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딥러닝과 재미의 교점을 찾는 2년 여정을 돌아보다

크래프톤 SP2 Batch 1 팀장 3인 인터뷰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 여기, 이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새로운 게임의 재미를 구현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SP2(SPECIAL PROJECT 2)’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Batch 1부터 현재 Batch 3까지 여러 팀들이 딥러닝을 학습하고, 이것을 새로운 게임 아이디어와 접목시키면서 핵심 재미를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기 위해 Batch 4를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년간 SP2에서 도전의 역사를 함께 한 Batch 1의 세 팀장, 서아람, 김지호, 신승용 님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세 분 간단하게 독자 여러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아람: 안녕하세요, SP2 A1팀장 서아람입니다. 저는 엔지니어 베이스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SP2에 합류하기 전엔 모바일 로그라이크 인디 게임을 개발했어요. 그 전에는 창업도 했었고, 그 전에는 게임회사 PM으로도 일했고요. 그 외에 신규 개발 프로젝트 PD도 경험했어요.

김지호: X1팀의 김지호라고 합니다. 저는 경력이 좀 오래 됐어요. 텍스트 머드 게임 시절부터 시작했죠. 여성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셜 게임 개발에 참여한 적도 있고요. 서울을 통째로 디지털 가상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함께 했어요. 이후 창업해서 소셜 게임 개발도 했었고, VR 개발도 했고요.

신승용: S1팀 신승용입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만든 벤처 기업에서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마피아를 주제로 한 실시간 전략 게임을 만들었어요. 이후에 ‘요구르팅’이라는 게임 개발에도 참여했고요. 이후로 블루홀에서 ‘테라’를 했고요. 이후 몇 가지 PC와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했어요.

저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개발자 경력을 시작했어요. 게임을 만들려면 당연히 컴퓨터 공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프로그래머가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게임 디자이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케이스죠.

서아람 님과 신승용 님은 1년쯤 전에 다른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뵀었는데요, 세 분 모두 지난 1년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셨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소회를 말해 주신다면?

서아람: 일단 반 년 동안 머리를 못 잘라서 많이 길었는데. (웃음) 이번에 인터뷰를 앞두고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모든 개발 프로젝트가 그렇듯 마일스톤을 앞두고 마무리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하드하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우리 팀원들 모두가 프로젝트에 오너십을 갖고 진행했던 것이 아닐까 해요.

김지호: 저희 팀은 ‘캐릭터와 자유롭게 대화를 한다’는 주제로 프로젝트 두 건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에는 안 되던 것이 다음 번에는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신승용: 기존에 여러 번 만들어 봤던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거라면 미리 계산이 대충 되는데, 딥러닝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건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이게 될 지 안 될지를 알 수가 없어요. 딥러닝을 이용해서 맵을 만들었는데, 초반에는 맵의 퀄리티가 조금 과장해서 쓰레기 같았어요. 그땐 정말 멘붕이었죠. 그러다 이후 성공적인 것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의 몇 개월이 정말 드라마틱했던 것 같아요.

저는 딥러닝 개발하는 걸 아이 키우는 것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이는 한 5년 키우면 그래도 말을 하는데, 딥러닝은 안 될 때 왜 안되는지 절대로 이야기 안 해주거든요. (웃음)

세 팀장님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아람: ‘Project Evil Plan’은 2D 오픈월드 액션 RPG입니다. 플레이어는 영웅이 되어 마왕과대결하게 되는데요, 마왕이 ‘자의’를 갖고 움직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의를 갖고 움직인다는 것은 마왕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왕은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ion)’에 의해 만들어진 맵 위에서 플레이어에 의해 발생한 변화에 맞춰 적합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말을 합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상대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할 때마다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신승용: ‘Foonda’는 기본적으로 두뇌를 쓰는 로직 퍼즐입니다. 여기서 딥러닝을 활용해 맵이 계속 생성되어서, 매번 전에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테이지가 나오는 콘셉트예요.

