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 지수보이. 매 경기 냉철한 분석과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곁들인 ‘명품 해설’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2017년부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와 함께한 지수보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해설가님. 크래프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7년부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해설하고 있습니다. 김지수입니다.
배틀그라운드 해설가가 되기까지의 히스토리가 궁급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어요. PC방, 도서관 아르바이트, 건설 일용직으로도 일했죠. 은행 청원경찰 일도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금방 그만뒀어요. 개인 방송을 시작했는데 마침 배틀그라운드가 나왔습니다. 한창 배틀그라운드 게임 방송을 할 때,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던 김동준 해설님이 아프리카 TV에 중계진으로 추천을 해주셨고, 아프리카 TV 채정원 본부장님께서 영입 제안을 해주셔서 이스포츠 해설가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어릴 때부터 게임이 취미였나요?
제가 5살 때 아버지께서 10만 원에 사 오신 삼성 겜보이로 게임을 시작했죠. 이후 쭉 하드코어 유저였어요. (웃음) 한때 프로게이머도 꿈꿨지만, 실력이 미천해 게이머로 남기로 했죠.
‘지수보이’라는 닉네임은 보이 시절에 만드신 거죠?
그렇죠. 중2병 걸렸을 때 만들었습니다. (웃음) 이제 ‘보이’는 아니지만,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갖고 살자는 의미로 계속 쓰고 있어요. 잘 지은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별명도 재밌게 지어 주시거든요.
배틀그라운드 한 종목만 전문적으로 해설하고 계세요. 다른 종목 해설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해설가 분들은 워낙 경력도 많으시고 출중하셔서 여러 종목을 해설하셔도 무방한데, 저는 그렇게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요. 아직 다른 종목 해설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만 해설하며 얻는 것도 많아요. 로열티랄까? 팬분들이 지수보이를 기억해주시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 다양한 게임 중, 왜 하필 배틀그라운드였나요?
원래 FPS 게임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어요. 처음 배틀그라운드 나왔을 때, 이거다 싶었죠. 전장도 넓고, 최후를 맞이하는 서클이 무작위라서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게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빠져들었죠.
배틀그라운드 전문 해설가로 활동하시기 때문에 게임의 흥망성쇠와 커리어가 아주 밀접한 관계일 것 같은데.
제가 다른 캐스터, 해설가분들과 자주 부르는 노래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인데요. (웃음) 처음 도입부가 ‘영원한 건 절대 없어~’로 시작해요. 정말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그래도 배틀그라운드가 워낙 탄탄한 게임이라 불안하지는 않아요. 요즘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해서 영화도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에 계속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중계에서 지수보이의 외장하드 데이터가 자주 언급돼요. 경기 분석을 꼼꼼하게 하시는 것 같은데.
제 PC에 지금까지의 대회 자기장, 선수 동향, 패치 내역 등 다양한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어요. 요새 통합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생겨서, 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죠. 제 역할이 경기를 분석해서 시청자분들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기도 있고, 선수들이 많아서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
지역 대회 이벤트, 등장인물이 많죠. 시즌 중에는 종일 경기 챙겨보고 분석해요. 저희 집 PC가 2대, 모니터는 3대거든요. 각종 경기와 개인방송을 동시에 띄워서 봅니다. 특히 개인 방송 갓 시작한 선수들 위주로 챙겨 봐요. 비시즌에는 제 유일한 취미인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쉽니다. (웃음)
배틀그라운드 초기부터 해설하셨는데, 해설가로서의 데뷔 경기 기억나시나요?
당시 여러 대회가 동시에 열렸기 때문에 정확히 하나를 말하기 어렵네요. 기억나는 건, 박상현 캐스터님과 두 명이서 중계했다는 거예요. 다음 회차에 김동준 해설님과 셋이서 완전체로 중계를 했죠. 그분들과 가장 오래 일했는데,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셨어요. 제가 벌벌 떨 때 베테랑 두 스승님께서 저를 잘 이끌어주셨죠.
처음 중계에 나섰던 무렵, 제가 부족한 게 있으면 박상현 캐스터님과 방송인으로서 갖춰야 할 스킬과 마인드, 각종 노하우들을 전수해 주셨고, 김동준 해설께선 단어와 문장, 해설의 기본, 또 제가 엇나가지 않도록 모든 부분들을 카리스마 있게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제게 축적되어 여기까지 왔네요. 두 분 모두 제가 평생 감사해야 할 은인이자 스승님이시죠.
