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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통해 배운 뼈 때리는 인생의 진리

성공과 실패, 우정과 사랑이 모두 있는 게임 속 세상. 인생 N회차를 게임 속에서 보내고 남들 보다 빨리 인생의 진리를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어차피 다 오릅니다, ‘투자는 하루라도 빨리’

추억의 게임 스톤에이지 (이미지 출처. 스톤 온감 스톤에이지 팬페이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재테크 명언이 있죠. 저는 그것보다 중요한 걸 게임을 통해 배웠어요. ‘투자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학생 때 ‘스톤에이지’를 열심히 했어요. 돈이 중요한 건 현실이나 게임이나 똑같더라고요. 스톤에이지에서는 석기시대 배경 게임답게 돌 모양 돈으로 거래해요. 거의 맨몸으로 시작해서 무기, 투구, 반지, 팔찌, 목걸이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해요. 그리고 유저 간에 아이템을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서 개인 간의 협상을 통해 아이템을 교환할 수도 있죠. 처음에는 소소하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는데, 나중에는 희귀한 아이템이 갖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돈과 아이템을 차곡차곡 모았어요. 나름 성실하게 저축을 한 셈이죠. 학교 다녀오면 바로 게임을 켜서 열심히 모으기를 반복했고, 드디어 목표한 금액을 다 모았어요.

개인 간의 아이템 거래 화면 (이미지 출처. 뿌야의 스톤에이지 커뮤니티)

그런데 제가 갖고 싶은 아이템의 시세가 그사이에 올라 있더라고요? 더는 처음 가격으로는 살 수 없는 걸 알고는 허탈했죠. 물가 상승의 괴로움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때 깨달았죠. 가치 있는 걸 사려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걸. 저는 이때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투자를 일찍 시작한 편이에요. 20대지만 부동산, 주식, 금에 투자하고 있어요. 비록, 제 수익률은…, 네 그렇습니다. 언젠가 떡상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어쨌든 투자를 일찍 시작한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박상훈, 29세)

온라인 현피의 최후,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

2009년에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 (이미지 출처. 스팀 커뮤니티)

저는 게임을 하며 친구도 사귀고,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 싸워본 적도 있어요. 그 후에 내린 결론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학생 때부터 ‘콜 오브 듀티’ 같은 게임을 좋아했어요. 적을 물리치고 작전을 수행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이런 류의 게임은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해야 더 재밌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 주변 친구들은 저랑 게임 취향이 달라요. 그래서 직접 클랜을 만들었어요. 클랜이 한창 컸을 때는 80명을 넘겼던 적도 있죠.

함께해야 더 재밌는 콜 오브 듀티 (이미지 출처. 스팀 커뮤니티)

몇 명은 직접 만나서 놀기도 했어요. 아 물론, 만나서 게임만 했지만 나름 좋은 친구였어요.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은 덧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다 서로 인생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기도 했어요. 제 조언을 바탕으로 연기의 길에 들어서서 아직까지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생일 축하를 해줄 정도로 서로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었죠.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하는 것도 흔해요. 한 번은 심하게 다투다 직접 만나 적도 있어요. ‘현피’의 결말은 만나서 사이좋게 돈가스 먹고 헤어졌습니다. 말싸움할 때는 세상 나쁜 사람 같았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그냥 평범한 동네 형이었어요. 저는 이후로 만난 경로와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도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돈가스 메이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강제구, 33세)  

게임은 덕질 같아요. 갑자기 시작하거든요,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살인자로부터 도망가고 있는 생존자 캐릭터 (이미지 출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공식 홈페이지)

게임에 빠지는 건 아이돌 덕질과 비슷해요. 내가 빠지기 전에는 왜 저러는지 이해가 잘 안 되죠. 그런데 정말 사소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아이돌 덕질만 하던 제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를 시작한 것도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어요. 원래 PC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플레이 영상을 봤어요. 유독 심심했던 날이라 별 생각 없이 한 번 플레이해봤죠. 게임상에 1명의 살인자와 4명의 생존자가 있는데, 와 살인자를 피해서 도망가는 게 정말 스릴 넘치더라고요. 순식간에 빠져들었어요. 예전에 주변 사람들이 밤새 게임을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그 마음이 백번 이해됐어요. 게임을 중간에 끊는 게 얼마나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건지 알게 됐죠. 이전에 게임을 하다 제 전화를 못 받아서 싸웠던 전 남자친구에게 이제라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게임은 별거 아니란 듯이 말했던 저 자신에 대해 다시 되돌아본 계기였어요.

