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2020년부터 일종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SP2(SPECIAL PROJECT 2)를 운영하고 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게임 개발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거나, 기존의 게임플레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를 증폭할 기회를 찾는 게임 개발팀이 모였다. Batch 1에서 3개 팀이 모였고, Batch 2를 통해 4개 팀이 합류해 총 7개 팀이 SP2에 참여 중이다.
SP2에 참여한 팀들은 딥러닝을 학습하면서 게임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현하며, 해당 게임의 핵심 재미를 증명하는 PoC(Proof of Concept)를 거친다. 이들은 수많은 실패에도 멈추지 않고 시도를 이어 나가고 있다. 크래프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이어나가고자 Batch 3를 모집하기로 했다. Batch 3의 시작에 앞서, Batch 1과 2에 참여 중인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SP2 Batch 1 이야기 바로 가기
[SP2 Story 1] 딥러닝과 로그라이트 RPG가 만난다면?
안녕하세요 O2팀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규선(이하 한): 안녕하세요. SP2 O2팀 팀장으로, PD 역할을 맡은 한규선입니다.
박선영(이하 박): O2팀 개발자 박선영입니다.
O2팀은 딥러닝의 어떤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나요?
한: 딥러닝 분야가 정말 많은데요. 그중 성능이 보장되었고 쉬운 편에 속하는 게 컴퓨터 비전(CV) 분야 입니다.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판별하는 거죠. 저희는 CV를 이용해서 유저가 그림을 그리면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판별해서 아이템을 자동 생성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도끼를 그리면 도끼 아이템이 생성되어 그것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거죠.
현재 진행 중인 아이템이 결정되기 전까지 수많은 아이디어가 오갔다고 들었어요.
박: 처음부터 딥러닝을 활용한 게임아이디어를 내기는 힘들었어요.그래서 자체적으로 팀 내에서 두 명씩 조를 나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고 발표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했어요. 두 달 동안 2주 간격으로 GAN, NLP, RL, CV 등 다양한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봤죠. 총 9개의 게임 아이디어가 나왔고 저희 팀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CV기술을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SP2 프로그램 합류 전에도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게임을 개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딥러닝을 활용한 게임 개발은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한: SP2 프로그램은 딥러닝으로 새로운 게임의 재미를 찾거나 기존의 재미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죠. 딥러닝 지식이 없었기에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게임이랑 연결해야 해요. 가장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재밌는 점이죠. 맨땅에 헤딩하는 거예요.
원래 딥러닝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한: 지식은 없었지만, 딥러닝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직감했죠. 하지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당장 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SP2 제의를 받았을 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박: 저는 솔직히 관심 없었어요. (웃음) 당시 회사 규모가 작아서 인력이 부족했거든요. 뭘 배울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딥러닝이 우리가 만들 게임에 적합할지 판단할 수 없었죠. 그런데 제의를 받았을 때, 뭔가 한 단계 더 나아갈 기회 같았어요.
두 분을 포함해, 기존 스타트업 멤버들이 모두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설득이 필요하지는 않았나요?
한: 제가 처음 세운 원칙이 ‘다 같이 오지 않으면 모두 오지 않는다’였어요. 당시 저희 팀 멤버가 4명이었는데, 아트 담당하시는 디자이너분을 설득했죠. 그 분이 원래 딥러닝에 관심이 많고, 오픈마인드라서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현재 SP2 프로그램 참여 팀 중에 저희 팀에만 아트 직군이 있는데, 강점이 되었죠.
‘꼭 다 같이 합류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팀원들에 대한 믿음도 컸어요. 아무래도 스타트업이 박봉이고 여건도 안 좋아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웃음) 선영님은 5년을, 다른 팀원들은 1년 반을 버티는 걸 보고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힘들 때 옆을 지켜주었던 팀원들이 저에게는 제일 중요했어요.
SP2 합류 전, 두 분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해지네요.
박: 원래 대학원 같은 연구실 선후배 사이였어요. 저는 창업 생각이 없었는데, 옆에서 하시더라고요. (웃음) 꼬임에 넘어갔죠.
