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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다나와 e스포츠

요즘 위세가 심상치 않은 다나와 e스포츠의 서울, 살루트 선수를 만났다. 다나와 e스포츠는 ‘펍지 위클리 시리즈(PUBG WEEKLY SERIES: EAST ASIA, 이하 PWS) 2주차 위클리 파이널에서 4치킨을 달성한데 이어 5주차에서도 4치킨으로 우승을 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는데. 다나와 e스포츠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을까? 그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다나와 e스포츠가 강팀이 된 건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 본 인터뷰는 5주차 경기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두 분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서울(이하 서): 안녕하세요. 다나와 e스포츠 소속 서울 조기열입니다.
살루트(이하 살): 안녕하세요, 다나와 e스포츠의 살루트 우제현입니다.

PWS 대회가 진행중이에요. 큰 활약 보여주고 있는데.
서: 저희가 다른 팀에 비해 경험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까 아쉬운 경기도 있었어요. 실력이 부족하단 말은 아니고, 특정 상황에서 당황해서 실수한 적이 있었죠. 앞으로 경험 쌓아가면서 실수를 줄여나가려 해요.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후회 없는 경기 하고 싶습니다.
 
일명 치킨(WWCD)룰에 맞게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해서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서: 개인적으로 과거 대회에서 사녹 맵이 추가되었을 때 좋았거든요. 새롭게 도전할 수 있잖아요. PGI.S 지켜보면서 치킨룰 경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PWS에 도입되어서 좋았어요.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에요.

살: 치킨룰이 재밌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킬 포인트보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게 우선인 게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치킨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플레이하는 게 재밌어요. 꼭 치킨을 먹어야 해서 부담감이 있긴 한데, 그래도 긴장 안 한 척하면서 플레이하고 있어요.
 
서울 선수가 팀의 주장, 그리고 서브 오더 역할을 맡고 있죠?
서: 오더는 제프로카 선수에요. 저는 의견을 많이 내는 팀원이죠. 자기주장이 센 편이라 초반에는 의견 충돌이 있었어요.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잘 됐을 텐데 왜 안 했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죠. 지금은 함께 결정한 대로 일관성 있게 가는 게 중요한 걸 알아요. 만약 결과가 안 좋다면, 결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가 결정한 걸 조금 더 잘 해야 했다고 생각하죠. 제가 주장인 건 저도 나무위키 보고 알았어요. 그전까진 몰랐는데 주장이더라고요? (웃음)
 
다나와 e스포츠 선수 다섯 분 모두 숙소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함께 지내는 건 어떤가요?
서: 저희가 대부분 한두 살 터울이라서 어느 정도 선은 지키면서 프리하게 지내고 있어요. 한 살 차이면 친구잖아요. 각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고,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터놓고 이야기하죠. 저와 살루트, 렉스가 한방을 쓰고, 제프로카와 레클로 선수가 한방을 써요. 하루의 반 이상을 연습실에 있어서 방에서는 거의 잠만 자죠. 살루트도 저도 약간 아싸(아웃사이더)라서 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

살: 고향이 김해라서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하고 있는데, 배틀그라운드를 계속하다 보니까 집에서 살 때와 생활이 비슷한 것 같아요. 게임하고, 자고… 얼마 전에 친구들이 졸업 사진을 찍었는데, 그럴 때는 김해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해요.

서울 선수, 살루트 선수 두 분의 데뷔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서: 체대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원래 꿈이 소방관이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반대를 하셔서 반항심에 게임만 했죠. 고1 때, 1년 정도 배틀그라운드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열심히 하면 페이커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부모님께 프로게이머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반대하시더라고요. 대신 얼리액세스 시절에 랭킹 리더보드가 있었는데, 거기서 1등 하면 밀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부모님은 아직 모르시지만, 담임 선생님께 프로게이머 준비한다 얘기하고 며칠 학교 안 나가고 3~4시간 자면서 게임만 했어요. 시즌 막바지에 결국 1등을 찍었죠. 그렇게 시작했어요.

