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 위클리 시리즈(PUBG WEEKLY SERIES: EAST ASIA, 이하 PWS)’ 페이즈 1 3위,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PUBG Continental Series, 이하 PCS) 4 Asia 준우승. 올해 다양한 국내외 대회에서 무서운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기블리 e스포츠의 람부, 애더 선수를 만났다. 기블리 e스포츠는 ‘현재 가장 폼이 좋은 팀’으로 거론되며 많은 팬들이 그들에게 열광하고 있는데. PCS 4 Asia 종료 후 휴식기를 가진 두 선수를 만나 기블리 e스포츠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크래프톤 블로그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람부(이하 람): 안녕하세요. 기블리 e스포츠에서 메인 오더를 맡은 람부입니다.
애더(이하 애): 기블리의 애더입니다.
PCS4 종료 후 휴식기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람: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서 잠깐 쉬다 왔어요. 예전에 휴가를 길게 다녀왔더니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이번에는 친구들 만나면서 연습도 쉬지 않았어요.
애: 고향인 광주에 다녀왔어요. 풀빌라에 가서 제대로 힐링하고 왔습니다.
PCS4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했어요. PCS4를 돌이켜 봤을 때,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람: 이전에는 WWCD룰(일명 치킨룰)에 적응을 못 한 상태였어요. 치킨룰은 매 순간 판단이 아주 중요해서 다른 팀경기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그게 맞아떨어져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괜찮게 흘러간 것 같아요.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GFY에 창고를 빼앗겨서 치킨을 못 먹은 경기? 그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애: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면서 킬 1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기에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한 끗 차이로 2등을 해서 가장 아쉽죠.
PWS 페이즈 1 위클리에서는 크게 활약하지 못했어요. 그랜드 파이널에서부터 기세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람: PWS 초반에는 슈퍼룰 때와 비슷하게 교전 지향 운영 방식을 고수했어요. 마지막 서클 때 저희가 주도권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한 팀을 먼저 빠르게 정리를 하고 그다음에 치킨을 목표로 하는 방법을 주로 썼죠.
이후에 치킨룰에 맞게 첫 번째 서클 운영 전략부터 아예 바꿨어요. 만약 마지막 서클에 네 팀이 살아 있다면, 서클 안쪽에 있는 팀들이 이이제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끝까지 서클을 쓰는 방향으로 바꿨죠. 조금 수비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 전략을 토대로 PCS4까지 쭉 플레이했죠.
WWCD룰(일명 치킨룰)에 대한 두 분의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애: PCS4가 예전 룰이었다면 우승을 쉽게 가져갔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죠. (웃음) 그래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치킨룰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람: 스트레스를 더 받긴 해요. 아무래도 치킨을 먹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지니까… 메인 오더로서 정말 초반에 게임이 터지면 정신적인 소모가 크더라고요.
올해 초, 애더 선수가 합류했어요. 초기 팀원들의 합, 그리고 현재 합에 대해 얘기한다면?
람: T1의 오더와 기블리의 오더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요. 처음에 애더 선수가 오고, 안 맞지는 않았는데 뭔가 살짝 어긋난 느낌이 있었죠. 근데 애더 선수 두뇌가 워낙 출중해서 알아서 적응하더라고요. 솔직히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고 케어도 잘 안 했어요. (웃음)
오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애: 당시 T1의 오더였던 스타로드 선수는 다소 수비적인 성향이 있고, 람부 선수는 공격적이고 교전을 좋아해요. 철두철미하게 싸울 각을 보면서 오더 하죠.
곧 PWS 페이즈 2가 진행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애: 선수 개인의 기량은 다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쉬다 왔으니 빠르게 폼을 회복할 예정이고요. 페이스에 잘 휘말린다는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 중이에요. PWS 페이즈 2, PCS 5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기블리 e스포츠 팀 컬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애: 기블리 e스포츠는 전지전능한 팀이다! (좌중 웃음) 뭐, 솔직히 교전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방면에서든 저희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해요.