생존자 동료를 치료해주기 위해 스킬 체크를 하고 있는 캐릭터 (이미지 출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공식 홈페이지)

제가 올해 초에 컴퓨터를 샀거든요. 그런데 게임을 시작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예쁘고 얇은 컴퓨터를 샀어요. 살인자로부터 살아남으려면 빠른 스킬 체크가 필요한데 그래픽이 계속 끊기더라고요?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컴퓨터는 무조건, 무조건, 최고 사양으로 사야 한다. 예쁜 것보다는 성능이 최고다. 이런 교훈도 얻었어요. 요즘에는 PC방에서 가서 같이 게임을 즐길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제가 아직은 데린이라 밥값을 못하거든요. 같이 생존자가 되어 성장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준수, 29세)

뒤에 있어도 내가 재밌으면 그만, ‘앞서가는 사람을 쫓아갈 필요 없다’

한때 국민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 (이미지 출처. 스타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저는 한때 프로 게이머를 꿈꿨어요. 한참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이던 시절, 저도 스타에 빠져 살았어요. 저는 수능 전날에도 스타크래프트를 했어요. 수능 전전날에도 하고, 전전전날에도 했죠. 어느 순간 저에게 게임은 단순히 재밌어서 하는 것 그 이상이었어요. 더 잘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 있더라고요. 스타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전략을 잘 세워서 초반에 흐름을 가져와도 어느새 잘하는 쪽으로 기세가 기울어요. 처음에는 노력으로 뛰어넘어보려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동네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프로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어요.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플레이 화면 (이미지 출처. 스타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그러면서 점점 게임의 재미를 잃어버렸어요. 즐겁기보다는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날이 더 많았죠. 그렇게 심적으로 힘든 날을 보내다 어느 순간 스스로 불행을 자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이든 인생이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 충분히 재밌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프로 게이머의 길은 포기했지만,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지금이 즐거워요. 그렇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이상형이었던 사람과 만나서 결혼하는 것 같은 행운도 종종 찾아오더라고요! 하하 (오명진, 32세)

현생이든 메생이든 마찬가지, ‘나랑 똑같은 사람은 없다’

메이플스토리 플레이 화면 (이미지 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페이커는 말했죠. 민트초코를 먹을 바에는 치약을 먹겠다고.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정말 선 넘은 발언이었어요. 이렇게 세상에는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도 있지만, 꽤 비슷한 것 같은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와~나랑 정말 비슷해! 인연인가 봐!’ 하는 착각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현생이든 메생(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의 삶을 지칭하는 용어)이든 세상에 나랑 똑같은 사람은 없더라고요. 저랑 남자친구는 같은 종교를 갖고 있고, 취미도 같고, 영화 취향도 비슷하고, 입맛도 똑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상희님(좌)과 남자친구(우)의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이미지 출처. 본인 제공 스크린 캡처)

그런데 게임을 하면 본래 성격이 나온다고 하죠? 게임을 같이 하면서 저희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차분하게 레벨업을 하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좋은 아이템을 잔뜩 사서 빠르게 레벨을 올리고 저를 재촉하더라고요. 파티퀘스트를 할 때도 저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부끄러운데, 남자친구는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해요. MBTI가 싸이언스는 아니지만, 저는 ISFP고 남친은 ESFP인데 그 차이가 게임을 할 때 도드라지는 거 같아요.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저와 다르다는 걸 깨닫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애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지금도 잘 만나고 있어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상희, 23세) 

게임을 통해 배운 실전 압축 교훈들, 게임 선생님께 절이라도 해야 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게임을 통해 배운 인생의 진리를 살펴봤다. 아직도 해야 할 게임이 많고, 살아야 할 인생은 더 길기에 앞으로도 게임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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