한: 소리 관련한 음향 연구 랩에 있었어요. 저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 1년 다니고 나왔죠. 아이디어가 좋은 제 강점을 살려 게임 콘텐츠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처음에 애플워치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개발자들을 찾아가 얘기했는데 다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개발 기초 과정을 6달 동안 배우고, 나중엔 옥탑방에 혼자 틀어박혀 애플워치 게임 데모를 만들었어요. 그게 운 좋게 창업사관학교에 선정돼서 사업을 시작했죠. 그 후 선영 님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합류했죠.
선영 님은 규선 님의 어떤 꼬임(?)에 넘어가게 되신 건가요?
박: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제가 개발자 출신도 아니라서 고민했어요. 그런데 규선 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장르, 플랫폼에 대한 계획을 듣고 납득했던 것 같아요.
당시 만든 애플워치 게임이 미국 앱스토어 피처드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어요.
한: 운 좋게 피처드가 돼서 가능성이 보였죠. 이런 타이틀 4개 만들면 우리는 밥 벌어 먹고살 수 있다는 계산서가 나오더라고요. (웃음) 근데 나중에 깨달았어요. 계속 애플의 간택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이후에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해서 외주 일을 1~2년 했어요. 둘이서 울기도 하면서 고생 많이 했죠. 남의 게임 만들어주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게임 개발 기술, 매니지먼트 기술이 성장했어요.
크래프톤 합류 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인가요?
한: 저는 직장인을 처음 해봤어요.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었죠. SP2에 합류해서는 처음에는 딥러닝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내가 직장인인가 연구원인가 헷갈리기도 했어요. (웃음)
박: 환경적으로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게임 개발할 때와 크래프톤에서 하는 게 딥러닝을 활용한다는 걸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어요. 저희의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드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만약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합류했다면 저희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사내벤처 형태이기에 이전과 비슷하죠.
SP2에 합류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나요?
박: 음, 월급 받을 때? (웃음)
한: 최근에 데모 버전을 SP2 구성원들에게 공개했는데, 테스터를 하신 분 아드님이 저희 게임을 플레이하고 정말 좋아했대요. 계속하고 싶어해서 착한 일 하면 보상으로 30분 저희 게임을 하게 해준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명의 이야기였지만 정말 뿌듯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 딥러닝 공부할 때에는 감이 안 잡혀서 힘들기도 했는데, 의장님 조언 듣고 점차 진행하면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박: 이러면 제가 되게 속물 같은데요? 업무적으로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전에는 개발 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직접 해야 해서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 운영하고 모든 걸 다 했거든요. 지금은 다 덜어내고 딥러닝을 연구하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죠.
한: 사업할 때는 회계, 세무, 사업기획 등등 여러 일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오직 게임만 생각하고 있어요. PD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요즘 게임도 많이 플레이해요. 월급 받으면서 이래도 되나… 그런 괴리도 있습니다.
현재 SP2 Batch 3 모집 중인데요. 어떤 분들께 SP2 프로젝트를 추천하시나요?
한: 이상한 사람? (웃음) 특이한 사람들이 잘 맞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SP2 프로그램이 ‘냉장고를 부탁해’와 비슷하거든요. 주어진 재료로 뚝딱뚝딱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딥러닝이란 재료는 특이하고 이상하다고 느낄 때도 있어서 요리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엉뚱한 생각과 무모함을 가진 김풍 같은 요리사가 잘 맞을 것 같아요. 다양한 베이스의 사람들이 모여 과정을 즐기며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박: 저도 비슷한데, 딥러닝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지만, 오히려 딥러닝 지식이 없는 분이 편견 없이 더 잘 할 수 있는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와서 배우면 되니까 겁먹을 필요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O2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박: 게임 개발의 목표는 어느 팀이든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냥 소모되는 게임이 아닌, 시간이 지나도 명작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게임.
한: 딥러닝과 게임이 만나면 재밌는 게 나온다는 걸 증명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 유저는 게임에 딥러닝 기술이 접목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어요. 유저도 모르게 딥러닝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대박도 나면 좋고요. (웃음)
유명 쉐프는 아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재료로 독창적인 요리를 만들고 있는 규선 님과 선영 님. 맨 땅에 헤딩도 단단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두 분처럼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에게 SP2 Batch 3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 줄 SP2의 프로젝트의 미래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의 다양한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계속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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