이제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려 하는데요. 두 분 모두 2018년에 데뷔했어요. 그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애: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웹 디자인과 코딩을 했죠. 취업 준비를 하다가 연습생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주전 기회가 생겼죠. T1에서 1년 반 정도 실력을 쌓고, PGI.S 종료 후 아쉬운 마음이 들어 팀을 나오게 됐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 처음에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애: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님이 게임을 아예 못 하게 했어요. 그래도 꿋꿋이 버티면서 했죠. (웃음) 고등학생 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디자인 외주 일을 했어요. 돈 버니까 게임 해도 뭐라고 안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T1 합격했을 때, 게임단이 아니라 그냥 SKT 기업에 붙었다고 거짓말했어요. (웃음) 나중에 솔직하게 말했는데, 대기업 소속 팀이라 그런지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T1에서 오래 있었기에, 이적 소식을 듣고 팬들이 아쉬워하기도 했어요. 많은 팀 중, 기블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애: 공격적인 플레이와 교전으로 유명했고, 당시 기블리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승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기블리에서 최상의 폼을 찾은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람부 선수는 GC 부산 자이언트,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람: 원래 일본에서 가게를 운영하려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아는 선배가 배틀그라운드를 추천했고, 하다 보니까 스카우트 제의가 왔죠. 집에서 반대했기에 그 팀에는 안 갔어요. 대신 저희끼리 팀을 만들었고, GC 부산의 인수 제의를 받았죠. GC 부산은 후반에 성적이 좋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팀을 나왔어요. 그 후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을 거쳐 기블리로 오게 됐죠. 당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히카리 선수와 URS4 코치님이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줬어요. 지금까지 메인 오더를 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람부 선수에게 기블리는 정말 의미 있는 팀이네요.
람: 그렇죠. 저의 정체성을 찾게 해준 팀이 기블리예요.
그렇다면 애더 선수는 정체성을 찾은 팀이 T1인가요, 기블리인가요? (웃음)
애: 현재 폼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의 정체성을 찾은 팀은 기블리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두 분, 다른 게임의 프로게이머를 준비한 적은 없나요?
람: 전혀요. 배그 하기 전에는 메이플 스토리 했어요. (좌중 웃음)
애: 원래 H1Z1을 했었어요. 같이 스크림 하던 주안코리아, 아쿠아5, 실키 선수가 다 배그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따라갔는데 적성에 맞아서 쭉 하게 됐죠.
보통 팀의 광대 역할을 맡는 선수가 한 명씩은 있던데, 기블리는 어떤 선수가 공식 광대인지 궁금합니다.
람: 스피어 선수가 정말 재밌어요. 공식 석상에서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데, 숙소에서는 제일 웃겨요. 드러내면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부끄럽다고 안 하더라고요.
람부 선수, 일본어에 능하다고 들었어요. 따로 배운 적이 있나요?
람: 예전에 반년 정도 공부했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일본어였어요. 지금은 일본어 선생님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DGW의 SSeeS 선수예요. (웃음) 같이 게임 하면서 친해졌고, SSees 선수에게 일본어를 많이 배웠어요. 확실히 원어민이랑 같이 대화하니까 늘더라고요.
애더 선수는 옷도 잘 입고, 노래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시는 배그 판의 핵인싸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진짜인가요?
애: 핵인싸까지는 아니고, 중싸 정도로 하겠습니다.
람: 핵인싸 맞습니다. 숙소에서 맨날 단독 콘서트 하거든요. 나름 노래 잘해요. 팀원들은 듣기 싫어서 이어폰 끼지만… (웃음)
기블리의 공식 가수, 애더 선수의 애창곡이 궁금하네요
애: 황치열의 <매일 듣는 노래>요. 비의 <LA SONG> 같은 것도 좋아해요. 노래방 가서 분위기를 띄울 때는 싸이의 <나팔바지>도 종종 불러요.