살: 중3 때 친구가 추천해서 배틀그라운드를 접했어요. 처음엔 집 컴퓨터 용량이 부족해서 못 했죠.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해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3인칭 위주로 하다가 실력이 좋아져서 자연스럽게 1인칭으로 넘어오고 스크림(연습 경기)을 하게 됐어요. 스크림 하다 보니까 프로 선수들이랑도 게임 하게 되고, 눈도장이 찍혔죠. 원래 어릴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어서 다른 생각 없이 준비했어요.
 
살루트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실력으로 유명했는데, 본인도 알고 있었어요?
살: 조금 알고 있었어요 (웃음) 스크림 할 때, 한 번씩 프로팀 코치님한테 DM이 오더라고요.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서 입단을 못 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프로로 데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살루트 선수가 첫 프로팀으로 다나와 e스포츠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살: 제일 처음에 연락 온 곳이 다나와 e스포츠였고, 실력 있는 멤버들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데뷔 전에 서울 형 매드 무비 몇 개 봤었거든요. 스크림에서 총을 맞아 본 적도 있었고요. 서울 형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웃음) 제가 총 잘 쏘는 사람을 엄청 좋아해서 끌렸어요.

서: 살루트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코치님이 제게 살루트를 영입하려고 하니 네가 한번 알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살루트를 잘 몰랐어요. 주변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웃음) 디스코드에 살루트를 불러서 같이 게임을 해보니 잘하는 거예요. 그런데 두 판 정도 하더니 이제 자러 가야 한다면서 가버렸어요. 그래서 코치님한테 ‘잘하긴 하는데 저희랑은 하기 싫은가 본데요?’라고 말했었죠. (웃음)
 
살루트 선수, 그때 진짜 자러 간 거 맞아요? 다른 팀이랑 한 건 아니죠? (웃음)
살: 진짜 자러 갔어요. 그때 부모님께서 11시까지만 게임 하게 해주셔서… 안 그럼 컴퓨터 부순다고 하셨거든요. (웃음)

서울 선수의 닉네임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커뮤니티에서 서울 선수는 글로벌 대회에서 닉네임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서: 당시 닉네임 앞에 ‘kor’ 붙이는 게 유행이었어요. 문득 서울이 떠올라서 정했죠. 나중에 의미를 부여했어요. 내가 정말 잘하면 프로게이머로 서울 홍보대사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포털에서 서울 검색하면 내가 먼저 나올 때까지 해야겠다. 그러다 만약 수도가 세종시로 바뀌면 세종으로 닉네임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웃음)
 
서울 선수, 2018년에 데뷔했는데 거쳐온 팀이 꽤 많아요.
서: 제프로카 선수가 T1 공개 오디션 통해서 데뷔했잖아요? 아무도 모를 텐데, 저는 거기서 5등 했거든요. 그 후 루나틱하이에서 좋은 기회가 와서 프로로 데뷔했어요. 루나틱하이가 엘리먼트 미스틱으로 바뀌어서 한 시즌 하고 미디어 브릿지로 가게 됐죠. 거기서 PKC 성적이 괜찮아서 잘해보려 했는데, PKL에서 곤두박질치고 미디어 브릿지 스퀘어로 합병됐어요. 그 후 이엠텍을 거쳐 다나와로 왔어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소속 팀의 상황 때문에 많은 변화를 겪었네요.
서: 그렇죠. 이제 합 맞춰서 좀 보여줘야겠다 싶으면 바뀌고. 미디어 브릿지에서도 연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합병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사 가야 한다고. 제 의지와 다르게 움직인 적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서: 선수 생활하면서 번아웃이 두 번 정도 왔는데, 팀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냥 나도 대학도 다녀보고 평범하게 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럴 때마다 프로 데뷔 준비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내가 이걸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떠올렸죠. 성적 때문에 속상할 때면, 팀원들에게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 좀 더 노력해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스스로에게도 똑같이 이야기했고요.
 
