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아는 목소린데?! 김현지 성우 인터뷰

‘꿈빛 파티시엘’의 ‘감딸기’, ‘요괴 워치’의 ‘지바냥’, ‘마이 리틀 포니’의 ‘핑키 파이’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스타 성우 김현지. 최근에는 ‘오버워치’의 ‘디바’로 게임 장르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퀵보이스 더빙을 맡은 김현지 성우를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임은 못 하지만
목소리는 접니다

안녕하세요 김현지 성우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 퀵보이스 더빙을 맡은 성우 김현지입니다.

이번 배그 모바일 퀵보이스 더빙을 맡았어요.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요?

원래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플레이했었는데 연락이 와서 정말 반가웠죠. 그런데 제 목소리와 배그가 과연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저 진짜 해도 돼요?’ 하고 여러 번 물었죠.

막상 녹음해보니 어땠나요? 잘 어울렸나요?

어떤 게 픽 될지 몰라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녹음했어요. 특히 달토끼 버전이 너무 발랄해서 과연 이 게임과 잘 맞을까 걱정했죠. 저 원래 반응 잘 안 찾아보는데, 궁금해서 반응도 찾아봤어요. 유명한 게임 유튜버가 플레이하는 영상을 봤는데, 제 음성이 나오는 아이템을 습득했어요. 장착하고 플레이하는데 ‘아 목소리 너무 거슬려!’ 하고 말하는 거예요. (웃음) 영상 보다가 죄송하다고 했죠.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시니까 신기했어요. 색다른 느낌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녹음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크게 없었어요. 긴 문장을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짧은 명령어 위주라서 재밌었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그렇다고 이런 더빙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한 마디에 모든 걸 다 표현해야 하죠. 힘을 실어서 잘 들리게 말해야 하지만, 동시에 듣기에 거슬리지 않아야 하죠.

대사 중에, “황고다~!” 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 대사에 대해 사람들 의견이 분분하더라고요. ‘방구다’라는 사람도 있고, ‘망고다’라는 사람도 있고. 다들 대체 무슨 말이냐고. (웃음) 저도 여러 번 다시 들었는데 헷갈릴 만하더라고요. 더 잘 들리게 표현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죠.

배그 외에 다양한 게임 더빙을 많이 하셨는데.

대표적으로 ‘오버워치’가 있고, 그전에 ‘엘소드’와 ‘데스티니 차일드’라는 게임의 더빙도 맡았어요. 처음 녹음한 게임은 ‘삼국지를 품다’ 예요. 거기서 ‘초선’ 목소리 연기를 했죠. 막 프리랜서로 전환된 후에 들어온 제안이었는데, 신인이 맡기에는 비중이 큰 캐릭터였어요. 혼신의 힘을 담아 녹음했죠. 그 후 게임 업계에서 좋은 기회를 많이 주셔서 게임 더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게임을 즐겨 하시나요?

게임 좋아하는데 잘하지는 못해요. 제가 목소리 연기한 오버워치 디바 캐릭터로 플레이하고 싶은데, 선택 자체가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느린가봐요. (웃음) 그리고 플레이하면 화면이 자꾸 돌아가서 어지럽고… 팀원들에게 혼나기만 하고. 속으로 ‘내가 진짜 디바인데!’ 하면서 플레이하다가 결국 접었어요. 그리고 배그는 워낙 주변에서 많이 하니까, 안 하면 대화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PC 버전을 해봤는데, 들려오는 소리도 무섭고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해서 방 안에만 숨어 있었어요. 그러다 치킨 먹은 적도 있어요. (웃음) 배그 모바일이  그나마 쉬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소질이 없는 걸 금방 깨달았죠.  

타고난 재능,
그리고 플러스 알파

성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이야기는 할 때마다 작아지네요. 사실 제 꿈은 성우가 아니었거든요. 현재 성우 지망생들은 오래 공부하고 시험도 어렵게 보고 있어요. 저는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저는 원래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었어요.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죠. 그런데, 제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까 사투리를 먼저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턱대고 서울의 성우 아카데미에 등록했죠. 처음에는 주말반 수업을 들으려 했는데, 중급반에 편성되어 주중 2회 수업을 들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포기하기보다 아예 짐 싸서 혼자 서울로 왔죠.

학원 다니면서 처음 본 시험이 투니버스 공채였어요. 학원 다닌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원장 선생님이 저만 응시 안 했다고 해서 저도 했죠.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시험을 봤는데, 이상하게 1차 2차 모두 통과하는 거예요. 3차 면접 볼 때가 되니까 욕심이 생겼죠. 열심히 어필했어요. 제가 지금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는데, 이거 빼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했죠. 교정기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심사위원분들이 놀라더라고요. 가능성을 높게 봐주신 것 같아요.

투니버스 합격 후, 뮤지컬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요?

전속 성우로 활동할 때는 서러운 게 많았어요. 당시 25살로 입사 동기 중에 막내였어요. 그리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주눅도 많이 들었죠. 괜히 회피하려고 3년 전속 끝나면 뮤지컬 할 거라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전속 활동이 끝날 때쯤 되니 그제야 성우라는 직업에 적응이 되더라고요. 일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까 재미가 생겼고 정말 행복했어요. 계속 성우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성우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타고난 재능이 엄청났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노력하면 다 된다’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종종 느낄 때가 있어요. 사람들 누구나 본인만의 강점이 있는데, 그걸 캐치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 저는 좀 일찍 안 거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를 알고, 그 안에서 타협하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죠.

내가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는 내가 되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모두 좋아하지만, 제가 녹음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작품은 ‘치즈 스위트홈’이에요. 요즘 애니메이션들은 굉장히 자극적이잖아요. 교육적이기보다는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에 집중되어 있죠. 그 와중에 치즈 스위트홈은 굉장히 따뜻한 작품이에요. 주인공인 아기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키우는 아이, 엄마 아빠, 무수한 길고양이와 옆집 이모들이 등장하죠. 내용이 잔잔하고 감동적이라 지금 떠올려도 닭살 돋을 정도예요. 생활하면서 때를 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제 원픽!

이 캐릭터는 나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고민 없이) 오버워치 디바요! 그냥 저예요. (웃음) 그래서 편하게 연기했죠. 디바 캐스팅 비화도 재밌어요. 성우 선배님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가 있는데, 제게 통화 연결을 했어요. 그때 제가 음주 중이어서 흥이 많이 오른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하나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나간 거예요. 그 하이 텐션 목소리를 블리자드 관계자가 듣고 저를 캐스팅했죠.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웃음)

성우로서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지금까지 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어요. 제가 전속 성우로 활동했던 시절에는 스토리와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시리즈가 많았는데, 요즘은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작품 위주라서 조금 아쉬워요. 앞으로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스토리 있는 작품을 만나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웃음과 밝음을 주로 전달했는데, 연기력이 필요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성우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목표요? 이 질문 받을 때마다 늘 같은 말을 해요. 5~6년 된 것 같은데, 올해는 정말 시집가고 싶습니다. (웃음) 그리고 성우로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통해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다양한 목소리로 게임에 재미를 더하는 게임 성우. 친숙한 목소리 탓에 이미 여러 해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고, 김현지 성우의 목소리에는 우리가 만나왔던 여러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게임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