며 스테이지를 헤쳐나가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샐리 캐릭터를 조작해 여러 난관을 통과하고 목표 지점까지 도착해야 하며, 샐리의 아버지 캐릭터를 조작해 샐리가 부딪치게 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해죠. 한편의 동화 같은 감성적인 연출은 샐리와 아버지가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소소한 행복의 집합체, ‘모여봐요 동물의 숲’
우리는 언제나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강해지거나 잘해야 하는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있죠. 게임 속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고의 효율을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종종 돈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화제가 된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이러한 게임 플레이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지만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무인도를 개척해 집과 마을을 꾸며 나가는 일종의 샌드박스 경영 게임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집을 꾸미면서 조금씩 공간을 넓혀 나가는 것이 게임의 목표죠. 하지만,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 더 큰 집을 지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공들여 아이템을 만들어도, 해당 아이템이 플레이어의 강함을 증명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뚝딱뚝딱 만들게 됩니다. 그저 작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해안가를 뛰어다니기만 해도 흐뭇하고,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도 뭉클합니다. ‘왜 재밌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우리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래도록 남는 감동, ‘투 더 문’
우리는 발전된 사회 문명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 삭막함을 느낍니다. 바짝 날이 선 빌딩 숲보다 석양이 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곤 하죠. 최근,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 속에서 도트 게임이 사랑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투 더 문’은 아날로그 감성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도트 게임입니다. 스토리의 비중이 높은 게임으로, 두 명의 박사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소원을 이뤄주는 방식이 특이한데, 최첨단 기계를 이용해 꿈을 이룬 것처럼 할아버지의 기억을 조작하죠.
투박한 도트 그래픽이 올드한 느낌을 주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단순한 그래픽이야말로 게임의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엔딩 부분에서 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며 생각지도 못했던 큰 감동을 안겨주죠. 게임을 끝낸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게임입니다.
황홀한 세계로의 초대, ‘저니’
‘고티(GOTY)’는 여러 게임 매체에서 한 해 동안 가장 작품성이 높은 게임을 선정하는 영광스러운 상입니다. 보통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유명 게임사의 게임들이 매년 상을 받곤 하죠. 하지만 2012년, 낯선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이 고티를 휩쓸었습니다. 힐링 게임의 대명사가 된 ‘저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죠.
저니는 흔한 캐릭터의 대사, 아이템, 전투도 없는 정말 단순한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런 단순한게임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은 이유는 저니의 독특한 게임성 때문입니다. 몽환적이고 황홀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저니가 가진 가장 큰 힘이죠. 적막한 사막에서 높은 산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게임에 빠져 넋을 잃고 모니터를 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나만의 ‘펭귄의 섬’
‘펭귄의 섬’은 남극에서 펭귄을 키우며 섬을 키워나가고, 더욱더 많은 펭귄들을 불러 모으는 방치형 힐링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에 맞춰 돈과 하트를 모아 목표를 이뤄야 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이죠. 하지만 이 게임의 매력은 플레이 방식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한 그래픽,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고 싶은 화면이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이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잔잔한 BGM, 화면 속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귀여운 펭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스마트폰 속 나만의 펭귄의 섬은 존재 그 자체가 힐링입니다.
장금호 인벤 PD k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