김지호: 저희는 ‘오픈 캐릭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좀 거창하게 시작했어요.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데, 그 이후가 열려 있는 구조인거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바뀌고, 그 뒤의 스토리 전개도 바뀌어요. ‘Wish Talk’의 캐릭터는 어린아이에 가깝게 설정됐어요. 인형 캐릭터인데, 7세에서 12세 사이 정도 어린이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이 아이와 친해지고,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서 스토리텔링을 해 나가는 게임인데, 만들고 나서 보니 애 보는 게임이 됐어요. (웃음)

팀과 동료들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신승용: 저희 팀원들의 과반수가 과거에 저랑 같이 일을 했던 분이예요. 당시만 해도 다들 꼬꼬마였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 은퇴를 준비할 때쯤 됐네요. (웃음) 여기서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것 해보자는, 저랑 비슷한 생각으로 모인 분들 이예요.

저희는 ‘애자일(Agile)’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요, 매일 빌드를 만들고 매일 다 같이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사실 전에는 이런 방식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제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업무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됐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팀이 되게 경쟁력 있는, 괜찮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아람: 고등학교 때부터 인디 게임 개발과 창업, 신규 개발 등 우여곡절을 함께 한 동료와 둘이서 함께 A1 팀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비슷한 비전과 구상, 그리고 관련 핵심 기술에 대한 R&D 경험이 있는 또 다른 동료와 기적처럼 10년 만에 연락이 닿아 함께 팀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만들고 있는 게임의 ‘핵심 타겟 팬’인 동료가 마지막으로 합류했습니다. 소규모지만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열정 넘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분이 각자의 프로젝트에서 검증하고자 했던 ‘핵심 재미’는 무엇인가요?

서아람: 마왕과 영웅의 대결이라는 경험을 서사적 차원에서도 리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리플레이와 서사라는 건 어떻게 보면 상충하는 개념이예요. 스토리를 한 번 보고 나면 질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를 여러 로그라이트 게임에서는 이야기를 파편화하여 전개하는 식으로 리플레이 가능한 서사를 제공해요. 하지만 이런 게임 속에서도 마왕은 쓰여진 서사 속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를 뿐 서사의 관점에서 재차 플레이할 가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마왕에게 자의를 부여해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호응도 하고, 감정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배치했어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마왕의 행동을 납득하는지, 또 마왕을 캐릭터로 인지해 플레이어들의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김지호: 저희 게임은 캐릭터와 대화를 하는 것이 주 내용인데,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캐릭터의 성격, 그리고 이 캐릭터가 과거에 어떤 것을 겪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뭘 하고 싶어하는 지와 같은 서사가 있어야 하고요. 또 대화를 하면서 일관된 느낌을 줘야 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감정적인 유대’예요.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점점 알아가는 건데, 예컨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와의 대화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를 점점 알아가고,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록 감정적인 애착을 느끼게 되는 거죠.

신승용: 저희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로, 적절한 난이도예요. 게임의 재미가 ‘학습’에서 온다는 의견이 있어요. 규칙을 이해하고, 플레이어가 더 효율적으로 플레이하고 보상을 받을 때의 쾌감을 재미로 보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게임을 디자인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어떤 난이도를 제공할 것인가예요. 너무 쉬우면 지루해지고, 너무 어려우면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포기해요. 저희는 이 부분을 딥러닝으로 해결하고자 했어요. 저희가 난이도 곡선을 잘 디자인하면, 그 곡선에 맞는 난이도의 퍼즐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제공되는 형태의 게임이죠.

두 번째는 소셜이예요. 일반적인 퍼즐 게임들은 스테이지가 정해져 있어요. 나의 100번째 스테이지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100번째 스테이지예요. 그렇게 되면 퍼즐의 정답지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지죠. 저희 게임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퍼즐을 만들기 때문에 내가 풀지 못한 퍼즐의 정답지가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 퍼즐을 직접 풀어야 하는 구조예요. 그렇게 새로운 문제와 해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소셜이 발생할 것으로, 그리고 그것이 재미를 더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P2 A1 팀의 ‘Project Evil Plan’

