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한, 그리고 더 큰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선수들이 말하는 프로의 삶과 꿈 이야기, ‘플레이어_X’ 인터뷰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펍지 네이션스 컵(PUBG Nations Cup. PNC) 2022’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플레이어_X가 만난 다섯 번째 선수는 유럽의 강호 ‘Team Liquid(팀 리퀴드)’ 소속의 베테랑, ‘mxey(멕시)’ 선수입니다. 핀란드 출신의 그가 생각하는 프로 선수의 삶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 이 인터뷰는 PNC 2022 본 대회 시작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mxey: 안녕하세요, mxey라고 합니다. Team Liquid 소속이고요, PNC 2022에 핀란드 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했습니다.
어린 시절 꿈이 무엇이었나요?
mxey: 제 어린 시절 꿈이요? 그런 게 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저는 항상 게임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마 어린 시절 꿈들 중에 하나는 게임하는 걸로 먹고사는 거였을 텐데, 그건 이미 이룬 셈이죠. 서너 살때부터 게임을 무척 좋아했어요. 콘솔과 PC 게임을 형들과 함께 하곤 했죠. 게임은 항상 저에게 즐거움이었고, 처음 그 순간부터 빠져들었어요.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mxey: 전기공이었어요. 하지만 프로가 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저는 그 길로 곧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프로 선수로 게임을 하는 길을 택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죠.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나요?
mxey: 정말 많이요. 마치 꿈만 같아요. 게임을 하는 걸로 먹고 살다니! 이보다 더 나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프로 선수로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mxey: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거예요. 프로 선수로서 전 세계를 여행하고, 꿈꾸던 삶을 사는 거죠,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이번 PNC 2022와 같은 오프라인 대회가 더 많이 열리면 좋겠어요.
유럽의 많은 프로 선수들은 게임을 하는 것 외에 별도로 다른 일을 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유럽에서 프로 이스포츠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요?
mxey: 유럽에서는 프로 무대에 입성한 후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 다른 일을 별도로 해야만 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건 어떤 팀에 들어가서 활동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팀에 따라서, 또 게임 실력에 따라서 급여 수준이 달라져요. 제 경우는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mxey’라는 닉네임은 무슨 뜻인가요?
mxey: 2017년에 배틀그라운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닉네임을 써왔어요. 그런데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이예요. 그냥 키보드를 막 두들겼더니 이런 게 나왔어요. 별 뜻 없는 이름이죠. (웃음)
혹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른 닉네임으로 바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mxey: 지금까지는 없었어요. 만약 또 바꾸려면 뭘로 바꿔야 할 지 고민해야 하니까요. 바꾼다고 해도 어차피 저는 또 키보드를 무작위로 두들겨서 나오는 걸 쓸 거예요. 그러니 왜 바꾸겠어요. 의미가 없을 거예요. 게다가 많은 분들이 이미 저라는 선수를 이 닉네임으로 알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냥 이 이름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프로 선수로서 본인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스스로를 잘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꼽아보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mxey: 저는 ‘솔직한 사람’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피드백을 할 때 최대한 솔직하게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반대로 제 동료들도 저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하고요. 가끔은 그런 피드백을 듣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실수를 한다면 그에 대한 직설적인 피드백을 듣고 싶어요.
훌륭한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선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mxey: 역시 멘탈적인 측면이 아닐까 싶어요.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에서 이미 최상위 수준에 있는 선수라면, 혹은 그럴 만한 수준의 선수라면 누구라도 기술적으로는 이미 매우 훌륭한 수준일 거예요. 하나의 좋은 팀을 이루는 것,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리고 동료들에게 건전한 비판을 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아야 해요.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느껴진다면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도록 노력해야 해요. 설사 본인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라고 해도요.
쉽지 않은 이야기 같아 보이는데요. 동료들의 비판에도 상처받지 않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mxey: 동료들과 자신이 친구라는 사실을 우선 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목표는 이기는 거니까요. 본인과 팀원들이 결국 모두가 바라는 건 승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예요. 모든 팀 구성원들이 전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자신에 대한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예요. ‘좋아, 동료들의 비판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한 피드백으로 삼아야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죠. 만약 이렇게 할 수 없다면, 전세계 최고가 되는 것도 불가능할 거예요.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UBG GLOBAL INVITATIONAL.S / PGI.S) 2021’과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UBG GLOBAL CHAMPIONSHIP / PGC) 2021’과 같은 수 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하신 바 있는데요, 베테랑 선수로서 이런 경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실 수 있을까요?
mxey: PGI.S 2021과 PGC 2021은 제가 지금까지 참가했던 중에 제일 긴 기간 동안 진행된 대회였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몇 달간 게임만 했죠. 팬데믹 때문에 영종도라는 섬에서만 머물렀는데, 사실 다른 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말하자면, 저 스스로는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우리 팀이 하나로 더 뭉치기에 좋은 환경이었던 셈이죠.
이런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몇 달 동안 했는데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대회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매 경기에 임하면서 멘탈을 다잡아야 하고, 멘탈이 흔들렸다면 다시 리셋시킬 수 있어야 해요. 앞으로 남은 경기는 아주 많으니까요.
현 시점에서 mxey 선수는 전세계 현역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 프로 선수들 가운데 손꼽히는 베테랑이예요.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 본인을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mxey: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그저 제 할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오랫동안 정상급 선수 중 하나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항상 승리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직 PGC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데, 꼭 한 번 우승해보고 싶어요. 이런 열망이 제 마음에 어떠한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고, 더 열심히 하도록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어린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다들 정말 잘해요. 하지만 저 같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경험이 있어요. 어린 선수들은 모르는 걸 우리는 알죠.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도 베테랑들이 더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 PGC 우승이 mxey 선수의 궁극적인 목표인가요?
mxey: 네. PGC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어요. 그런 후에는 아마도 또다른 목표가 생기겠죠.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핀란드는 세계 정상급 프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이스포츠 강국으로 불리고 있어요. 이스포츠라는 측면에서 조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xey: 정상의 자리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우리 핀란드가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해요. 우리 나라는 인구가 550만 명 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렇게 여러 이스포츠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거라고 봐요.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핀란드 출신 선수들로만 구성된 프로팀이 더 많으면 좋겠어요. 현재로서는 다국적 팀에 잘하는 핀란드 선수 한두 명 정도가 포함돼 있는 정도지만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mxey: 당연히 이스포츠죠. 이 게임은 무작위성이 굉장히 크게 작용해요. 그럼에도 이스포츠가 있죠. 무작위성에 기반해 얼마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잘 돌아가는지, 그리고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이스포츠를 끌어 나가는 것이 저는 정말 아름다운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쉴 때는 보통 무엇을 하나요?
mxey: 저는 쉴 때도 게임을 해요. (웃음) 배틀그라운드만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잠깐 쉬면서 다른 게임을 해요. 한 가지 게임만 하려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결국 그 게임이 싫어질 지도 모르니까요.
은퇴를 하는 날이 온다면,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mxey: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사실 남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요. 프로 선수로서의 제 커리어가 마무리된다면, 제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스스로 느끼고 싶어요. 설사 제가 그 목표를 끝내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팀 동료들, 그리고 우리 감독님이 제가 은퇴한 후에 저라는 선수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