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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도 투자하는 e스포츠의 미래

호나우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알렉스 로드리게스, 샤킬 오닐.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라는 점입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에서 레전드급 대우를 받고 있죠.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e스포츠에 투자한 스포츠 스타라는 점입니다. e스포츠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부침을 겪었지만, 이제는 스포츠 스타들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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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습니다. PC방을 중심으로 열리던 게임 대회가 e스포츠의 시초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비디오 게임 대회가 이벤트성으로 열렸지만, 지금과 같은 e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죠. 1990년대 후반 게임 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에 PC방 붐이 일면서, 당대 최고의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게임 대회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케이블 방송으로 경기가 중계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e스포츠가 자리 잡았고,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광안리의 스타크래프트 대회 현장 사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대회의 성지로 불리는 광안리. 이미지 출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인기는 프로 게임 리그의 출범으로 이어졌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있는 히드라’ 국기봉,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 ‘황제’ 임요환, ‘폭풍 저그’ 홍진호, ‘천재 테란’ 이윤열, ‘영웅 토스’ 박정석, ‘기적의 혁명가’ 김택용, ‘최종병기’ 이영호, ‘폭군’ 이제동. 이제는 모두 익숙한 이름이죠. 하지만 e스포츠 초창기에는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임요환 선수는 KBS ‘아침마당’에서 게임 중독자 취급을 받기도 했었죠. 하지만 산업적 외형의 성장과 함께 게임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습니다. 이제 프로게이머는 여느 스포츠 스타 못지않게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선수와 관객이 두 축을 이룹니다. 이전까지의 게임이 직접 플레이하는 재미 위주였다면, e스포츠의 등장으로 ‘보는 게임’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또한, e스포츠에서 중요한 요소는 중계를 위한 환경 구축입니다. e스포츠 중계방송과 전문 캐스터 등 본격적인 중계 환경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e스포츠의 파급력은 점차 커졌습니다. 유튜브, 트위치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전 세계인이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죠. ‘보는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들도 속속 들어섰습니다.

롤 파크 현장 사진
지난해 서울 종로에 개관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 이미지 출처: 라이엇게임즈

특정 게임에 대한 과도한 편중성은 e스포츠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초창기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점차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e스포츠로 유입되면서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e스포츠 대회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이은 건 ‘리그 오브 레전드’, 이른바 ‘롤’입니다. 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스타로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도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바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입니다. 배틀로얄 장르를 대중화시킨 배그는 최후의 1인이 살아남는 과정을 통해 보는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자연스레 e스포츠 대회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100여 명이 참여하는 게임을 어떻게 중계할 거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현재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펍지 네이션스 컵(PNC)’, ‘펍지 코리아 리그(PKL)’ 등 펍지주식회사가 주관하는 국내외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 펍지 네이션스 컵’은 세계 각국에서 16개 팀이 참가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와썹맨 77화 펍지 네이션스컵 직관 화면 캡처
‘와썹맨’도 직관하는 ‘펍지 네이션스 컵(PNC)’. 이미지 출처: 와썹맨 유튜브 캡쳐

스포츠냐 아니냐 논쟁을 넘어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아닌가? e스포츠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사유성, 수명 문제 등 여러 논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정통 스포츠와 달리 육체적인 활동이 제한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됩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승격되죠.

2019 펍지 네이션스컵 현장 사진
세계 각국에서 16개 팀이 참가한 ‘2019 펍지 네이션스 컵(PNC)’. 출처: 펍지주식회사

특히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있고,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존재한다는 점, 이 규모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점에서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e스포츠 시청자는 1.67억 명 규모로 2022년에는 약 2.76억 명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나우두도 e스포츠 팀에 투자하는 판에 굳이 e스포츠를 정통 스포츠의 잣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e스포츠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기범 블로터 기자 spirittiger@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