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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게임 속 스테레오타입 5

‘실력은 없지만 열정 넘치는 시골 축구팀. 부상으로 은퇴한 후 실의에 빠진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 성동일이 코치로 부임하는데…’까지만 들어도 감동 스토리가 저절로 그려진다. 이처럼 게임에도 유독 자주 보이는 익숙한 설정이 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게임 속 스테레오타입 다섯 가지.

1.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고, 일단 멸망하고 시작

DAYZ 속의 황폐해진 세상. 이미지 출처. DAYZ 공식 홈페이지

게임 속 세상은 무조건 망한다. 인류 멸망은 훌륭한 떡밥인 만큼 이유도 다양하다. 우선, 좀비 때문에 망한다. ‘DAYZ’, ‘라스트 엠파이어 워 Z’,’워킹 데드 시즌1’은 황폐해진 세상에서 좀비와 싸운다. 나 살자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좀비보다 무서운 사람들과의 전투도 필수.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라고 긴장을 풀면 바로 게임 오버다.

폴아웃 속,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예진 대기. 이미지 출처. 폴아웃 공식 홈페이지

물론 핵폭발로도 망한다. ‘폴아웃’ 시리즈와 ‘메트로2033’은 핵폭발로 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숨만 쉬어도 괴로울 것 같은 ‘폴아웃 4’에서는 방공호인 ‘볼트111’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조금씩 체력이 깎인다. 자연재해로 망하는 케이스도 많은데, ‘절체절명도시’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해 도시가 난장판이 되고, ‘프로스트 펑크’와 ‘배틀필드 2142’에서는 빙하기가 온다.

세상을 재건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다는 주인공도 세상이 망해갈 때는 손을 놓고 있었는지 세상은 참 다양하게도 망한다. 그리고 세계가 왜 망했는지는 꼭 보여준다. 유저의 대부분은 스킵을 누르겠지만, 어떻게 멸망하는지에 따라 퀘스트가 달라지므로 ‘왜 망하는지’는 스토리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게임의 주인공은 언제나 역경을 딛고 세계를 재건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망할 수밖에.

2. 꼭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주인공  

식사 중 납치당하는 슈퍼마리오의 피치 공주. 이미지 출처. 닌텐도 온라인 스토어

만약 운 좋게 세상이 망하지 않았다면? 99%의 확률로 주인공은 누군가를 잃어버린다. 드라마에서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아줌마가 어릴 때 헤어진 친모인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게임속에서는 직접 찾아 나서야한다. 위험에 빠진 공주님 구하기가 대표적.

고전 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부터 ‘젤다의 전설’까지 수많은 공주님이 위험에 처했다. ‘슈퍼 마리오’의 ‘피치 공주’는 뿔 달린 거대 거북이에게 피크닉 도중 납치, 별 축제 도중에 납치, 식사 도중에 본인의 성에 감금 등 시리즈마다 다양하게 납치당한다. 늘 허무하게 납치당하는 게 포인트. 그 흔한 호위 무사도 없이 소리만 지르다 끌려간다.

또한, 게임에 부모와 자식이 등장해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하면 그 자식도 곧 납치당한다. ‘위험에 처한 자식을 구하는 아빠’하면 영화 ‘테이큰’이 떠오르지만, 게임 속 아버지들도 자식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인터랙티브 액션 어드벤처 게임 ‘헤비 레인’의 주인공은 납치당한 아들을 찾기 위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고속도로 역주행, 전류가 흐르는 바닥 지나기, 손가락 셀프 절단 등 하드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폴아웃4’의 주인공이 비교적 안전한 방호 시설인 ‘볼트111’에서 나오는 이유도 아들을 찾기 위해서다. 가족 사랑은 인정해주는 게 국룰이니, ‘안전한 데 있지 왜 나와?’ 하는 의문을 품을 수가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은 딸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아들, 딸 구분 없이 고루 위험에 처하는 편. 하지만 구하러 가는 쪽은 언제나 아버지다. 이 외에 잃어버린 이성 친구를 찾는 스토리도 있는데, NN년째 잃어버린 애인을 간절하게 찾고 있는 유저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3. 금발+여자+궁수 조합은 진리?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 캐릭터 애쉬. 이미지 출처. 리그오브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유저들이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공격력이 높은 캐릭터를 선호하기도 하고, 무조건 외모를 보고 선택하거나, 숨어 있기 좋은 캐릭터를 골라서 후방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만큼 게임 속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유독 자주 보이는 캐릭터가 있다. 금발의 여자 궁수 캐릭터다. 일일 드라마의 결혼 반대하는 시어머니만큼 흔한 캐릭터.