팀 운이 좋았다면 국제 대회도 경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 않았나요?
서: 예전에는 팀 탓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제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대회 경험을 못 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나와 e스포츠에 있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내가 잘해서 성공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다나와 e스포츠가 잘했으면 좋겠어요. 스포트라이트 욕심도 없어요. 안 보이는 곳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고, 팀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현재 주장을 맡고 있어서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서: 제 롤모델이 김연경 선수와 코비 브라이언트 선수예요. 성적이 잘 안 나오면 다들 자책하고 조금 분위기가 다운될 수밖에 없는데, 이걸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고 싶어요. 요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살루트 선수, 특유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이 화제예요.
살: 좋게 말하면 패기 넘치는 건데, 제가 좀 생각 없이 감성적으로 돌격하는 스타일이라서… 약간 ’무지성 푸시’거든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렇게 게임을 해서 잘 고쳐지지 않아요. 좀 침착하게 안정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서: 살루트의 무지성 푸시가 나올 때면 좀 잡아 주려고 노력해요. (웃음) 게임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브레이크를 걸죠.
 
살루트 선수는 이노닉스 선수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요?
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딱히 없고요. T1의 빈 선수와 친해서 걔 만나면 무조건 확킬부터 찍고 싶어요. 무지성 확킬이죠. (웃음) 그리고 NCT의 로이 선수를 눈 여겨 보고 있어요. 실력이 좋아서 기대돼요.
 
서울 선수, 아까 본인이 아싸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친한 선수들이 궁금해요.
서: 프로 선수들끼리 디스코드에서 경쟁전 할 때도 제가 정말 진지한 편이라서, 그렇게 친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아싸기 때문에… (웃음) 살루트도 저랑 비슷한 아싸예요.
 
제프로카 선수, 렉스 선수도 성향이 비슷한가요?
서: 아뇨. 렉스는 인싸예요. 친한 사람도 많고, 생긴 대로 놀죠. (웃음) 제프로카는 좀… 글로벌해요. 중국 선수들이랑 게임 자주 해요. 중국어 못하는데 배우면서 하더라고요. 가끔 연습실 가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려요. (웃음)
 
두 분, 커뮤니티 모니터링도 자주 하시나요?
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갤러리 가끔 보는데 거기 정확도가 높더라고요? 가끔 찌라시 올라오는데 맞는 게 많아서 신기했어요. (웃음)

살: 저도 자주 봐요. 제가 경기 중에 이상하게 죽을 때가 많은데, 그게 화면에 잘 안 잡혀서 욕을 안 먹는 것 같아요. (웃음) 진짜 다행이에요.
 
요즘 개인 방송을 활발하게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방송으로 팬들을 만날 계획은 없나요?
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라 아직 계획은 딱히 없어요.
서: 개인 방송을 하는 것도 자격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프로 선수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개인 방송하면서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승하고 나서 방송하고 싶어요.

앞으로 두 분의 목표가 궁금해요.
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싶은데, 이미 커리어가 쟁쟁한 선수들이 많잖아요. No.1을 꿈꾸는 건 조금 비현실적이고, 대신 국내에서 실력 좋은 선수를 이야기할 때 늘 손에 꼽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살: 은퇴하기 전에 경기장에서 트로피를 많이 들어보고 싶어요.
 
그럼 다나와 e스포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 올해를 다나와의 해로 만들고 싶어요. 위클리 파이널 2주 차 4치킨이 대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무덤덤했는데, 계속 경기하다 보니까 그때 정말 어떻게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제가 자기 전에 이상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랜드 파이널 우승하고, PCS 우승하고, PGC에서 최종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을 밤마다 해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지만, 그래도 서로의 실수를 보완해주면서 모든 게임을 후회 없이 풀고 싶어요. (편집자 주: 인터뷰를 하고난 뒤 다나와는 위클리 파이널 5주차에서도 4치킨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살: DM으로 응원 메시지가 오면 정말 힘이 돼요. 늘 감사하고,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계속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서: 응원도 좋고 욕도 상관없어요.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못한다 계속 관심 갖고 마음껏 말해주시면 좋겠어요. 모든 말이 감사하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다나와라서 괜찮다’는 생각을 팬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올해 다나와 코인 타시면 후회 없게 만들어 드릴게요. 팬들이 배틀그라운드를 더 재밌게 보실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울 선수, 살루트 선수와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다나와 e스포츠의  찐팬이 되어버렸다. 각각 22살, 19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주관을 들려주었는데. 특히 서울 선수가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가 매우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배울 점이 많은 그들을 보며 다나와 e스포츠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거라는 깊은 확신도 생겼다. 그들이 꿈을 이루길 간절히 응원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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