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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아니더라도, 인디게임의 힘

매일 쏟아지는 디지털 게임은 그 종류와 수가 매우 다양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하기 위해 스토어에 방문하면 인기 순위 차트를 보게 되죠. 우리는 주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들을 먼저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 가장 좋은 게임이라는 등식은 매번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혹은 홍보와 마케팅 비용에 따라서 그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규모 개발비를 들여 훌륭하게 뽑아낸 이른바 ‘AAA급 게임’들만이 우리의 재미를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인디게임이라는 분야도 있으니까요.

인디게임이란 무엇인가?

인디게임이라는 말의 뜻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인디게임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죠. 먼저 다른 매체에서 인디라는 접두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봅시다. 인디 음악, 인디 영화, 인디 출판… 대체로 큰 자본이 이윤을 노리고 만들 때 발생하는 한계, 그 너머의 창의성에 집중하는 경우 ‘인디’라는 말이 붙습니다.

게임에서의 ‘인디’도 그러합니다. 많은 인디게임은 큰 자본이 투여되지 않더라도 구현 가능한 재미 요소들을 만들어냅니다. 소소한 아이디어 하나, 아주 작지만 너무 참신한 설정 하나가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과 규칙을 통해 게임에 녹아듭니다.

‘저니’, ‘언더테일’… 빛나는 인디게임들

예를 들어 살펴보죠. 2012년 플레이스테이션 3 플랫폼을 통해 처음 선보인 ‘댓게임컴퍼니’의 어드벤처게임 ‘저니’는 작은 용량에 대사도 없는 심플함 속에서 풍부한 퀄리티를 선보였습니다. 담담한 이야기 진행을 담아내며 2012년 GOTY(Game of the Year) 57개를 쓸어 담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죠.

이제 게이머들 사이에서 밈으로도 유명한 인디게임 ‘언더테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존의 게임 내러티브를 비트는 참신한 시도를 통해 많은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언더테일 또한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자금을 모은 인디게임입니다. 8비트 시절이 떠오르는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의 깊이가 만만치 않아 역시 최고의 게임을 꼽을 때 자주 등장하죠.

대표적인 명작으로 거론되는 인디게임 ‘저니’(왼쪽)와 ‘언더테일’(오른쪽). 이미지 출처: 온라인 게임 스토어 이미지

창의성이 잉태되는 인디게임 ‘씬’

인디게임들은 초호화급 자원을 투여해 개발된 메이저급의 게임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게임의 핵심이 그래픽이나 사운드가 아닌 게임의 규칙과 세계관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게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이른바 인디게임 ‘씬’이 수행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산업이 점점 큰 규모로 발전하면서, 이른바 ‘돈이 되는 게임’에만 대규모 자본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이머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비단 한 장르, 한 포맷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수익 문제 때문에 하나로 집중되어가는 게임판에서, 인디게임은 창의성의 공간을 보장하는 든든한 배지로 작용합니다.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디게임 페스티벌

다양한 온라인 스토어에서 많은 인디게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디게임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제공하거나, 인디게임이라는 태그로도 검색할 수 있죠. 그리고 현재 인디게임의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들도 있습니다.

국내 인디게임 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인 ‘부산 인디커넥트’가 대표적입니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인디게임들도 다수 참가하는 대형 인디게임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올해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부산항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며, 홈페이지에서 출품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크래프톤이 이번 부산인디커넥트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는 사실!

규모는 더 작지만, 훨씬 실험적인 작품들로 가득한 인디게임 행사로는 ‘아웃오브인덱스’가 있습니다. 이것이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기괴하고 재기발랄한, 말 그대로 실험적인 게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공간입니다. 올해 10월 26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 ‘부산인디커넥트’(왼쪽)와 ‘아웃오브인덱스’(오른쪽).
올해는 각각 9월과 10월에 열린다. 이미지 출처: 부산인디커넥트 홈페이지, 아웃오브인덱스 홈페이지

게임 콘텐츠의 보석광산, 인디게임

전쟁용 미사일 탄도 계산을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라는 기계로 이렇게 다채로운 놀이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아직 등장하지 않은, 그러나 언젠가는 등장할 다양한 놀이의 규칙들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판 삼아 우리 앞에 새로운 게임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인디게임이라는 이름은 그 다양성을 채굴하는 거대한 광산과 같은, 게임 콘텐츠 분야의 기초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힘입니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grolmar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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