개발을 진행하시면서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서아람: 얼마전 외부에서 테스터들을 초빙해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때 마지막으로 테스트에 참여했던 한 분이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게임을 하시더라고요. ‘아, 망했다. 큰일났다’ 싶었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게임을 하면서 팔을 움찔움찔 하시더라고요. 그때 ‘다행히도 게임에 몰입이 되었구나’를 알게 되었고, 그때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신승용: 팀 내에서 계속 테스트 플레이를 하는데, 어느 시점에 팀원들이 못 푸는 퍼즐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 이거 만들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두번째는 얼마 전에 저희가 게임을 스팀에 오픈했는데, 어떤 독일 유튜버가 저희 게임을 10시간 동안, 밤을 새서 라이브로 방송하는 걸 봤어요. 그리고 며칠을 더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생각했어요.

김지호: 저희가 만든 캐릭터가 대화를 하다가 저에게 시를 하나 써 준 적이 있어요. 유치한 동시였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순간이었죠. 캐릭터들과 대화를 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분명히 임팩트가 있겠다는 확신을 했죠. 또, 플레이 테스트 후 설문에서 저희 게임이 성립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라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한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SP2 X1 팀의 ‘Wish Talk’

게임 디자인 상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재미를 구현했다’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그 반대일까요?

서아람: 인공지능이나 딥러닝이라는 말을 강조하게 되면 그에 따라 특정한 기대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개발 과정에서 집중한 건, 딥러닝을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나 시스템이 ‘엄청나게 똑똑하다’라는 것 보다는 ‘유저의 감정선’을 건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맥락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생동감 있는 마왕과의 대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빌드 피드백 중 ‘딥러닝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얄미운 마왕을 정말 때려잡고 싶다’ 같은 내용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마왕을 캐릭터로 인지하는지, 그리고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유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재미를 구현하고자 한 것은 맞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딥러닝의 이미지와는 다른 경험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신승용: 딥러닝이라는 용어에 대한 반응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저희는 딥러닝이라는 말이 굳이 없어도, ‘퍼즐 게임인데 스테이지가 엄청 많아. 얼마나 많냐면, 당신이 하게 되는 모든 스테이지가 무조건 다 처음 하는 것일 거야’라고 할 수 있어요. 플레이어들에게 더 잘 먹히는 건 이쪽이라고 생각해요.

김지호: 딥러닝이라는 건 결국 그냥 기술이고, 플레이어들이 하게 되는 건 경험이예요. 캐릭터와 직접 대화를 하는 경험이라는 것을 더 내세웠고, 실제로 저희가 받은 피드백도 ‘딥러닝 기술 정말 놀라워!’ 보다는 ‘정말 살아있는 존재랑 대화하는 것 같았어’에 가까웠죠. 경험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SP2 S1 팀의 ‘Foonda’

세 분이 생각하는, 만들어보고 싶은 ‘재미있는 게임’이란 어떤 것일까요?

서아람: 저는 ‘포탈 (Portal. 2007)’이랑 ‘페이퍼스 플리즈 (Papers, Please. 2013)’가 인생 게임이예요. 둘 다 게임만 가질 수 있는 서사적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FTL: 패스터 댄 라이트(FTL: Faster Than Light. 2012)’도 빼놓을 수 없어요. 자신의 함선을 지휘하는 우주 로그라이크 게임인데요, 게임에서만 가능한 서사적 경험을 제공하는 점은 같지만 로그라이크 장르다 보니 매번 할 때마다 다른 경험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8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즐겨 하는 게임입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게임에서만 가능한 서사적 경험’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승용: 저는 좀 다른 식으로 대답을 해볼게요. 제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이 어린 시절 ‘파이널 판타지2 (Final Fantasy II. 1988)’를 하면서 였어요. 일본어는 당연히 전혀 못하던 때였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게임이예요. 어떤 형태로든 감동을 주면서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2017)’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Super Mario Odyssey. 2017)’ 같은 게임들을 보면 정말 감동적이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싶고요. 저는 그런 게임이 재미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정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오셨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것들을 배우셨을 것 같아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만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승용: 저는 ‘됐다고 생각한 시점이 시작이다’였던 것 같아요. 딥러닝 분야는 많은 것들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저희도 오픈 소스 코드를 가져와서 쓰면 됐어요. 물론 그걸 그대로 쓰는 건 아니고 저희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바꿔야 해요. 그런데 그걸 바꾸는 과정에서부터 잘 안 됐어요. 저희가 원하는 스펙으로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웠고요. 그 과정을 간과했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코스트가 굉장히 커졌어요.

