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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에서 10년 동안 롱런한 사람들

얼마 전 책 <크래프톤 웨이>가 출간됐다. 10년 동안 크래프톤이 어떻게 실패를 극복하며 도전을 이어왔는지 엿볼 수 있는데. 회사의 스토리를 읽어 나가며, 문득 크래프톤 구성원들의 10년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한 회사를 10년 동안 다니는 건 쉽지 않다. 특히 게임 업계는 매년 빠르게 변화하기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크래프톤에서 10년 동안 동반 성장해 온 4인에게 물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크래프톤을 선택할 건가요?”

펍지 New State의 아웃 게임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는 김덕경입니다. 채팅, 리전 변경, 운영 툴 등 게임 외적인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크래프톤의 테라 QA팀에 입사했고, 이후 테라 한국 라이브 기획, 대만과 중국에서 테라 런칭을 기획하고 던전 개발도 했습니다. 중간에 스타트업으로 한 번 이직했었는데, 다시 펍지 스튜디오로 돌아왔죠.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는 크래프톤에 정말 많은 프로젝트가 있어 안정적인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달라졌죠. 과거 삼국지의 장비처럼 살았다면 이제는 재야에 있는 복룡봉추처럼 살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특히 과거 테라 전투 라이브 공개 시절이 기억이 남는데요.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창기사로 전투 시연을 했는데, 그때 AI가 미쳐 날뛰는 바람에 캐릭터가 사망했어요. 팀장님의 동공지진을 앞에서 지켜봤었죠. 아직 그 흑역사가 영상으로 남아 있답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크래프톤을 선택하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사 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웃음) 농담이고,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제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지는 크래프톤이었어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죠. 과거 장병규 의장님과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게 ‘덕경 님은 똑똑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신 것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어마어마한 능력자가 아니라도, 내 자리에서 꾸준히 하다 보니 10년 동안 롱런하게 된 것 같아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앞으로도 제 위치에서, 현재 주어진 프로젝트를 열심히 하면서 나아가려 합니다.

크래프톤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대영입니다. 10년 전에는 테라 플레이 테스터 업무를 담당했어요. 유저 관점에서 피드백을 전달하고, 테라 조직 내 테스트&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했죠. 그 후 쭉 게임 디자인 일을 하게 됐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회사가 정말 커졌어요. 과거에는 사람들과 더 가까이 소통했었죠. 과거 테라가 부진을 겪고 있을 때, 김강석 전 대표님이 저를 붙잡고 “테라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럴까요?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더 잘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장병규 대표님이 제가 점심시간에 게임하는 걸 구경하거나, “대영 님은 요즘 어떤 게임 만드는 게 재밌나요?”라고 자주 물어봤던 것도 기억나네요. 그 과정에서 솔직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10년이 지나 이제 저도 많이 변했습니다. 체중도 늘었고, 게임 개발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죠.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 편으로 개발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감이 점점 더 커져서 개발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기억에 남는 일은, 게임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미 익숙해진 유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일이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당일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 비판의 목소리는 줄고 호평이 더 많았는데요. 당시 디렉터님이 “유저가 원하는 것에 반하더라도 우리가 옳다는 것을 믿고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부정적이라면, 그때 다시 바꾸면 된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큰 용기를 얻었어요.

직군위원제도, 인사 시스템, 인사 발령 등 인재 관리에 기반이 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People팀 팀원으로 입사해, 채용, 급여, 평가 등 전반적인 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2016년부터 인사기획팀 팀장을 맡으며 크래프톤과 함께 성장했어요.

10년 전 크래프톤은 강남에 있었는데, 지금은 역삼, 서초, 판교 3곳의 거점을 비롯해 해외 곳곳에 오피스가 있고, 직원 수도 7배 이상 늘었어요. 브랜드와 인지도도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느낌상 입사 당시에는 저도 인사 업무를 잘 모르던 초등학생 같았는데, 지금은 조금은 인사 경험도 쌓여가면서 고등학생 정도 된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배워야 하지만, 구성원의 관점에서 생각하려 노력하며 현장에서 일하는 ‘인사쟁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처음 입사했을 때 부모님께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일한다고 하니, 사진 관련된 회사에 취직한 줄 아시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부모님께서 “신문에서 보니 유명한 게임 회사가 상장 예정인데 너도 아는 곳이니?”라고 물어보시길래 담담하게 아들이 다니는 회사라고 대답했습니다. 기뻐하셨던 부모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구성원들이 함께 협업하며 노력했기에 지금의 크래프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2017년 초, 배틀그라운드가 빠르게 성장할 때 사무실 내 대형 TV를 통해 매일 늘어가는 스팀 동시접속자 수를 모니터링하며 동료로서 정말 기쁘고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HR 본부가 구성원들에게 더욱 신뢰를 주고 발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믿고, 지금도 HR 본부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꼭 얘기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과유불급, 초심’ 이런 말을 좋아하는데요. 최근 모 방송에서 본 ‘성실함도 끼가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크래프톤에서 주어진 하루하루 성실히 잘 해나가고 싶네요.

한국 테라 라이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현규입니다. 테라 QA를 거쳐 사업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이후 한국, 일본, 대만 사업을 거쳐 다시 한국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주니어 시절에는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사수와 리더에게 피드백을 꼼꼼히 받았는데요. 현재는 핵심 이슈만 컨펌을 받고 일의 자유도가 높아진 게 10년 동안의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크래프톤이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보며, 회사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꾸준히 느끼고요.
 
과거 크래프톤에서 서울 나들이 콘셉트 워크숍을 하면서, 어색했던 동료들과 급격히 친해지며 추억을 쌓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10년 동안 함께 일하며 고마운 분들도 정말 많은데요. 제가 사업팀에 합류할 기회를 주신 이희수 님, 제가 퇴사를 마음먹었을 때 잡아 주신 임동균 님, 현재진행형으로 신세를 지고 있는 채규태 님과 김창우 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롱런의 비결은 특별하진 않아요. 10년 동안 크래프톤에서 일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차분하게 대처하고, 이 또한 지나간다고 스스로 마음을 많이 다잡았던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을 돌이켜 봤을 때 좋았던 기억이 대부분이라, 1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크래프톤을 선택할 것 같네요. 앞으로도 크래프톤에서 스스로 업무 역량과 범위를 확장해나가며,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치는 사업 담당자가 되고 싶습니다.

예상했겠지만, 크래프톤 구성원들의 ’10년 롱런’ 비결이나 팁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그들.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성실함이라는 끼를 무기로 다양한 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크래프톤의 구성원들이 묵묵히 걸어오는 길을 [피플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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