주로 가녀린 외모에 조금 추워보이는 옷을 입고 있으며, 공격 속도는 빠른 것이 특징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실바나스 윈드러너’는 이에 딱 들어맞는 인물로, 확장팩인 ‘군단’에서 대족장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애쉬’ 역시 겉모습은 뻔한 금발의 미녀 궁수지만, 공격력이 높아 꾸준히 유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샤이닝 레조넌스’의 ‘키리카 토와 알마’와 ‘젤다의 전설’의 크로스오버 외전 ‘젤다무쌍’에 쇠뇌(활에 쇠로 된 발상 장치가 있는 무기)를 들고 등장한 ‘링클’이 있다.

앞서 설명한 궁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최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꾸준히 사랑 받는 편이다. 예쁘고 멋진 건 언제나 좋으니까 인정. 유저들은 이들의 옷차림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인데, 의상이 바뀌기라도 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엘프’의 영향을 받은 조합이라서 금발+남성+궁수 캐릭터도 흔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데, 남성 금발 궁수의 옷차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  

4. 차라리 네가 직접 구하지 그래? 능력 있는 조력자

콜 오브 듀티의 의리남 프라이스 대위. 이미지 출처. 스팀 커뮤니티

‘넌 혼자가 아니야!’,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처럼 오글거리는 멘트를 즐겨 쓰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조력자는 필수!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변 인물이 뜬금없이 주인공을 돕겠다고 나서면 그놈이 가장 나쁜 놈일 가능성이 크지만,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스타그래프트2’의 ‘맷 호너’는 최고의 지도자라 불리는 ‘짐 레이너’가 우주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참모 역할을 한다. 전략적 조언을 해주는 능력자인 동시에 반전 없는 충성심을 갖췄다. 잘생긴 외모는 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프라이스 대위’는 유저들 사이에서 ‘시간을 달리는 대위’ 혹은 ’가격 대위’라고도 불리는데, 주인공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조력자 캐릭터는 처음에는 조금 쌀쌀맞지만, 뒤로 갈수록 찐 우정을 보여준다. 이성일 경우에는 은근한 썸이 진행되기도 한다.

매드 맥스 게임 스크린샷. 이미지 출처. 스팀 커뮤니티

‘될놈 될’이라는 말은 게임에서도 통한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완다와 거상’에 등장하는 ‘아그로’는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말이지만 게임 속 거상을 공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다소 짠한 조력자도 있는데, 2015년에 출시한 게임 ‘매드 맥스’의 ‘첨버켓’은 각종 온갖 기계 장치를 다룰 수 있는 기계공으로 차량과 무기의 수리를 돕는다. 그러나 주인공의 선택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유저들 사이에서 동정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주인공의 인성이 살살 녹은 건 사실. 이렇게 주인공은 뒤통수를 쳐도 조력자가 배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 우정 포레버~

5. 천사처럼 치유하는 성녀 캐릭터

던전 앤 파이터의 크루세이더. 이미지 출처. 던전앤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판타지 게임에서 여성 힐러 캐릭터는 종종 성녀로 묘사된다. 변형된 수녀복을 입거나 십자가나 성경책을 들고 있다. ‘창세기전’ 시리즈에는 ‘에스메랄다’, ‘셰라자드’라는 두 명의 성녀 캐릭터가 존재하고, ‘던전 앤 파이터’에는 여성 프리스트 ‘크루세이더’가 있다. 크루세이더는 신성력을 활용한 다양한 버프 스킬로 파티원을 지원하거나 적을 제압하는 역할을 한다. 조작이 간편해서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는 캐릭터로, 역시 십자가와 묵주를 사용한다. 이런 성녀 캐릭터의 하이라이트는 중요한 순간에 보여주는 신성함! 종교 불문 유저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크루세이더’는 각성 시에 금빛 날개가 8개의 천사의 날개 형태로 바뀐다.

조금 다른 모습의 성녀도 있는데, ‘다키스트 던전’의 수녀 캐릭터인 ‘주니아’는 안정적이고 광역적인 힐 스킬을 갖고 있어서 파티에 꼭 필요한 캐릭터지만 상당히 어둡다. 암울한 과거 스토리를 갖고 있고, 광신도적인 모습도 보인다. ‘성녀’라는 캐릭터 소개를 보고 밝은 모습을 상상한 유저라면 당황할 법하지만, 다크 엔젤도 있으니 다크 성녀가 이상할 건 없다. 게임 속 다크 엔젤들은 왠지 퇴폐적이지만 우리 다크 성녀님은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게임 스토리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기도 하는 게임 속 스테레오타입.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늘 아래 똑같은 캐릭터와 설정은 없다. 비록 비슷할지라도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게임들, 그 속에 녹아든 다채로운 라이프를 앞으로도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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