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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 특집! 공포 게임 체험기

‘여름=공포물’이라는 공식은 진리. 과거에는 공포물을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즐겼지만, 요즘은 공포 게임이 대세다. 좀비물과 호러물을 좋아하지만, 공포 게임은 처음 해보는 입문자 에디터가 직접 세 가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도전해 본 게임은 ‘반교: 디텐션’, ‘두근두근 문예부!’, ‘여피 사이코’.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세 게임을 리뷰한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로도 제작된 명작, <반교: 디텐션>

주변에 공포 게임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이 ‘반교’다. 반교는 게임의 스토리와 음악, 플레이 요소 등 모든 면에서 호평받으며 띵작의 반열에 들어섰는데. 2017년 출시된 이 게임은 큰 인기를 끌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올해 여름 국내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 먼저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교의 배경은 학교. 태풍 때문에 고립된 학교에서 탈출하는 것이 주 스토리다. 자고 일어났는데 학교에 폐교 같은 학교에 혼자 남아버린 상황…! ‘여고괴담’ 같은 영화로 축적된 공포 데이터 때문에 공간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이 돌았다. 게다가 처음 플레이할 때는 남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남학생이 죽어버린다. 페이크 주인공이었던 셈. 이후 여학생 캐릭터를 조종하며 학교에서 탈출하기 위해 퍼즐을 풀어나간다. 계속해서 단서를 찾아야 학교를 탈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 탈출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화이트데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계속해서 단서가 나온다.
알고 보니 페이크 주인공.

조작은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었지만, 플레이할수록 드러나는 스토리, 대만의 문화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 배경에 눈길이 갔다. 단서를 풀고 스토리를 진행하며 만나게 되는 귀신들은 그리 무섭지는 않다. 기괴한 연출은 없지만, 사운드가 매우 소름 끼치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게임의 몰입도 때문에 긴장감과 공포심이 배가 됐다.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이라, 전혀 모르고 시작한다면 초반 등장하는 텍스트를 보며 조금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반교는 장제스 치하였던 1960년 후반, 대만에서 있었던 ‘민간인 처형’ 사건을 소재로 한다. 정치적 탄압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과 선생님의 한 맺힌 이야기인 셈.

엔딩은 후반부 플레이에 따라 배드 엔딩과 진 엔딩으로 나뉜다. 진 엔딩을 봐도 기본적인 스토리가 비극적이라 여운이 많이 남았다. 푹 빠져 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잘 만들어진 시대물을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부한 공포 요소가 싫고, 조작 비중이 높은 게임보다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공포물을 원한다면 <반교>만한 게 없다.

사이코 드라마, <두근두근 문예부!>

두근두근 문예부는 미연시 같은 설정과 작화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처음 플레이하면 편견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다. 플레이하는 남자 주인공을 모두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게임인가 싶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굉장한 반전이 있었고, 미연시의 특징을 역으로 이용하는 대단한 게임이었다. 특히 이 게임은 2017년 미국에서 출시된 무료 게임인데, 정식 한글 패치 버전이 없다. 유저가 만들어 놓은 무료 한글 패치를 설치 후 게임을 플레이했다.

주인공이 미모의 여캐들이 있는 문예부에 들어가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처음엔 주인공들의 대사가 아주 많아서 따분했다. 반복되는 시 창작 읽기와 썸 타는(?) 이벤트도 루즈하고 지루했다. (이는 플레이어가 미연시를 선호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음.) 반전이 시작된 후로는 이러한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몰입도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장치였음을 알 수 있다. (여캐를 더 좋아할수록… 소름 끼쳐요.)
 
(스포일러 있음) 아무튼, 게임 중반부터는 역대급 반전이 시작되는데, 캐릭터들의 우울증, 가정 폭력 등 비극적이고 어두운 면면이 부각된다. 캐릭터와 유대감이 형성된 후라서 심리적인 충격이 컸다. 특히 캐릭터들이 자해와 자살을 하고, 다른 한 명이 게임 자체를 조종하는 역할을 하는 사이코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말을 잃었다. 입틀막 그 자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심지어 캐릭터는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닉네임이 아닌 에디터의 실명을 부르기도 했다. 소름이 끼쳐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의도적으로 그래픽이 깨지고, 배경 음악이 늘어지고, 시스템 오류가 난 것 마냥 연출되는 부분은 정말… 자기 전에도 생각 나서 소름 끼쳤다.

죽은 캐릭터들의 흔적을 자체적으로 삭제하는 모니카.

무료 게임이라 기대가 크지 않았음에도 게임의 의도와 그것을 드러낸 연출에 박수를 침. 게임 시작 전, 심약자 또는 어린이, 우울증, 불안증세가 있는 사람은 플레이를 삼가라는 경고문이 나오는데, 정말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여운 도트 공포 게임, <여피 사이코>

2019년 출시된 여피 사이코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 공포 게임이다. 회사가 배경이라서 상사를 때려죽이는 게임인가 싶어 기대했는데(?), 마녀를 찾아 죽이는 것이 게임의 주 스토리다. 주인공은 입사 직후부터 이상한 일을 겪고, 본인의 직무가 마녀 사냥꾼임을 알게 된다. OST와 귀여운 도트 그래픽에 우선 눈길이 갔다. 무서울 거라는 기대는 1도 되지 않았다.

KILL THE WITCH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조작이 어려웠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도 존재하지만 조금 엉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스토리보다 캐릭터 조작의 비중이 큰 게임인데, 진행 방식이 불친절했다.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아이템 창을 하나하나 클릭해야 하고, 미션이 끝난 후 다음 미션은 어디서 진행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게임 속에서 헤매는 시간이 너무 많다. 떡밥이 많았는데, 내가 제대로 회수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계속 죽어서 머리 쥐어 뜯는 에디터

하지만, 미스터리한 게임의 분위기 때문에 몰입도는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어에게 불안감을 계속 조성한다. 어디서 이상한 게 튀어나올지 모르며, 사이코 같은 회사 사람들의 대사와 행동 때문에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어서 괜찮았다. (어떤 유저는 게임 속에서 좀비가 된 직장인들을 보며 ‘사실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는.) 만약 플레이타임이 긴 도트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여피 사이코를 충분히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듯하다. 제대로 된 공포를 원한다면, 이 게임은 ‘순한 맛’이므로 기대에 못 미칠 수도.
 
공포 게임을 리뷰하기 위해 여러가지 게임을 찾아 봤는데, 정말 다양한 게임들이 매년 출시되고 있었다. 입문자도, 마니악한 것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게임들도 모두 존재했는데. 올해 여름, 멀리 떠날 수 없다면 에어컨을 서늘하게 틀어놓고 공포 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도 다채로운 게임 라이프를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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