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이번에는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버전을 제작하는 PUBG LitePC Dev실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펍지(PUBG,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그 인기 때문에 아랍권 시장으로 확장 후, 이제는 유럽 전역에서 서비스가 시작된다는데…? 배그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능력자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유신종(이하 유): PUBG LitePC Dev실 기획팀의 유신종입니다. 기획팀장 겸 PM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길태(이하 정): 저는 콘텐츠 프로그래밍팀 팀장 정길태입니다.
이주영(이하 이): 그래픽팀 팀장 맡고 있는 이주영입니다.
세 분 다 PUBG LitePC Dev실 소속이신데,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버전을 제작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인가요?
유: 배틀그라운드를 저사양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사양을 낮춘 버전이에요. 현재 동남아, 유럽, 남미까지 점차 확대해 오픈하고 있습니다. 높은 사양이 요구되는 배틀그라운드를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펍지 저변 확대를 위해 선보이게 됐습니다.
각자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이 다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유: 저는 기획팀 팀장으로 게임 내 기획 요소나 밸런스를 구성해요. 실제 데이터 제작, 수정,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서비스 대응이나 이벤트 기획도 하고요.
정: 기획팀에서 구성한 기획서를 토대로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화면, 서버 시스템, 엔진 등 프로그램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파트죠.
이: 그래픽 팀에서는 게임의 시각적 요소 대부분을 제작하고 있어요. 캐릭터 코스튬, 배경 등을 제작하고, 기존 배틀그라운드를 최적화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홍보 영상 제작에 필요한 리소스, 포스터 작업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버전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론칭되는 버전이에요. 로컬라이징(현지화) 작업도 함께 하시나요?
이: 네. 로컬라이징 서비스를 하긴 하죠. 나라마다 빌드 자체를 다르게 만들진 않아요. 하지만, 각펍지 지사들이 요구하는 로컬 이슈를 반영하고, 대응하죠.
동남아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반응이 어느 정도 나왔을 것 같은데.
유: 구체적인 반응은 대외비고요… (웃음)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당장 어느 국가에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배틀그라운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저변 확대에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남아, 아랍, 유럽까지 출시한 건 아무래도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유: 그렇죠. 저희가 처음 태국에서 시작했는데, 전 세계에서 자기 나라에도 오픈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공식적,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요청이 많이 들어왔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출시 국가를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출시 국가 선정에 기준이 있나요?
유: 출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국가들이 있어요. 법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고, 계약도 선행되어야하죠. 그리고 현지 서비스를 하려면 CS, 유저 대응도 필수거든요. 그런 것들이 좀 갖춰진, 현지 지사가 있는 국가들 위주로 먼저 출시하고 있어요.
배틀그라운드는 고사양 그래픽, 건 플레이가 쩌는 게임이잖아요. 저사양으로 바꾸면 왠지 퀄리티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이: 라이트 버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 두 개를 다 참고해서 작업했어요. 배틀그라운드의 최대 장점인 건 플레이는 PC 버전과 거의 흡사하게 구현했어요. 대신 캐릭터와 배경의 디테일은 PC 버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죠. 예를 들어, 한 번에 표시되는 사람의 숫자, 건물의 수가 줄어요. 유저가 플레이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시야도 조금 좁아지고요.
배틀그라운드 라이트 버전은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정: 그렇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은 게임성이나 편의성의 디테일 차이가 있어요. 라이트 버전은 그 중간 지점에 있죠. 모바일 버전의 편의 기능을 많이 적용했거든요.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은 섬세한 사운드 플레이, 마우스 컨트롤로 상대를 정확히 쏴야 해요. 저 같은 사람은 조종하기 어려울 수 있죠. (웃음) 총기별로 장착 부착물도 다 외워야 해요.
