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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e스포츠의 세계

약 20여 년 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통해 국내 e스포츠 판은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게임이 무슨 스포츠냐?’는 비웃음 속에 게임 팬들이 모여 소소하게 실력을 겨루는 단발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죠. 하지만,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여러 게임사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e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현재 e스포츠의 규모를 보면, 이제 그 게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종목마다 독특한 재미가 있다는 것인데요. 그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즐기는 대회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색 e스포츠 대회들을 소개할 예정인데요. 함께 알아보시죠.

워해머 40K 던 오브 워
Grand Tournament

‘워해머 40K 던 오브 워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인 ‘워해머 시리즈’를 PC로 이식한 작품입니다. 던 오브 워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본체인 워해머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죠. 워해머는 영국의 유명 게임 퍼블리셔인 ‘게임즈 워크숍’에서 발매했으며, 출시된 지 약 40년 가까이 된 유서 깊은 보드게임입니다.

이미지 출처. 워해머 공식 홈페이지

워해머는 SF가 가미된 독특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건물을 직접 미니어처로 구입합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미니어처를 이용해 전략을 짜고 실력을 겨루는 게임이죠. 미니어처를 이용하는 워해머는 우리가 아는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도 이 게임에 영감을 받았죠. 또한, 워해머 토너먼트 대회는 e스포츠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랜드 토너먼트’라고 불리는 이 정식 대회는 전 세계 지역별로 주최되는데요. 큰 경기장 안에 많은 테이블이 놓여 있고, 선수들은 자신들이 공들여 제작한 피규어들을 이용해 서로의 실력을 겨룹니다. 심지어 피규어들을 누가 더 잘 도색했는지 평가하는 도색 대회도 따로 있죠.

e스포츠를 ‘게임을 매개로 한 스포츠’로 정의한다면, 오프라인에서 펼쳐지는 대회도 e스포츠로 구분할 수 있겠죠? 물론 던 오브 워 시리즈 e스포츠 대회도 온라인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의 근본은 오프라인에서 실제 피규어로 겨루는 오프라인 대회가 아닐까요?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
MTG World Championship
이미지 출처. 매직 더 개더링 공식 홈페이지

‘매직 더 개더링’은 세계 최초의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희왕, 하스스톤과 같은 게임의 원조가 바로 매직 더 개더링입니다. 오래전부터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사진으로 제작된 수집형 카드들이 판매되어 왔는데요. 미국의 수학자 ‘리처드 가필드’는 이 수집용 카드에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카드를 제출해 승패를 가르는 게임 룰을 처음 고안했습니다. 이는 훗날 TCG라는 하나의 게임 장르로 발전했죠.

매직 더 개더링은 실물 카드로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카드 더미를 구입하고, 매 시즌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매장에서 새로운 카드들을 구매해 친구와 얼굴을 맞대고 플레이하죠. 매직 더 개더링 대회인 ‘MTG 월드 챔피언십’도 매년 개최되는데요. 국적과 성별, 나이 상관없이 전 세계의 매더개 유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고의 실력자를 가립니다. 총상금도 약 10억 원이나 되죠.

이미지 출처. 매직 더 개더링 공식 홈페이지

매직 더 개더링 대회는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라는 온라인 게임이 출시되며 더욱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데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개최되죠. 게임의 룰 자체는 같지만, 각각 실물 카드와 모니터 속 카드들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물 카드 자체를 수집하는 재미, 화려한 게임 이펙트로 느껴지는 생동감.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끌리시나요? 미래에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흐려져서, 실물 카드를 제출하면 눈앞에서 용이 튀어나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매직 더 개더링 e스포츠를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F1(포뮬러 1)
F1 eSports
이미지 출처. F1 공식 홈페이지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흐려진 e스포츠는 이미 존재합니다. 바로 포뮬러 원, 일명 F1이라고 불리는 레이싱 경기가 그 주인공이죠. F1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레이싱 대회입니다. 대회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이렇게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메르세데스, 페라리, 맥라렌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연봉 또한 어마어마한데요. 최근 챔피언에 오른 ‘루이스 해밀턴’의 연봉은 730억 원 수준으로 전 세계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모터 스포츠 대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F1에서 공식 발매한 게임 F1을 통한 e스포츠가 바로 그것입니다. F1의 e스포츠화는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었습니다. 현실감 있는 게임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실제 F1 선수들에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고 서킷을 체험하게 했죠.

이미지 출처. F1 공식 홈페이지

특히 올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되던 F1 대회 진행이 어려워지자, F1 e스포츠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엔진 굉음과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쉽지만, F1 e스포츠의 장점도 아주 많은데요. 현장에서는 차들이 눈앞으로 지나가는 순간을 매우 짧게 관람할 수 있지만, F1 e스포츠는 차들의 주행을 더욱 정교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선수에 빙의해 시청자가 직접 주행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죠. 온라인 세계로 발을 들인 F1, 앞으로 F1 e스포츠가 어떻게 발전할지 더욱 기대됩니다.

클래식 테트리스
Classic Tetris World championship
이미지 출처. Classic Tetris 공식 유튜브 채널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e스포츠의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훌륭하다면, 어떤 게임으로든 대회가 열릴 수 있죠. ‘클래식 테트리스’처럼요. 테트리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전 게임 테트리스는 여러 모양의 블록을 끼워 맞추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매 게임 다른 플레이를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실력자들이 존재하죠.

클래식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의 시작은 ‘세계에서 가장 테트리스를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미국 내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회를 열었고, 대회의 규모가 커지며 전 세계 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엄연한 국제 대회가 되었죠.

게임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정말 신박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테트리스 벽돌 쌓기 잘 해봐야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대회 영상을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우리가 아는 테트리스는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될 겁니다.

Games Done Quick
이미지 출처. Gamedonequick 트위치 대회 채널

일명 ‘겜던퀵’. 트위치에서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겜던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켠 김에 왕까지 세계대회’인데요. 겜던퀵은 게임을 좋아하는 수많은 방송인이 개최하는 일종의 기부 행사로, 슈퍼 마리오, 소닉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클리어하는 사람을 찾는 타임 어택 대회입니다.

이곳에서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은근히 잘하기 어려운 게임들이죠. 몇 년 동안 한 게임만 연습한 세계 각지의 고수들이 모여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게 내가 하던 그 게임이 맞나 싶습니다. 단 1mm의 점프 실수로 기록이 갈리고, 정말 운이 좋아서 우승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이상하게 대회를 보다 보면, 게임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 피 땀 눈물을 흘린 선수들의 열정에 감동하게 됩니다. 승패가 정해진 뒤 서로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을 보면, 슈퍼 마리오 하나로도 스포츠맨십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미지 출처. Gamedonequick 트위치 대회 채널

무엇보다 겜던퀵은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순수한 재미를 위해 참여하고, 그것이 부가 가치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데요. 게임을 향한 ‘열정’과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한 ‘선의’가 만나 시너지를 낸 대회. e스포츠의 지향점은 바로 이 겜던퀵이 아닐까 싶네요.

장금호 인벤 PD km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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