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 코스프레! 날이 갈수록 코스프레의 세계는 발전하고 있는데. 올해 ‘지스타 2020 코스프레 어워즈’에서 2위를 한 팀 더 핸드 대표 이제준 씨를 만나 게임 코스프레에 대해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크래프톤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코스프레 팀 ‘팀 더 핸드’ 대표 이제준입니다. 코스프레 8년 차입니다.
‘팀 더 핸드’는 어떤 팀인가요?
20대 친구들로 이루어진 코스프레 팀이에요. 마케팅과 회계 등을 담당하는 분 4명, 그리고 13명의 코스프레어가 크루처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현재 코스프레 행사를 진행하거나 코스튬을 납품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코스프레 전문 팀이네요. 결성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중3 때부터 코스프레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알던 친구들이 모여 팀을 결성했어요. 사실 운도 많이 따랐죠. 한창 ‘아이언맨 1’과 ‘어벤져스’가 나와서 인기가 많을 때, 제가 헐크버스터 코스튬을 준비했어요. 그게 입소문이 나서 백화점 행사를 하게 되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할 때 초청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는 자꾸 문의가 오더라고요. 그때 제가 고3 때였는데, 돈도 벌고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계속했어요. 자연스럽게 행사 팀으로 발전했죠.
보통 코스튬을 직접 제작하시나요?
네. 저희 팀원 대부분이 직접 제작하고 있어요. 코스프레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코스튬을 구매하려고 찾아보니 250만 원이더라고요. 학생 신분에 너무 비쌌죠. 그래서 직접 제작하자고 마음먹었고, 그때부터 쭉 직접 만들고 있어요. 처음엔 박스로 대충 만들었었는데 하다 보니까 팁도 생기고 퀄리티도 높아졌죠.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손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조금은 필요하죠. 저는 원래 미술을 했었고, 팀원 중 한 명은 로봇 디자인 공부한 친구예요. 기본적인 감각은 있죠. 그런데 코스튬 제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종종 지인들이 직접 코스튬 제작하다가 막히면 도와 달라고 연락이 오거든요. 가서 보면, 대부분 다 잘 만들고 계세요. 만드는 사람의 제작 성향 차이가 있는 것뿐이죠.
제작 성향은 어떤 걸 말하나요?
세세하게 디테일 넣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코스튬은 무조건 움직이기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야 포즈를 잘 취할 수 있고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처럼 규모가 큰 코스튬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개인적인 해석을 많이 넣는 분도 있는데, 자기만의 색채로 도색한다든지 형태를 변형해서 예술 작품처럼 제작하는 분들도 있죠.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행사 뛰면서 모은 돈으로 작업하거나, 알바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팀원 중에 아직 학생인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도 다들 보고 듣는 것만 가능한 게임, 만화라는 매체를 현실 세계로 끌어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어요.
팀 더 핸드는 나무위키에도 등재되어 있더라고요. 네임드가 된 비결은?
일단 오래됐어요. 8년 동안 이름은 몇 번 바뀌었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은 변함이 없거든요. 그리고 저희 팀에 너드가 많아요. 덕후 중 덕후, 로봇 덕후, 밀러터리 덕후 등이 모여 있죠. 욕심이 많아서 규모가 큰 코스튬도 많이 제작하고요.
수익을 창출하신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행사에 참여하시나요?
지스타나 코믹콘, 부천만화축제처럼 큰 행사에 매년 참여하고요.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행사, 기업행사에도 종종 참여해요. 연간으로 따지면 행사가 꽤 많죠.
코스튬이 커서 이동이 어려울 것 같아요.
맞아요. 저 고등학교 때, 부산까지 KTX 타고 코스튬 옮긴 적도 있어요. 친구들 다섯 명이서 짐칸에 몸통과 팔다리 분리해서 실었죠. 퀵으로 옮기면 40만 원 정도 들거든요. 올해 지스타도 조금 고민이었는데, 같이 코스프레하는 형님이 다 같이 트럭을 하나 빌린다고 해서 저도 같이 움직였어요.
‘지스타 2020 코스프레 어워즈’에서 2등을 하셨어요.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는 매년 참가했어요. 작년 지스타에서는 3등 했는데, 이번에는 2등을 했죠. 사실 예상 못 했어요. 제 코스튬이 ‘워해머’의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인데, 국내에서 크게 인기가 있지 않거든요. 롤 같은 게임이 대세니까요.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 코스튬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워해머 시리즈를 좋아해서 오래 팠어요. 거의 4~5년 했죠. 원래 로봇, 갑옷, 규모가 큰 코스튬을 좋아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걸 했죠. 지금까지 워해머 시리즈 외에도 아이언맨, 배트맨, 헤일로의 마스터치프 등 다양한 것들을 해왔어요.