하지만 모바일 버전에서는 맞는 부착물이 자동으로 총기에 장착돼요. 오토 타겟팅 기능이 있어서 적을 맞추기도 쉽고, 미니맵에 총소리와 발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지 표시가 돼요. 저 같은 배린이(라이트 유저)들은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운데, 정말 고마운 기능이죠. (웃음) 이렇게 PC 버전의 오리지널리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모바일 버전의 편리한 요소를 라이트 버전에 반영했어요. 사양만 라이트한 게 아니라 라이트 유저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버전이죠.
이: PC 버전 불편하다고 말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정: (당황) 아니, 아니에요. (웃음) 라이트 버전이 모바일과 PC 버전 사이에 있다는 것을 단적인 예로 보여드린 거죠.
그럼 PC 버전 고인물은 라이트 버전을 좀 더 쉽게 플레이 할 수 있겠네요?
유: 잘하는 사람들은 뭐든 잘하니까 상관이 없죠. (웃음) 오히려 중하위권 유저들이 쉽게 즐길 수있어요.
이번 라이트 버전에 팀 데스 매치 모드가 추가되었다고 들었어요. 다른 FPS 게임에서 팀 데스 매치가 많은데, 배틀그라운드만의 경쟁력이 있을까요?
유: 그 고민이 매우 컸어요. 다른 게임에도 팀 데스 매치가 있는데, 이 모드를 추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게다가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이라는 룰로 성공한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FPS 게임과 배틀그라운드의 차이점은 건 플레이에요. 훨씬 리얼하고 섬세하죠.
내부적으로 테스트도 해봤는데, 팀 데스 매치를 플레이해본 사람들이 대부분 배틀그라운드의 건 플레이가 살아있어서 타게임보다 훨씬 좋다는 의견을 줬어요. 그리고 배틀로얄 모드에서 저 같은 사람은 낙하하면 곧 죽거든요. (웃음) 그 좋은 건 플레이 경험도 못 해보고… 그런 측면에서 가볍게 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건 장점이죠. 앞으로도 다양한 모드들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저도 배린이라, 듣다 보니 라이트 버전이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국내 출시 계획은 없나요?
유: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조율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결정을 뒤로 미뤄두고 있죠.
이번에 라이트 버전 제작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 그래픽 팀에서는 최적화와 그래픽 퀄리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해서 조금 어려웠어요.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다 보니까, 국가마다 원하는 코스튬이나 그래픽 요소가 다 달라요. 방향성을 하나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았죠.
정: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 양쪽 코드를 보는 게 힘들었죠. 각 버전의 기능과 그것을 구현하는 프로그래밍 구조가 아주 다르거든요. 양쪽 다 파악해서 조정하고 반영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유: 아예 없던 게임을 제작하는 게 아닌, 원래 있는 게임을 변형하는 작업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어디까지 바꿀 건지 선을 정하는 게 어려웠죠. 또, 모바일 버전을 즐기던 사람이 라이트 버전을 할지, PC 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라이트 버전을 할지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그것에 따라 빌드가 바뀔 수도 있는데. 그런 결정들이 어려웠죠.
세 분이 배틀그라운드 세계화의 주역이시잖아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좋은 회사, 좋은 프로젝트,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고 더욱 많은 유저분들이 배틀그라운드를 더 많이 플레이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 아주 먼 미래를 바라보고 개발하고 있지는 않아요. 당장 바로 다음 패치를 잘 개발해서 유저들이 게임을 더욱더 편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용♥
유: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했어요. 서양에서 만든 게임이 동양에서 성공하거나, 동양에서 만든 게임이 서양에서 성공하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양쪽을 아우르면서 성공했어요.
그런 면에서 작업하는 내내 뿌듯해요. 앞으로 한 명이라도 더 재밌게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한 명이라도 더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길 바라는 진심을 담아 제작된 라이트 버전. 게임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담긴 답변을 들어보니, 자연스럽게 라이트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배틀그라운드가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길 희망하며, 앞으로도 수많은 노력들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