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어른 기업의 책임을 생각하다, 크래프톤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

크래프톤은 오래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어른 기업이 된다는 건 세월의 흐름이 마땅히 만들어주는 흔한 통과 의례가 아니다. 그래서 크래프톤은 기업 시민으로서, 어른 기업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또 사회와 함께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크래프톤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Corporate Relations실(이하 CR실) 담당자 배진희 님과 이원중 님에게 들었다.

반갑습니다. 먼저 크래프톤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배진희(이하 배): 안녕하세요. CR실에서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파트를 리딩하고 있는 배진희입니다. 저희 파트는 크래프톤이 기업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고민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크래프톤이 좋은 기업 시민, 혹은 좋은 기업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원중(이하 이): 안녕하세요. CR실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보고 있고, 그 중에서도 CSR 업무를 담당하는 이원중입니다.

‘어른 기업’이 되기 위한 여러 과업이 있을 텐데, 특히 기부 활동의 하나인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이 눈에 띄어요.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있나요?

이: 매칭 그랜트는 크래프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사회 참여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기부 프로그램이에요. 작년 6월에 경영진이 카이스트 전산학부 건물 증축에 기부하면서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고요. 이후에도 크래프톤 성격에 맞게 제도를 좀 더 구체화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 보통 어린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으면 ‘“착하고 좋은 어른이요.’ 하고 막연하지만 선한 목적을 말하곤 해요. 저희도 순수하게는 그런 선한 목적을 갖고 있어요. 산업계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되고 싶은 뜻도 분명 있고요. 목적은 확실하니, 방법이 문제인데, 매칭 그랜트를 도입한 건 구성원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기 위해서예요. 구성원은 회사와 고민을 나누고, 더 사회적 참여에 몰두할 수 있겠죠. 회사 역시 사회문제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구성원과 하나하나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어요. 가급적이면 많은 사회문제를 구성원과 함께 해결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매칭 그랜트를 도입했어요.

[크래프톤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이란?]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금액에 대해 회사가 일정 금액을 매칭하여 기부하는 방식이다. 크래프톤은 구성원 모두가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자발적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제안한다는 점이 독특해요.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 방식을 지향하는 크래프톤 사내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걸까요?

이: ‘회사가 하니까 너희도 같이 하자’가 아니라 반대로 ‘내가 할 거니까 회사도 같이 하자.’ 이게 중요해요.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크래프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구성원이 하는 일에 회사는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죠.

배: 저희가 만들고 싶은 문화는 다양성이에요. 구성원 개개인의 관심사를 함께 고민하고, 각자의 백그라운드를 존중하는 문화예요.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은 다양한 구성원의 고민과 관심을 지원하기 위한 접근법인 셈이죠.

다양성 얘기를 해 주셨는데, 누군가는 사회적 역할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구성원에게 기부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 기부라는 건 부추기고, 강요하고, 독려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자발적일 때 의미가 있는 거죠. 저희는 구성원에게 기부를 하도록 유도하진 않아요. 저희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있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만 해요. 하라고 하진 않지만,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열심히 도울 뿐이에요.

크래프톤 매칭 프로그램이 기부 금액별 매칭 비율이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이: 적은 금액에 더 큰 매칭 비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이 기부의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일부는 맞아요. 자세히 말하면, 5백만 원 초과의 기부 금액은 똑같이 1:1로 매칭하고 있어요. 그 밑으로는 구간별로 1.5배부터 1.4배, 1.3배, 1.2배 이렇게 구간을 나눠서 다르게 적용하고 있고요. 적은 기부금이라도 의미가 있고, 회사가 더 힘을 실어줄 테니 부담 갖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예요. 적은 금액에 회사가 더 큰 힘을 실어주니까, 더 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거죠.

배: 기부라는 게 우리 좋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수혜자 입장에서도 효용성 있는 정도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금액을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도 볼 수 있어요.

1년 정도 매칭 그랜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데, 기부를 받은 대상엔 어떤 곳들이 있나요?

이: 처음 매칭 그랜트 제도를 도입할 때 취지가 인재양성과 교육이었어요. 구성원들도 모교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기부하려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은 교육 현장 위주로 기부가 이뤄지고 있어요.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시작으로 디지펜-계명대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호서대학교 게임동아리, 서울대 경영대학, 충남대 경영학부 등에 기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기부 대상을 확대해 나가고, 구성원 각자가 고민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함께 돕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매칭 그랜트 기부를 통해 인재를 길러내고, 그 인재가 크래프톤에 입사해 좋은 게임을 만들면서 또다시 기부를 이어가는 선순환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이: 물론 원하는 그림이에요.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미래의 인재 육성이 일차적인 목적이고요. 그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다 보면 말씀하신 대로 선순환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가슴 뭉클하거나 뿌듯한 기억도 많을 것 같아요.

배: 구성원들이 기부할 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저, 금액은 별로 안 되지만…,’ ‘약소하지만…’ 그런데 사실 그 금액이 결코 적진 않아요. 연차가 높지 않은 구성원 분인데 몇 백만원 단위로 기부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많고요. 미디어에 나오는 기부금액이 워낙 크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겸손과 겸양인지는 몰라요. 저는 주니어 때 그런 큰 돈을 기부해본 적 있었나 생각하면 부끄러워질 때도 있어요. 기부하는 돈이 많든 적든 모두 상대적인 거고, 다 의미가 있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주시는 거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결코 적지 않다는 느낌이에요.

배: 기부를 하는 마음엔 두 가지 원천이 있어요. 내가 했던 좋은 경험을 후배들도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은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이 모여 헤리티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이거 꿀이잖아요?’라는 표현도 하셨어요. 내가 후배를 위해 기부하는데, 회사에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준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이건 꿀이다! 이런 뜻이죠. 후배를 위한 기부에 회사가 관심 갖고 동참하는 데에 감사함을 많이 표현하신 것 같아 인상 깊었어요.

그런 구성원들의 마음이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매칭 그랜트를 운영하면서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방향성이나 목표가 있나요?

이: 지금은 인재 양성 테마로 매칭 그랜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성원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한 다음 기부 영역을 더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로 확대하려고 하시나요?

배: 고민 중인데요. 최근 화두인 친환경이나 반려문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사회문제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해외 오피스 구성원도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확대가 단기적인 목표라면, 장기적인 목표는 크래프톤다운 문화를 만드는 거예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펀(Fun)’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거죠.

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데요, 크래프톤 CSR 담당자로서 고민거리도 많을 것 같아요.

배: 좋은 어른이라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느냐,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느냐, 이런 고민이 많아요. 그런 기업이 되는 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이니까요. 사회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혹은, 실험적으로 도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해 나가고 있어요. 답습하지 않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면 저희가 성공하는 거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실패 케이스를 누적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서 저희는 조금 더 볼드(Bold)하게 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배: ‘나 혼자 잘살려고 하지 않는 것,’ ‘우리만 잘살려고 하지 않는 것.’ 기업은 늘 살아남아야 하는 힘듦이 있어요. 성장하지 않고 돈을 안 버는 순간 죽거든요. 그렇다고 버는 것에만 몰두하면 안 돼요.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함께 도울 줄도 알아야죠.

이: ‘당연한 것.’ 사회에서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 우러나야 하거든요. 그건 개인 구성원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버는 것도 당연하고,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그게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면 기업도 성장하고, 사회도 성장할 수 있는 거죠.

크래프톤은 어른 기업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앞으로도 기업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을 고민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