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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고 뭐 하세요? 크래프톤의 잉여 찾은 썰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그 첫 번째 콘텐츠는 ‘크래프톤의 잉여 찾은 썰’. 크래프톤 직원들을 만나기 에디터가 불쑥 크래프톤 사옥에 찾아갔다.

판교에 우뚝 솟은 크래프톤 타워! 다양한 게임 회사 사람들이 모여 꿀잼 게임을 만드는 이곳. 늘 궁금했던 크래프톤에 큰맘 먹고 쳐들어갔다. 왠지 크래프톤에는 뭔가 대단한 게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으리으리한 판교 크래프톤타워 건물 외관

떨리는 마음으로 입구를 들어섰다. 어? 내가 잘못 들어왔나? 거대한 카페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콘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여기 15층이 실은 플스방이었나요?

플스방 아닙니다. 크래프톤 타워 15층에 위치한 카페&휴게 공간

사람들 사이에 섞여 게임하는 것을 넋 놓고 구경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눈에 들어온 것은 PC방이었다. 최고급 사양의 PC와 게이밍 장비, 공기청정기까지 있었다.

PC방도 아닙니다. 크래프톤 타워 15층에 위치한 휴게 공간

천국인가? 게임 회사인 만큼, 직원들이 시간 날 때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러움을 억누르며 (여기 채용 공고 안 났나 찾아보다) 아래층으로 갔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뷔페에 온 건가 싶었다. 직원들을 위한 케이터링은 물론, 각종 먹을거리가 매우 다양했다.





크래프톤의 점심시간 모습

점심시간이 끝난 후, 일하는 크래프톤 직원들은 어디에 있나 찾고 있는데, 멀리서 말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크래프톤의 실체와 마주하는 것인가! 근데 이건 뭐지? 누군가가 스크린을 띄워 놓고 발표 중이었다. 멀리서 살짝 들어봤는데, 세미나가 진행중인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뭔가 재밌어 보였다.

YES 세미나에 참여중인 크래프톤 직원들

발표가 끝난 후, 세미나 참여자 4인을 재빠르게 붙잡았다. 그렇게 에디터에게 붙잡힌 사람은 초창기 세미나 창립자인 김현철 님, 오늘의 발표자인 박창우 님과 참석자 이근원 님, 운영진(이하 정)이었다. 그들에게 물었다. 아니 다들 일 안 하고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저, 오늘 발표하셨죠? 저도 들었는데, 무슨 얘기하신 건가요?

박: ‘어셈블리 랭귀지’라는 건데, 게임 개발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C++ 언어가 있어요. 어셈블리는 C++ 언어보다 더 하드웨어에 근접한 언어예요. 숨겨져 있지만 필수적인 언어죠. 게임 개발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평소에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작년부터 리서치하고 공부했던 저의 잉여로운 짓을 오늘 잉여 세미나에서 추려서 발표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대혼란) 근데 잉여 세미나가 대체 뭔가요?

김: 업무와 관련 없는 주제를 선정해,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발표하는 세미나입니다. 이 세미나의 역사가 생각보다 깊은데요. 2011년에 테라를 오픈하고 라이브 개발로 넘어갔어요. 라이브 개발 단계는 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업데이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죠. 자기 개발을 위해 사내 스터디를 하자는 의견이 나와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세미나를 만들고 젊은 피를 규합하신 분은 ‘홍상혁’님인데, 지금 인터뷰 자리에 안 계셔서 아쉽네요.

왜 잉여 세미나인가요? (좀 지난 유행어 같은데…)

김: 정확히는 잉여 엔진 세미나, YES 세미나예요. ‘잉여’가 어떻게 보면 도약의 발판이잖아요? 잉여로움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탐색할 수 있고, 창의력의 원천이 되니까요.

오!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 그럼 업무와 아예 관련 없는 것을 발표해도 되나요?

김: 네. 보통 현업에서 쓰는 기술 말고, 다음에 쓸 만한 기술이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기술을 주제로 삼아요. 이런 것들은 온전히 개인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한 거죠. 종종 정말 관련 없는 것을 발표하는 분들도 있어요. ‘눈모으기 기술 부터 시작하는 틀린그림찾기’ 같은 주제도 있었고요.

오늘의 YES 세미나 발표자인 박창우 님이 이야기하고 있다

발표 준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세미나 참여자에게 혜택이 있나요? 수당이라든지…

정(운영진): 다들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혜택은 없어요. 이 세미나는 개발자들의 성취욕으로 굴러가는 거거든요.

김: 사실 저는 발표자들에게 성의 표시(?)로 작은 것이라도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서상품권이라든지

정: 아, 여기서 제안을 하시는군요? (웃음)

아무런 제약이나 혜택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게 신기하네요.

정: 개발자들이 자꾸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면이 있어요. 새롭게 알게 된 걸 자랑하고 싶어 하고. (웃음) 대학 다닐 때는 같이 졸업 작품 하는 팀원들과 그 주에 자기가 잘한 기술 자랑하는 날도 있었어요. 회사에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 편이죠.

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럼 지금까지의 세미나 발표 중에 역대급으로 인기가 좋았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테라의 엘린 캐릭터를 활용해 미쿠미쿠댄스 동작 제작 과정을 세미나로 풀었던 게 호응이 좋았어요. 물론 제가 한 건 아니고요. (웃음)

정: 아, 그리고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었던 세미나가 있었는데요. 테라 콘솔 프로젝트 발표였어요.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 기술적인 베이스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종합한 내용이었죠. 이제 그 세미나 PPT가 콘솔실에 신입사원이 오면 건네주는 기본 자료가 됐어요. ‘이걸 보면 우리 팀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하면서.

화기애애한 YES 세미나의 잉여 주역들

YES 세미나가 주니어 개발자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이: 네. 기술적으로 배우는 게 많죠. 그런데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정말 동기부여가 돼요.

정: 맞아요. 나는 못 알아듣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맞아 그건 그렇지’ 하고 반응하면 나만 모르나 싶어 자극을 받아요. 내가 이거 집에 가서 기필코 공부하겠다! 다짐하죠. (웃음)

본인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게 신기하네요. ‘영업 비밀’이라는 말로 숨기기도 하는데.

김: 개발은 영업 비밀이 없어요. 오픈 소스의 시대라, 오히려 참고할 소스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이니까요.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원래 개발자들이 말하는 걸 좋아하고요. (웃음)

정: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도 지식 공유예요.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자기 개발도 하고, 업무에도 도움이 돼서 좋아요. 회사 생활하면서 가장 기다리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이대로 쭉 잘 이어지면 좋겠네요. (웃음)

크래프톤 잉여들의 정체는, 바로 자기 개발에도 열심인 YES 세미나 참가자들이었다. 끝없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 또 감탄! 앞으로도 잉여로움을 발판 삼아 재밌는 게임 많이 만들어 주시기를. 저도 잉여롭게 여러분들을 마구 파헤칠 예정입니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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