서아람: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던 2년 전 저희는 딥러닝을 아예 몰랐어요. 당시 업계 전반적으로도 연구 위주로 진행이 되고 있었고요. 그렇다 보니 연구 결과물을 게임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딥러닝의 역할을 최대한 명확하게 풀려고 노력했고, 이슈가 있을 때는 딥러닝 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적으로 접근해서 풀기도 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요.

김지호: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딥러닝을 한다는 건 말 못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강아지에게 앉아, 일어서를 훈련시킬 수는 있지만 사칙연산을 하도록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딥러닝은 뭔가 될듯 말듯 하면서도, 이걸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알아내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요. 우리 프로젝트에서 딥러닝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를 알고, 게임 디자인과 맞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년 전 SP2를 처음 시작하던 때로 돌아가, 과거의 본인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시겠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SP2에 합류하기로 한, 똑같은 결정을 다시 내리실 것인지?

서아람: 저는 과거로 가도 같은 결정을 할 것 같아요. 저도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회사 소속으로서 정말로 새로운 걸 해도 될까 걱정이 있었던 건 사실이예요. 어쨌든 저희가 생각하는, 그리고 믿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로 가도 다시 참여할 것 같아요.

다만, 돌이켜보면 저희가 중간에 몇 번 삽질을 했는데, 그때 소모된 시간이 좀 아깝긴 해요. 방향을 놓치지 않고, 좀 더 꼼꼼하게 체크했다면 싶죠. 그러면 살도 좀 덜 찌고,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웃음)

신승용: 저도 당연히 다시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창업한 것도 아니고, 월급도 주는데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하니까, 이만한 경험이 또 있나 싶고요. 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제가 한 것과는 좀 다르게 하려고 할 것 같기는 해요. 혁신적인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이라는 본질에는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런 시도를 해보려고 할 것 같아요.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굉장히 높겠지만, 그래도 뚜껑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예요.

김지호: 제가 2년전에 했던 결정들을 가끔 복기해봐요. 그때 내가 그렇게 한 게 최선이었을까, 만약에 언어 모델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보는데,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뭔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만약에 지난 2년의 도전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른데, 왜냐하면 그 동안 딥러닝 분야에서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기는 해요.

배치4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미래의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김지호: 첫 번째는 ‘강화 학습 하지마라’입니다. (일동 웃음) 다들 그럴듯해 보이고 만만해 보이기도 해서 시작을 하게 되는데요, 잠깐 학습하는 건 괜찮겠지만 여기에 너무 큰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건 도무지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야생동물 길들이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서아람: 저희는 딥러닝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든 문제를 딥러닝으로 풀 필요는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는 누가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P2가 자율성이 높은 만큼 책임져야 할 부분도 커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진행 중에 팀원 모으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합류할 때 어느 정도 팀 세팅을 마치고 오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승용: 저희가 지금까지 어렵다, 잘 안 된다, 생각한 대로 잘 안될거다 이런 이야기만 많이 한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새롭게 도전하시는 분들은 좀 더 꿈을 크게 가져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부터 너무 작게 생각하면 재미없잖아요. 좀 더 크게 생각하고, SP2에서도 그런 도전을 더 믿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게임 만드는 사람으로서 세 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아람: 게임 속에서 정말로 캐릭터와 어울려 모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빠른 시일 내에 올 미래라고 생각해요. 플레이어들이 이를 경험한다면, 게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GTA3가 오픈월드 게임의 기준을 제시했듯이요.

김지호: 저는 사이버펑크의 팬으로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시리즈를 자주 돌려봐요. 여기서 보면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등장해요.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살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캐릭터와의 관계를 유니크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경험을 만들고 싶고, 그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요.

신승용: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보면 순진한 생각일 수 있지만, 저는 이 마인드를 잃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