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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핵심 재미에 집중하다, 드림모션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사 ‘드림모션’이 독립 스튜디오로 크래프톤에 합류했다. 드림모션은 ‘건스트라이더: 탭 레볼루션’, ‘로드 투 발러: 월드워2’를 제작하며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그들의 성공 비결, 그리고 크래프톤에서 그리는 미래를 들어 보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두 분 소개 부탁합니다.
이준영(이하 이): 드림모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영입니다. 과거 블루홀에서 5년 넘게 재직하며 테라 게임 디자이너로 일했는데요. 회사를 나와 류성중 기술이사님과 의기투합해 드림모션이라는 게임 회사를 창업했고, 다시 크래프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류성중(이하 류): 기술이사 류성중입니다. 저도 블루홀에서 테라 클라이언트 개발 팀장으로 9년가량 일했어요. 이준영 대표님과 드림모션을 시작하고 여기까지 왔네요.

두 분이 드림모션의 창립 멤버이신 거죠?
이: 네. 시작할 때는 저희 둘이었어요.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2016년 4월 12일에 시작했습니다.
류: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둘이 노트북 놓고 시작했죠.
 
블루홀 재직 시절부터 마음이 맞으셨나 봐요.
이: 제가 블루홀 입사했을 때 스물일곱 살이었어요. 5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미 류성중 이사님은 클라이언트 개발 리드 팀장으로 높으신 분이었죠.

류: 그렇죠. 누군지 몰랐어요. (웃음)

이: 5년 넘게 함께 테라를 개발하면서 많이 지지고 볶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신뢰도 쌓였고요. 이 사람과 함께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류: 저는 창업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블루홀 퇴사할 때도 혼자 인디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준영 대표님의 꼬임에 넘어갔죠. 집 앞까지 찾아와서 ‘나 같은 또라이 두 번 못 만날 수 있다’라고 설득하더라고요. (웃음) 망하더라도 2년 정도 이준영 대표와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인생은 창창하니까요. 그렇게 5년이 지났네요.
  
그렇게 시작된 ‘드림모션’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신다면?
이: 우리의 방식대로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거라 비전을 뚜렷하게 정했어요. ‘핵심 재미에 집중한 고품질의 게임을 누구보다 빠르게 만드는 것’이었죠. 스타트업은 시간과 돈, 모두 부족하잖아요.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한 비전이죠. 그 결과, 게임 3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습니다.

류: 드림모션에서 만든 게임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핵심 재미가 살아있고, 버그도 없고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저희가 바라는 거예요. 지금까지는요.
 
현재 드림모션의 인원은 총 몇 명인가요?
이: 24명이에요. 첫 게임 제작할 때는 저희 둘에 네 분이 함께해서 여섯 명으로 시작했는데, 게임 3개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4배 늘었죠. 처음 ‘건스트라이더: 탭 레볼루션’을 출시하고, 제대로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일했던 분 중 괜찮은 분들께 컨택해서 모셔왔어요. (웃음) 당시 판교에서 저랑 만나고 있는 게 목격되면 회사 내부에서 이야기가 돌 정도였죠.

드림모션의 첫 게임, 건스트라이더는 어떤 게임인가요?
류: 건스트라이더는 6명이 6달 동안 개발한 첫 게임이에요. 화면에 적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적들을 터치해서 잡는 리듬 게임 같은 게임이에요. 실루엣 스타일 아트가 독특했죠. 구글 피쳐드에 선정되면서 한 달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어요. 이렇게 잘 될지 몰랐죠. 당시에 모바일 게임이 워낙 많이 출시되니까, 우리가 제대로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애초에 접근성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 저는 100만 다운로드 예상했어요. 핵심 재미,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어요. 막연하게 이런 게임을 만들면 성공할 거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 게임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정말 끊임없이 몰입하고 고민한 결과였죠.
 
건스트라이더 성공 후 연이어 출시한 ‘로드 투 발러: 월드워2’,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도 소개해주신다면?
이: 건스트라이더가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지만, 매출은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본전을 찾는 수준이었죠. 그때 시장에서 돈을 버는 BM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당시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장르는 RPG와 전략이었어요. RPG는 아무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략으로 장르를 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가져왔죠. 로드 투 발러 개발에 14명 정도 참여했고, 16개월 동안 제작해서 2019년 1월에 출시했어요. 누적 다운로드 250만을 찍고, 매출도 잘 나와서 회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틀이 된 게임이에요.

류: 세 번째 게임이 올해 1월에 출시한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에요. 로드 투 발러가 잘 됐지만, 여전히 배고팠죠. RPG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물량과 퀄리티로 승부하는 RPG는 저희가 만들기 어려우니 핵심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갔어요. 현재 누적 다운로드 450만을 넘어섰고, 상상도 못 한 매출을 끌어냈어요.
 
