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옵니다. 누군가는 안온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겠지만, 누군가는 또 나 홀로 집에, 케빈과 함께 성탄절을 버텨내야 합니다. 잠이라도 실컷 자고 어서 이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지나가길. 눈 뜨면 산타 같은 건 없다는 현실에 안주할 수 있길. 그러길 바라보지만, 모처럼 쉬는 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미련이 남죠. 하지만 안심하시라. 우리에겐 시간을 순삭해줄 게임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크리스마스에 의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게임을 모아봤습니다.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 산타 램페이지
광란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당신께!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 산타 램페이지(Viscera Cleanup Detail: Santa’s Rampage)’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산타의 모습을 뒤튼 게임입니다. 영웅과 외계 악당 간의 사투 후 널브러진 시체들을 청소하는 1인칭 청소 시뮬레이션 게임인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의 크리스마스 테마 확장팩으로, 산타가 살해한 요정의 시체를 청소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택, 스포츠카까지 원하는 아이들의 선 넘는 선물 요구, 카드깡이라도 한듯한 선물값 영수증, 형제와 얽힌 금전 관계,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요정들. 결국 미쳐버린 산타는 요정들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맙니다. 산타의 광란이라는 제목처럼 말이죠. 플레이어는 극지방 위생 주식회사 소속 청소부가 돼 이 같은 현장을 말끔히 치우는 역할을 맡습니다. 대걸레로 핏자국을 닦고, 시체를 벽난로에 태우다 보면 나 빼고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밤도 어느덧 흔적도 없이 치워지지 않을까요?
산타클로스 인 트러블
‘산타클로스 인 트러블(Santa Claus in Trouble)’은 이른바 산타 게임으로 유명한 게임입니다. ‘피카츄 배구’처럼 학창 시절 학교 컴퓨터로 즐겨봤을 법한 게임이기도 하죠. 플레이어가 직접 산타가 돼 목적지까지 선물을 전달하는 내용입니다. 3D 플랫포머 장르로 방향키와 점프 버튼으로 각종 장애물을 피하고 선물 아이템을 회수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형식입니다. 총 10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고릴라와 눈사람, 까마귀 같은 적들을 피해가야 합니다.
2002년 출시된 게임인 만큼 지금 보면 조악한 그래픽에 간단한 게임이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고, 깰 때까지 도전하게 되는 플랫포머 장르의 문법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노잼’은 바로 삭제되는 학교 컴퓨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죠. 산타 게임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다시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면서요.
메리 기어 솔리드: 시크릿 산타
산타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아이들 몰래 선물을 놓고 가기란 쉽지 않죠. ‘메리 기어 솔리드: 시크릿 산타’는 이 같은 요소를 잠입 액션 게임 형태로 풀어낸 게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탈기어 솔리드’를 패러디한 게임으로, 2007년 게임 제작 공유 사이트 ‘데일리 클릭’에서 크리스마스 게임 제작 대회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모습은 ‘메탈기어 솔리드’와 닮았습니다. 선물 상자로 위장해 적(아이들)의 시선을 피한다든지, 무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든지, 곳곳에서 메탈기어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반영됐습니다. 게임은 2편까지 나왔으며,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받아 즐길 수 있습니다.
나 홀로 집에
크리스마스 하면 ‘나 홀로 집에’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게임 ‘나 홀로 집에’는 동명의 인기 영화 ‘나 홀로 집에’(1990)를 원작으로 한 고전 게임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홀로 집에 남아 2인조 도둑을 때려잡는 ‘케빈’이 되어 집도 같이 때려 부수는 원작의 모습을 횡 스크롤 액션 형태로 구현한 게임인데요, 요즘 애들은 모를 플로피 디스크 시절 나온 게임이기도 하죠. 아재들에겐 추억을, 요즘 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선사합니다.
2인조 도둑이 집에 침입하면 설치된 함정으로 유인하며 고통을 선물해주는 내용으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1편과 2편이 있습니다. 또 PC를 비롯해 패미컴, 게임보이, 슈퍼 패미컴, 메가 드라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습니다. 특히, 패미컴 버전은 ‘엘더스크롤’, ‘폴아웃’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베네스다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모태솔로
옆구리가 시리다면 ‘모태솔로’는 어떨까요. 크리스마스에 스팀으로 출시될 예정인 ‘모태솔로’는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인디카바 인터랙티브가 제작한 실사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처럼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로 선택지에 따라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형식으로, 모태솔로인 주인공이 소개팅에 나서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인공 강기모는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와 IT 기업에 다닌다는 참담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로 주옥같은 멘트를 날리며 우리의 반면교사가 되어줍니다. 멘트 지뢰밭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일종의 지뢰 찾기 게임인 셈이죠. 또한, 단순한 대사 선택뿐만 아니라 어드벤처 장르 게임처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해 아이템을 얻고 이를 통해 얻은 단서로 다시 상황에 맞는 대사를 선택하는 퍼즐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게임의 정식 출시일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지만, 제작사는 ‘모태솔로’를 크리스마스에 얼리 액세스 형태로 스팀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소개팅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강기모를 도와주다 보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가 솔로인 건 변함없겠지만.
문명 시리즈
시간을 지우는 데 가장 확실한 처방전은 ‘문명’ 시리즈입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은 현재 6편까지 나온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인류사를 형성한 고대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해 발전시키며 현대, 미래까지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죠. 각 문명 특성에 맞는 기술력을 발전시키며, 방구석에서 대륙의 패권을 다투다 보면 어느새 떠오른 아침 해를 맞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땅 따먹기식 점령뿐만 아니라 외교와 문화를 통한 평화 통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고, 과학의 힘으로 우주로 진출해 승리를 확정 지을 수도 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괴롭다면 ‘문명’ 타임머신에 탑승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