최근 저스티스 해설가, 비노 해설가님이 후배(?)로 들어오셨는데, 그때와 비슷하게 이끌어주시나요?
네.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분들은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게임의 이해도는 최상이에요. 그런데 가끔 제가 과거에 실수했던 것을 똑같이 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때 상현이 형과 동준이 형을 생각하면서, 기억을 살려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종종 중계하면서 돌발 상황도 생길 것 같은데. 가장 곤란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선수 개인 PC의 문제로 대회가 지연될 때 조금 당황스럽죠. 사운드가 비지 않게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대본이 없으니까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나 재밌는 이야기를 그때그때 하면서 시청자분들을 달래 드리죠. 워낙 박상현, 채민준 캐스터님, 신정민 해설님과 오래 호흡을 맞춰와서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이렇게 받아주겠지 하고 예상이 되거든요. (웃음)
시청자들이 대회 중간에 나오는 중계진의 PPL 장면을 즐거워해요. 따로 준비하시는지?
준비는 따로 안 하고요. 쉬는 시간에 느낌 가는 대로 살짝 맞춰봅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서 핫XX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 (웃음) 저는 하얀색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2017년부터 계속 달려오셨는데, 지금까지 중계하시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있어요. 한번은 제가 오징어회를 잘못 먹어서 배를 부여잡고 3일 동안 중계한 적이 있어요. 이제 평생 오징어회는 안 먹을 겁니다. (웃음)
그건 오징어회가 범인이네요. (웃음) 원래 기복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신가요?
힘들어도 티를 안 내는 성향이긴 해요. 요즘 체중이 많이 늘어서, 체력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여섯 매치 중계하다 보니까 마지막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때가 있거든요. (물론 핫XX를 마시고 부활할 수 있지만) 어쨌든 큰 기복 없이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서 체력 관리가 주 관심사입니다. (웃음)
지금까지 해설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제가 해설을 잘해서 뿌듯하기보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가장 기뻐요. 그리고 선수들이 제 해설대로 플레이할 때, ‘아 그래도 선수들의 마음을 읽었구나’라는 생각에 좋은 것 같습니다.
‘펠레보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꼭 말씀드리고 싶었는데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웃음) 과거에 제가 ‘절대로’라는 단어를 많이 썼어요. 단정 짓는 해설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극복하더라고요. 요즘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펠레보이라는 별명은 애증의 산물 같은 거죠. (웃음)
해설가님도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은 있으시죠? 밝힐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와 팀을 응원합니다. 예전에 해설할 때, 모 선수 극찬을 많이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초기이기도 했고, 당시 정말 주변을 압도하는 실력을 자랑했거든요. 그러다 자칫 특정 선수만 편애한다거나 다른 선수들 이야기를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런 태도를 경계하고, 선수들과 팀의 경기력 위주로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럼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최근 주목하는 팀이 있다면?
두 팀이 있는데요. GPS 기블리와 다나와 e스포츠. 신인과 베테랑, 신구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팀인 것 같아요. 렌바, 서울, 살루트 선수의 개인 성적도 뛰어나서 두 팀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폼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올해 상반기를 리뷰한다면?
PCS 4 아시아 기준으로 얘기할게요. 일단 중국 팀들이 경기와 룰에 대한 분석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요. 운영 부분에서 오래 고민한 흔적이 보여요. 대한민국에도 인재가 많지만, 화수분처럼 솟아 나는 중국의 신예 선수들을 보며 조금 부럽기도 하고요. 피곤하고 힘들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이 역경을 잘 이겨내서 2021년에는 기세를 가져왔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김지수 해설가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가 살면서 뭘 하겠다고 생각한 게 그대로 흘러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선택의 결과잖아요. 예측하고 계산해서 잘 풀린 적이 없었죠. 앞으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팬, 선수, 관계자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계속 찾게 되고는 중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중계진은 e스포츠의 주연은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 함께 호흡하는 시청자가 주인공인데. 하지만 e스포츠라는 드라마의 서사를 전달하는 힘은 그들에게서 나온다. 선수들과 시청자를 이어주며, 경기를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하는 김지수 해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해설 = 지수보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긴 건 이미 우리가 그의 해설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힘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거다.
곧 PWS 동아시아 Phase 2가 시작된다. 친근한 지수보이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컬처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