‘공복의 애더’라는 별명이 이제 필수 수식어가 됐는데.
애: 경기 전에 많이 먹은 날에도 ‘역시 공복의 애더’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좌중 웃음) 그래서 그냥 공복이었다고 말해요. 캐릭터가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캠으로 보이는 기블리의 고급스러운 숙소에 대해 팬들이 궁금해해요. 실제로 어떤가요?
애: 넓고 좋아요. 대신 근처에 아무것도 없고, 시내 나가려면 40분 걸려요. 포레스트 뷰에 베란다로 천연기념물이 날아들어 옵니다. 공기도 아주 좋아요. (웃음)
어떤 선수와 방을 함께 쓰나요?
애: 방이 아주 넓어서 네 명이 한방에서 자요. 공간이 많아 불편하지 않아요.
코 고는 사람이 없나 보군요?
애: 가끔 잠꼬대하는 사람이 있지만, 누군지 말하지 않겠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브리핑을 하더라고요? (웃음)
팀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는데, 기블리에서는 어떤 선수가 그런 역할을 하나요?
람: 애더 선수가 멘탈이 강해서 경기가 안 풀린 날에 분위기를 살리려 많이 노력해요.
애: 경기가 안 풀렸던 날이 많아서 노하우가 많습니다. (웃음)
e스포츠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두 분의 멘탈 관리 방법이 궁금합니다.
람: 대회 전날, 심신 안정을 위해 클래식을 들어요. 평소에도 연주회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클래식 들으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애: 얼마 전에 생긴 취미인데요. GTA 5를 하면서 일탈합니다. 사람도 치고… (웃음)
지금까지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람: 프로 선수로 활동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글로벌 대회 때문에 처음 영국 갔을 때 정말 좋았죠. 경기장이 호수 중앙에 있었고, 숙소는 호수 옆에 있었어요. 숙소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지금껏 열심히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계속 글로벌 대회에 진출하겠다는 다짐도 했어요.
애: 2019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약칭 PGC)’가 생각나요. ‘펍지 코리아 리그(PUBG Korea League, 약칭 PKL)’ 페이즈 3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미국에 갔을 때 마음이 벅찼어요.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아주 긴 직업은 아니잖아요. 미래에 대해 생각한 것이 있나요?
애: 아직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그전까지 최대한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전역 후에 디자인을 다시 할지, 코치나 감독직에 도전할지 천천히 고민하려고요.
람: 저도 아직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웃음) 개인적으로 코치로 활동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아마추어 선수나 프로 신인들을 키워보고 싶어요. 뭐, 안 되면 일본 넘어가서 일자리를 찾아봐야죠. (웃음)
기블리 e스포츠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애: PGC 진출은 거의 확정인 것 같아요. PGC 우승이 목표겠죠?
람: 기블리가 올해 준우승만 세 번 했어요. (웃음)2등도 좋은 성적이지만, 우승 욕심이 나요. 그런데 또 저희끼리 계속 2등 할 거면 PGC 가서도 2등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PGC라면 2등도 나쁘지 않잖아요? (웃음)
그럼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로서 두 분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람: 세계 대회 우승 커리어를 만들고 싶어요.
애: 저는… 울면서 우승 인터뷰 한번 해보고 싶어요. (좌중 웃음)
세계 대회 우승 후 눈물의 인터뷰, 꼭 보고 싶네요. (웃음) 두 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람: PGC는 거의 확정되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PWS 2와 인천 챌린지 컵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언제나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 팬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애: 팬분들이 저희 경기를 보고 행복하게 응원하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좋은 성적 낼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늘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람부, 애더 선수와 이야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기블리 e스포츠 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노력하면서 즐기는 자세를 잊지 않는 그들을 보며, 기블리 e스포츠가 대세가 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세계대회 우승 후, 눈물 흘리며 인터뷰하는 기블리 e스포츠의 모습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