로닌의 대성공을 두 분 모두 예상하지 못하셨나요?
류: 저는 사실 로드 투 발러의 차기작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진행이 어려워서 중단했거든요. 다음 해로 계획된 로닌을 앞당겨 급하게 제작했죠. 가교 역할을 하는 게임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이: 저 혼자 유일하게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로닌은 12명이 1년 동안 개발한 게임이에요. 개발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많았지만, 게임의 색깔에 대한 책임은 PD가 지는 거니까 밀어붙였죠. 로닌은 정말 ‘배우기는 쉽지만 숙련하기는 어려운 게임’이에요. 막상 그런 게임이 흔치 않거든요. 그런 부분이 유저에게 어필이 된 것 같고, 사무라이 스타일에 맞는 수묵화 스타일의 아트가 유효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믿음 하나로 게임을 개발해요. 드림모션에서 출시한 모든 게임이 성공을 거뒀는데, 비결이 있을까요?
이: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돈과 시간이 부족해 항상 괴로웠는데, 일단 빠르게 개발하면 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요. 그럼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생기죠. 그리고 가장 큰 비결은 어려웠던 시절에 드림모션에 합류해 주신 분들이에요. 우리의 상황을 공감해주고, 함께 빠른 실행력을 보여주셨죠.

류: 이준영 대표님이 큰 역할을 했어요. 빠른 실행력, 퀄리티 높은 개발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방향을 잡고 끌고 가는 리더가 필수거든요. 이준영 대표님이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게임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했어요. 실무자들은 ‘무슨 말 하는 거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웃음) 본인 머릿속에는 명확하게 있었던 거죠.

로닌 제작할 때도, 수묵화 스타일로 가야 한다는데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었어요. 레퍼런스로 만화책 그림을 보여줬거든요. 개발 초반에는 혼란이 많았지만, 진행되면서 실무자들도 큰 그림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어요.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블루홀을 나왔지만, 막상 운영해보니 부딪혔던 난관도 있었을 것 같아요.
류: 스타트업은 의사 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요. 과거 함께 경험했던 문제를 이준영 대표님과 자주 이야기했어요. 빠른 결정, 강한 드라이브, 개발력 지원 등, 드림모션은 이런 것을 갖춘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운영해보니 난관이 정말 많았어요.

이: 회사의 재무 상태 등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죠. 나오고 나서 알게 됐어요.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이 얼마나 따뜻한 곳이었는지. (웃음) 제가 불만을 가졌던 그때 회사의 결정이 이해되기도 했고요. 퇴사 후에 크래프톤 의장님, 다른 리더분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이번에 드림모션이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로 합류했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저희가 돈을 벌기 위해서 드림모션을 창립한 게 아니에요. 심플하게 우리 게임을 만들고 싶었죠. 로닌이 잘 되고 많은 곳에서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어요. 크래프톤도 그중 하나였고요. 많은 제안 중, ‘핵심 재미에 집중한 고품질의 게임’을 만든다는 현재 비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감동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한 선택지를 골랐어요.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했죠. 블루홀에서 나와 시작했지만, 다시 크래프톤이라는 큰 배에 올라타서 게임 개발자로서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류: 원하는 게임은 만들었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경영에 대한 압박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경영자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계속 게임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뺏기는 게 싫었어요. 게임 제작 하나만을 보고 결정한 거죠.
 
크래프톤의 드림모션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이: 로닌에 집중하면서 중단했던 로드 투 발러의 후속작을 다시 개발할 거예요. 그리고 큰 게임은 아니지만 2~3년 안에 감동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감동으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조금만 해주신다면?
이: PC 플랫폼. 여기까지만 할게요. (웃음)
 
마지막으로, 두 분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류: 음, 크래프톤의 대표? (웃음) 농담이고요. 블루홀에서 나와서도 커리어가 쭉 이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변하지 않았고요. 크래프톤에서 책임감 있게 의사 결정하는 밀도 있는 게임 개발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일단 게임을 계속 개발할 거예요. 제 꿈이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적은 없어요. 대표이사는 제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으니까요. 게임 개발을 놓는 순간 저는 그냥 백수가 될 겁니다. (웃음) 그래도 희망 사항은 있어요. 게임 개발자는, 프로는 게임으로 이야기해야 하니까 게임을 만들 거고 게임으로 성과를 잘 내서 드림모션을 본사로 만드는 것? (웃음) 그 정도 꿈은 가지려고요.

드림모션 스튜디오의 이준영 대표
드림모션 스튜디오의 류성중 기술이사

“크래프톤과 다시 함께 하는 이유는 심플합니다. 저희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에요. 우리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게임 회사 창업 5년 만에, 모두가 놀라워한 성공의 비결은 단순했다. 게임 제작에 대한 열망과 몰입, 그뿐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난관 속에서 이러한 에너지를 변함없이 밀고 가는 것은 심플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핵심 재미에 집중하며, 그들이 원하는 핵심 가치에도 집중한 드림모션. 드림모션이 크래프톤과 만나 발휘할 시너지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의 다양한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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