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무료 플레이 서비스로 전환됐다. 전환 첫날 66만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는데, 이 수많은 유저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 무료화를 계기로 배틀그라운드를 처음 해본 사람도 있고, 배틀그라운드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도 있지 않을까? “배틀그라운드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올라, 무료화 이후 처음 접속/재접속한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레이 타임 2,000시간인 고인물이 놀란 신규 기능은?
스팀에 얼리 엑세스로 출시됐던 17년도 하반기부터 4년 정도 플레이했어요. 고인물로서, 이번 무료화를 계기로 유저가 확 늘어난 걸 체감해요. 스쿼드 파티를 구하기도 수월해졌고, 일반 게임에서도 꽉 찬 100명의 유저를 만나니 재밌더라고요. 오랜만에 재접속 했을 때 ‘팀원 업기’ 기능이 생겨서 가장 놀라웠어요. 이 기능 하나로 플레이 방법이 다양해졌거든요. 또, 드론이나 자전거 등 신규 아이템을 보고 ‘오픈월드 생존게임의 끝을 달리는구나!’ 했죠.
무료화 소식을 듣자마자 주변 친구들을 꼬셔서 같이 플레이하고 있어요. 예전엔 직접 알려주지 않는 한, 게임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친구가 많았는데, 이번에 ’기본 훈련’과 ‘AI 훈련 매치’ 같은 튜토리얼 모드가 업데이트 되어 뉴비들도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랜만에 초창기 배틀그라운드를 했을 때의 향수를 느꼈어요. 오늘도 낙하산 펴러 가야겠네요! 31세, 다이아몬드 티어, 송승화
떠났던 유저도 돌아오게 만든 ‘배그겜성’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된 직후부터 했는데, 점점 고인물 유저가 많아지고 경쟁전에 흥미가 떨어져 8개월 정도 게임을 접었어요. 이번에 무료화가 됐다길래, ‘뉴비들이 많이 들어오겠다!’ 싶어서 다시 시작했죠. 아니나 다를까 입장하자마자 왁자지껄하더라고요. ‘100명이 서바이벌을 한다!’는 기본적인 배틀로얄 컨셉이 확 체감됐어요. 한창 전성기 때 열심히 플레이하던 시절이 떠올랐죠.
응급 처치 키트 등 배틀로얄과 서바이벌에 초점을 맞춘 신규 아이템들도 인상적이었어요. 단순히 총 쏘는 게임이 아니라, 배틀로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전략을 세우는 게임이 됐다고 느꼈죠. 배틀그라운드 특유의 ‘랜덤성에서 오는 새로움’이 느껴졌어요. 매 판마다 어떤 아이템을 먹을지, 어느 곳에 착지할지, 언제 적을 만날지 모르잖아요? 매번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는 게임이라 오랜만에 다시 돌아와도 질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9세, 골드 티어, 박상헌
배틀그라운드 세계에선 아빠도 봐줄 수 없음!
아빠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모배)을 열심히 하셔서 종종 같이 플레이하던 모바일 유저였는데요, 이번에 PC 배틀그라운드가 무료화 됐다고 해서 처음 시작해봤어요. 튜토리얼을 할 땐 ‘역시 재능이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야생의 현실은 처참하더라고요. 아빠도 맨날 죽어요. 아… 말하고 보니 표현이 좀 그렇네요. 그래도 이번 설에 유료 아이템을 선물해 드렸어요. 이 정도면 효녀 아닌가요? (웃음)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에임 등 모바일과는 다른 낯선 부분이 있어 금방 적응하긴 어렵더라고요. 친구들이 사운드플레이를 하라며 알려줬는데,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그래도 배틀그라운드 특유의 쪼는 맛(?) 때문에 계속 하게 돼요. 생존 유저 수가 점점 줄어들 때마다 ‘어…? 잘하면 치킨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죽더라고요. 오기가 생겨서 플레이하고 있죠. 아직 목표랄 것도 없지만, 친구나 아빠에게 게임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싶어요! 25세, 뉴비, 황현정
배틀그라운드는 역시 치킨 뜯는 맛에 하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거의 밤낮없이 배틀그라운드만 했는데, 2학년이 되고부터는 공부를 해야 해서 잠시 접었어요. 처음 배틀그라운드를 알려준 친구가 ‘다시 시작하자’고 연락을 줘서 플레이하고 있어요. 1년 만에 플레이하는 거라, 괜히 소심해져서 마이크도 못 켜겠더라고요. 처음 2주 동안은 거의 치킨을 못 먹었어요. ‘게임 접을까’ 싶다가도 치킨 한 번 먹으면 마치 뿌X클, 고추바X삭을 먹었을 때처럼 치킨 맛이 맴돌더라고요. 그렇게 치킨에 맛을 들여 다시 배틀그라운드에 빠져들었죠.
