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는 유저들이 게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리얼리티와 상관없는 게임도 있지만, 플랫폼과 게임 개발의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현실 혹은 과거의 사실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죠.
이에 발맞춰 게임사들은 인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요소에 장인정신을 발휘해, 리얼리티를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 유비소트트의 어쌔신크리드와 레인보우식스 시리즈,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이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춰 게임을 개발하고 있죠.
완벽히 구현된 자동차,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 산하의 Turn 10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포르자 시리즈는, 포르자라는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호라이즌과 모터스포츠, 두 개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가 아케이드를 강조했다면,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는 극한의 사실성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죠. 그만큼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는 차량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시리즈 초기작부터 시뮬레이션의 성향이 강했으며 충돌, 파손 판정으로 인해 부품이 망가지고 성능에 제약이 발생하는 등 타 레이싱게임에 비해 사실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실제와 흡사한 차량의 가동을 구현한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날씨에 따른 트랙의 상태 변경까지 현실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의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와 함께 현재 레이싱게임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고증 끝판왕, 어쌔신크리드와 레인보우식스 시리즈
유비소프트는 고증 부분에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시대상은 물론, 지형과 건물, 언어, 음식, 인물 등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연구해 반영하고 있죠.
이는 유비소프트의 대표작인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를 필두로, 레인보우식스: 시즈에 추가된 한국 맵 ‘타워’ 등을 통해 한국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경우, 어쌔신크리드: 유니티의 아트 팀이 3D로 세밀하게 재현하기 위해 약 2년 동안 자료를 수집했으며 첨탑은 물론, 지붕을 비롯한 실내 곳곳을 1:1 비율로 재현하는 등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죠.
특히, 올해 4월 화재로 인해 노트르담 대성당이 소실되자 일각에서는 어쌔신크리드: 유니티에 등장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참고해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재현 능력을 자랑했습니다.
한국 유저들에게 유비소프트의 고증에 대한 장인정신이 알려진 계기는 레인보우식스: 시즈에 추가된 한국 맵 타워입니다. 2017년 추가된 맵으로,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 타워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죠.
한국 전쟁 당시의 사진은 물론, 우리나라의 과거 사진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으며 맵에 등장하는 지도에 독도와 울릉도가 한국 영토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 도깨비 스쿠버 식스 스킨에는 천안함 침몰로 목숨을 잃은 47명의 용사를 기리는 ‘47 용사’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세세한 디테일을 통해, 얼마나 고증에 신경 써서 제작했는지 알 수 있죠.
리얼한 총기 사운드, 배틀그라운드
이처럼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게임사는 국내에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있죠. 배틀그라운드는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6관왕을 수상했는데, 수상 내역 중 사운드 부문이 눈에 띕니다.
배틀그라운드는 다양한 사운드 중 총기와 차량 사운드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총기 사운드의 경우, 인게임에서 총소리만 듣고도 어떤 총기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구현되어 있죠.
특히, 게임에서 들리는 모든 총성은 발포한 유저와 총성을 듣는 유저 사이의 거리에 따라 전달 지연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총성의 전달 속도가 초당 340m이기 때문에 총성을 듣는 유저로부터 340m 떨어진 곳에서 격발하면, 총구 섬광을 먼저 본 후 총성은 1초 후에 듣게 될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차량음 역시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타 AAA급 레이싱게임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가속에 따른 변속장치 비율, 엔진 파라미터 등을 실제와 거의 흡사한 수준으로 모델링 했죠.
또한 독일의 저명한 녹음 회사와 협력을 맺어 약 2~3주에 걸쳐 현지에서 직접 정확한 차량을 공수해 음원을 녹음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개발사들은 더욱 현실에 가까운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리얼리티가 훌륭하다고 당장의 평가나 수익이 급격히 높아지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사들이 이토록 리얼리티에 집중하는 건, 제작자로서의 장인정신 때문이 아닐까요?
김동준 게임 인사이트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