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집에서 게임만 하니까 그렇지!”
성적이 떨어져도, 살이 쪄도, 아파도(?) 고정값으로 듣던 잔소리. 뭐만 하면 자꾸 다 게임 때문이라는데, 제가 게임으로 득 본 것도 많거든요? 여기, 진짜 게임으로 인생의 플러스알파를 찾은 사람들이 있다.
게임 덕분에 인싸가 되었는데요?
평소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에 시작했어요.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배그를 플레이하며 마이크 켜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사회성이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더 편하게 대하게 됐어요.
그리고 배그를 플레이하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특히 늘 함께하는 친구 한 명이 있는데, 매일 학교 마치고 자기 전까지 배그하면서 얘기하니까 진짜 친해졌어요. 방학에도 게임에서 만나서 목소리 들으니까 매일 보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득 본 건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고교대항전에서 1등을 했을 때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여했던 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무려 500마리의 치킨을 전교생에게 쏠 수 있었죠. 저희 반은 무려 1인 1닭을 했답니다! 고교대항전 담당자분들이 직접 오셨었는데, 덕분에 학교가 축제 분위기였어요. 저는 고교대항전 MVP로 선정되어 다양한 굿즈도 받았습니다.
고교대항전 덕분에 1년 치 칭찬을 다 들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게임 대회 1등을 했다고 하면, 선생님들께서 안 좋아하실 줄 알고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잘했다, 치킨 먹게 해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께도 들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가 엄청 게임 잘하는 애로 유명해졌더라고요. 복도 지나가면 제 닉네임이나 이름이 들려올 때도 있고,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제게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넘어 진정한 취미가 되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19세, 윤여름
게임 덕분에 진로를 찾았는데요?
저는 현재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코딩은 중학교 필수과목인데요. 문과생 동기나 후배 대학생들도 코딩을 배우는 걸 고민하더라고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코딩 대신 ‘정보와 컴퓨터’ 과목이 있었어요. 워드프로세서나 적절한 검색어 찾기 따위를 배웠죠. 저처럼 코딩 붐이 일기 전 학창시절에 진로 선택을 해야 했던 세대를 ‘코딩 암흑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암흑세대를 비껴간 것 같습니다. 바로 게임 덕분이에요.
급식도 못 먹을 시절, 누나와 사촌 형의 게임 플레이를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게임에 빠졌어요. 드디어 17인치 CRT 모니터가 있는 집 컴퓨터가 생겼을 때 여러 게임을 접했죠. 정말 재밌었지만 궁금한 게 더 많았어요. ‘어떻게 이 쇳덩어리 만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들과 만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지?’하는 호기심이 제일 컸죠. 후에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생겼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더라고요.
결국 그 초딩은 고3 때까지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안고 갔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프로그래밍이 뭔지 너무 궁금했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레 게임 개발자가 꿈이었죠. 현재 게임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어 4차산업 혁명 맞은 현재 굶어 죽진 않겠다고 안심하고 있습니다. 게임 만세 메이플 만세 던파 만세 배그 만만세!
그리고 게임은 제게 진로뿐만 아니라 소소한 능력까지 선사해줬는데요. 게임 공략과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며 약간의 글쓰기와 포토샵 실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는 말빨(온라인 한정), 웬만해서는 사기당하지 않는 눈치와 강한 멘탈이 생겼습니다. 게임은 부모님보다도 저를 강하게 키운 셈이죠. 27세, 백주헌
게임 덕분에 사랑을 찾았는데요?
유치원 때부터 게임을 열렬히 좋아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밖에 나가서 놀기보다 오락실, PC방을 주로 갔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요.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게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게임이 취미라서 그런지 살면서 친해진 친구들도 대부분 게이머입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많죠. 특히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게임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게임 안에서 만난 인연이 많아요. 현재 여자친구도 함께 게임을 하던 지인의 소개로 게임에서 만났습니다. 같이 플레이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죠.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게임을 주제로 한참 대화를 나눴어요. 게임 대회도 함께 보러 갔었죠. 게임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으니까 훨씬 빨리 가까워지더라고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PC방에서 주로 데이트하는데,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다들 부러워해요.
여러 커플이나 부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 중 한 사람이 게임을 많이 좋아하면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더라고요. 저희는 취미가 같아서 다툴 일도 없고, 각자 다른 게임을 하며 놀아도 서로 존중해서 정말 좋아요. 35세, 김지용
게임 덕분에 괜찮은 어른이 되었는데요?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는 친구들과 치킨을 먹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컴퓨터가 처음 생겼을 때 게임을 시작했는데요. 집안의 가풍이 매우 자유로워 고3때까지도 집에서는 게임만 했습니다. 아, 대학을 가기 위해 조금 절제는 했습니다. 집에서는 게임만 하기에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집에 늦게 들어왔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제가 승부욕이 강하지 않아서 게임 실력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어렸을 때에는 내가 게임을 왜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잘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이유가 조금 명확해졌어요.
첫 번째는 역시나 스트레스 해소죠. 학창시절, 용솟음치는 욕망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어 유일한 탈출구가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살아가면서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잘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든 일이든 10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10시간만큼의 결과물을 비례해 얻지 못하잖아요. 슬프게도 그게 인생인데, 게임은 논리의 틀 안에서 작동하기에 논리만 이해한다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는 결과와 성취감이 매우 값지다고 생각해요.
아마 제가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되게 예민하고 난폭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 밖에도 게임이 취미라면 좋은 건 많습니다. 집 밖에 안 나가도 돼서 유해한 환경을 접할 일이 없고, 돈도 잘 안 쓰게 되고 술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제 아내도 제가 사회생활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고 있는 걸 잘 알기에 제가 게임을 하면 그냥 내버려 둡니다. (그리고 저는 굳이 왜 날 내버려 두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40세, 중년기청소년
게임으로 인생을 바꾸거나 채워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게임은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것보다, 그것을 여기는 저마다의 마음이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게임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