무료화와 방학 시즌이 딱 맞물려서 그런지 제 주변에도 배틀그라운드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여럿이서 함께 플레이하니까 더 재밌어요. 친구들이랑 할 땐 마이크를 켜기도 하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 덕분에 게임이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요즘 밖에서 친구들과 놀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배틀그라운드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크게 바라는 건 없지만… 핑크색 스킨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웃음) 15세, 골드 티어, 조서영
헤드샷 킬러를 꿈꾸는 뉴비
그동안 한 번도 배틀그라운드를 해본 적이 없다가, 1월부터 처음 플레이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친구들 70명이 모여있는 디스코드 방이 있는데, 이번 무료화 이후로 배틀드라운드를 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거든요. 처음엔 에임, 사운드플레이 등 게임 용어가 낯설고 총기도 많아서 진입장벽을 느꼈는데, 생각보다 기존 유저분들이 뉴비를 반겨주고 잘 알려주시더라고요. 친구들이 거의 고속버스를 태워줘서 한 달 만에 실버가 됐어요.
아직은 뉴비라 그런지 게임을 하다가 자꾸 풍경을 보게 돼요. 그래픽 퀄리티가 좋고, 에란겔의 ‘밀타파워’ 등 실제 장소를 모티브 삼은 곳은 실사에 가까워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고층 건물을 넘나드는 도시 서바이벌도 재밌을 것 같아서, 서울이나 뉴욕 같은 도심 배경의 맵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Kar98k(카구팔)을 잘 쓰는 헤드샷 킬러가 되고 싶어요! 17세, 실버 티어, 조유민
길리슈트를 잇는 배틀그라운드의 핫 아이템은?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해서 2018년부터 3년간 PC와 모바일 둘 다 플레이했어요. 코엑스에서 열렸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리그까지 나갈 정도로 좋아했죠. 물론 1등으로 떨어졌지만요. (웃음) 그러다 유저 수가 줄어서 매칭이 전보다 느려졌다고 느껴져 1년간 배틀그라운드를 떠났어요. 최근 SNS를 보니 무료화 이후에 다시 시작했다는 친구들이 많아서 저도 복귀하게 됐죠.
오랜만에 접속했더니 새롭게 바뀐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다 구경하지도 못했어요. 뭐든지 쉽게 질려 하는 타입인데, 배틀그라운드는 항상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게 생겨 있어서 좋아요. 특히 길리슈트나 후라이팬 등 다른 게임과 다르게 밈화 된 아이템이 많잖아요? 신규 아이템이 생길 때마다 묘한 기대감이 생기는데, 이 점이 배틀그라운드만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27세, 실버 티어, 홍선아
게임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유저들은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고, 새로 시작한 유저들은 배틀그라운드에서 이루고 싶은 미래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게임을 오랜 기간 서비스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유저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저와 같이 성장하는 미래를 기대하며, 크래프톤은 앞으로도 게임과 유저를 잇는 이야기를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