올해는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어요.
본선이 부산에서 진행됐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원래는 부스로 가득 차 있는데 썰렁했죠. 코스튬을 제대로 만들려면 한 달 정도 걸리는데, 작년보다 제작 기간도 짧고, 예선 영상도 제작해야 해서 다들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코스프레를 보는 편견 어린 시선도 존재했어요.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는지.
개인적으로 저희 세대가 ‘오타쿠’에 대한 혐오가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학교 때, TV에서 오타쿠를 굉장히 안 좋은 이미지로 소비했죠. 그 뒤로 프레임이 씌워지더라고요. 근데 뭐, 저는 신경 안 썼어요. 사람들이 저를 오타쿠라고 놀려도 사실인데 어떡해요? (웃음) 그냥 마음 맞는 친구들과 놀고 그런 말들은 무시하면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정말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도 느껴요. 마블만 해도 국내 덕후가 엄청나잖아요? (웃음)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부러운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자유로움. 외국은 해석에 여지를 많이 둬요. 그래서 ‘이 코스튬은 이래야만 한다’라는 게 많이 없죠. 그래서 새로운 것,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많고요. 두 번째는 전문성이에요. 깊게 파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한국은 취미를 존중하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10대 때에는 공부하느라 취미 생활은 상상할 수 없죠. 직장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고요. 생업이 아닌 뭔가를 깊게 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양덕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국에도 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깊게 파는 사람의 수가 외국에 더 많다는 것뿐이지, 퀄리티는 뒤지지 않습니다. (웃음)
게임 코스프레만의 특징이 있나요? 게임은 애니나 영화보다 스토리가 적은 편이잖아요.
게임이 스토리가 세밀하지 않은 이유는, 그 부분을 플레이어가 채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코스프레에서도 플레이어가 채우는 부분이 있죠. 캐릭터 해석 자유도가 있어요. 제가 워해머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것이 아니라 병종들을 코스프레하거든요.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일 수 있죠. 발 떼고, 손 떼고 이것저것 끼우고 무기나 장식도 자유롭게 붙일 수 있어요. 게임의 장점과 게임 코스프레의 장점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도 조금 달라요. 게임이나 애니는 팬층이 정말 두터운 경우가 많거든요. 살짝 까다롭다고 할 수 있죠. (웃음) 그런데, 게임 코스프레를 즐기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게이머예요. 그래서 그분들은 코스프레를 볼 때, 기본적으로 나와 같은 플레이어, 게이머라고 생각하죠. 조금 더 유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코스프레에 관심 있는 입문자를 위해 팁을 몇 개 알려주신다면?
우선 코믹콘이나 코믹월드 같은 행사 많이 다니면 돼요. 자연스럽게 사람들 만나서 대화하고요. 펍에서 사람 만나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니까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죠.
무엇보다 너무 비싼 것 말고, 지갑 사정을 고려해서 적당한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요. 몇백씩 써서 했는데, 내가 생각한 만큼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거든요. 사진도 많이 찍어주지 않고. (웃음) 그리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습니다. 무겁지 않고 편한 코스튬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시작부터 너무 힘주지 말고, 여유롭게 준비하세요.
마지막으로, 팀 더 핸드의 목표가 있다면?
더 새롭고 멋진 코스튬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래야 저희를 불러주시니까요! (웃음) 그리고 기업이나 지자체와 함께 행사를 열어 보고 싶어요. 이제 코스튬을 보여주기만 하는 건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 새로운 체험을 원하잖아요. 과거 방 탈출 카페가 떴던 이유는 무언가를 탈출한다는 게임의 포맷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코스튬을 끼워 넣으면 어떨까요? 코스튬 입은 사람이 쫓아 온다거나, 벽을 뚫고 나온다거나. 코스튬은 원하는 대로 만들면 돼서 무궁무진하거든요. 게임의 이벤트 컷 같은 것을 현실로 보여줄 수도 있죠.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어우러진 행사를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인터뷰 내내 본인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말했던 팀 더 핸드의 이제준 대표. 무궁무진한 코스프레의 세계만큼 무궁무진한 국내 네임드 코스프레 팀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게임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