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과 순발력이 핵심인 게임 말고, 오랜 시간 머리 쓰며 혼자 헤쳐나가는 게임이 취향이라면? 바로 추리 게임 만한 게 없다. 다양한 추리 게임 중, 갓겜이라 칭송받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직접 해보다 머리 터질 뻔했다…)
요즘 핫한 그 게임!
노바디즈(Nobodies: Murder Cleaner)
난이도 ★★★
노바디즈는 2019년 스팀에 PC 버전이 먼저 출시되었으며, 현재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다. 노바디즈는 내가 직접 시체 처리반이 되어서 시체를 유기/은폐하고, 살인 현장을 깨끗이 처리해야 한다. 보통 추리 게임은 단서를 찾고 범죄자를 밝혀내는 스토리가 대다수인데, 노바디즈는 플레이어가 악역이 된다. 하지만 게임에서 내 손으로 직접 살인을 하지는 않기에 세밀한 컨트롤은 필요 없다. 피지컬이 딸려도, 순발력이 안 좋아도 노상관이다.
약간의 추리력이 필요하며, 방 탈출 게임과 비슷한 면이 많다. 사건을 배정받으면 먼저 현장에서 파밍을 해야 한다. 각종 아이템을 바닥에서 줍줍한 후, 이것의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열쇠로 문을 열고, 표백제와 고무장갑을 찾아서 핏자국을 닦는 식이다. 차를 운전해서 아이템을 찾으러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매번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신박하다. 모래와 시멘트, 물을 믹스해 시체에 부어 버린다든지, 닻에 시신을 달아서 꽁꽁 언 바닷속에 넣어버린다든지… 전과 없는 일반인의 관점으로는 매번 새로운 시체 처리법을 생각해내기 어렵다. (아 물론, 전과가 없어도 평소에 추리물, 범죄물 좋아한다면 가능~)
힌트를 주는 기능도 있는데, 모바일 무료 버전에서는 1 광고 시청=1 힌트다. 에디터는 광고 보기 귀찮아서 약간의 힌트만 얻을 생각으로 구글링했다가, 공략의 늪에 빠져 버렸다. 공략을 보며 플레이하기 시작하면 정말 재미없어진다. 조금 답답해도 본인이 직접 아이템 줍줍해서 풀어나가는 것을 추천! 몇 판 클리어 하다 보면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바디즈 스팀 페이지 바로가기
높은 IQ+인내심도 갖춰야 하는
페인스크릭 킬링즈(The Painscreek Killings)
난이도 ★★★★★
전형적인 탐정 게임. 스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으며, 한글이 지원된다. 페인스크릭 킬링즈를 플레이하려면, 우선 시간이 많아야 한다. 딱 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인데, 그 과정이 성질 급한 이들에겐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자네트가 되어, 폐허가 된 마을에서 미해결 살인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 파밍이 게임의 90%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 맵이 정말 거대하다. 마을 내에서 이 집 저 집 계속 오가며 열쇠 모으고, 쪽지랑 신문 주어서 읽어야 한다. 그래서 게임 초반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친절한 게임이 아니라서,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된다. 마을에 말 걸어 주는 NPC 하나 없으니, 마을에 혼자 덩그러니…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 내에 메모 기능이 없어 노트를 꺼내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음. 대신 카메라 기능이 있어 캡처할 수 있다. 맵은 넓은데 길 찾기 기능도 없다.
유령 마을에서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진짜 내가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 탐정이 정말 하드코어한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듦.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몰입도가 확 높아진다. 지루한 초반을 견디면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확보한 증거를 보면서 살인 피해자의 주변 인물 관계를 직접 정리해보고, 피해자가 살아 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계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가 있다. 이 단계까지 오기 너무 어렵다면, 초반에는 공략을 조금 참고하는 것도 추천. 그리고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후반부에는 추리 게임을 가장한 공포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페인스크릭 킬링즈 스팀 페이지 바로가기
다시 즐기는 추억의 갓겜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Phoenix Wright: Ace Attorney Trilogy)
난이도 ★★★
팬층이 두터운 역전재판 시리즈 중 1, 2, 3판을 묶어 HD로 리마스터한 버전이다. 스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미 역전재판 시리즈를 접해본 게임이라면 추억에 젖어 플레이할 수 있고, 에디터처럼 처음 해 본 사람도 재판 장르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변호사가 되어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게임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도 가보고, 의뢰인과 이야기하며 단서를 모은다. 단서를 기반으로 증거품을 직접 찾기도 한다.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법정에서 직접 증거들을 이용해 의뢰인을 변호하는 과정. 조금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단순히 증거를 짜 맞추는 게 아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때때로 논리적 비약도 필요하다. 명확한 증거가 없을 때, 상대방을 추궁해 실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말 법조인 마인드가 필요한 게임이다.
개성 있는 병맛 캐릭터들도 재미를 더한다. 컨셉충 마술사, 채찍을 휘두르는 검사, 말빨 쩌는 할머니 등 설정이 과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플레이하다 보면 역전재판식 유우머에 빠져들게 된다. BGM도 좋아서 게임을 끝내고 난 뒤 귀에 비트가 자꾸 맴돈다. 1, 2, 3편이 합쳐져서 스토리와 플레이타임이 긴 편으로, (가성비 측면에서도 갓겜) 역전재판이 명작이라는 것에는 언제나 이의 없음!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 스팀 페이지 바로가기
색다른 추리 게임을 원한다면
더 쉐이프쉬프팅 디텍티브(The Shapeshifting Detective)
난이도 ★★
더 쉐이프쉬프팅 디텍티브는 FMV(full motion video 풀 모션 비디오) 장르 게임으로, 인터랙티브 무비와 유사하다. 배우들이 직접 출연한 영상을 통해 게임이 전개된다. 스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으며, 한글이 지원된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가 변신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어느 날 한 첼리스트가 살해되고, 주인공은 변신술을 사용해 용의선상에 오른 8명과 이야기하며 범인을 추리한다. 하지만 변신술을 사용했다는 걸 다른 이에게 들키면 안 됨.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배우가 출연해 진짜 일 대 일로 취조하는 것 같은 현실감을 준다. 비밀스러운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게임의 독보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들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사건의 단서)가 달라지며, 엔딩에서 실제 범인도 바뀔 수 있다(!) 즉, 매회 다른 범인을 엔딩으로 볼 수도 있다.
주인공이 변신술을 이용하려면 본인의 방에 방문해야 하는데, 방에 들어가서 변신-캐릭터와 대화-변신-캐릭터의 대화라는 포맷이 반복되어 약간은 번거롭고 지루할 수 있다. (그냥 요술봉 휘둘러서 바로 변신하면 안 되나…) 그리고 게임을 전개할수록 캐릭터들이 말한 것을 기억하는 게 쉽지 않다. 쉽게 범인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갈수록 난해해진다. 장르의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뻔한 방식의 추리 게임이 지겨워졌다면 추리 영화 본다고 생각하고 한 번쯤 플레이해 볼만한 게임.
더 쉐이프쉬프팅 디텍티브 스팀 페이지 바로가기
피지컬이 전부인 게임에 눈물 흘리고 있었다면… 더욱 고차원인 곳으로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 세상은 넓고, 아직 해야 할 게임은 많다. 앞으로도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하고 신박한 게임들을 [컬처온]에서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