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이틀 안에 게임 만들기, ‘잼’있어서 해요

* 게임 회사 사람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피플온] 시리즈에서는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살핀다.

오늘은 크래프톤 연합사 중 독특한 사내 문화를 지닌 피닉스를 만났다. 피닉스는 대부분의 게임을 8~10개월안에 빠르게 제작해 론칭하고, 매년 게임 제작 대회도 연다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승원님.

안녕하세요. 피닉스의 골프킹팀 소속으로 ‘골프킹–월드투어’ 레벨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함승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필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지형을 설계하면 아트 직군 분들이 맵을 구현해 주시죠.

미니골프킹과 골프킹 월드투어는 피닉스의 대표 게임인데.

그렇죠. 처음에 미니골프킹 프로젝트의 레벨 디자인 업무 담당으로 피닉스에 입사했어요. 그 후 골프킹-월드투어 프로젝트에 합류했죠.

피닉스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대학에서 실내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게임 업계로 왔죠. 게임 업계에도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 직무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원래 실내 디자인이 예술적인 감성보다는 설계가 중요한 일이라서, 게임 레벨 디자인과 접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공간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의 차이점도 있을 것 같은데.

현실 공간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지만, 게임 속 가상공간은 제약이 덜하죠. 정말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현실 공간의 인테리어는 설계한 사람이 의도한 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게임 유저들은 제가 상상도 못 한 곳을 개척해서 이용해요. 그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죠.

레벨 디자이너도 게임 개발을 잘 알아야 하지 않나요?

알아야 하죠. 주로 게임 속 공간을 설계하지만, 하나의 게임을 완성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업무를 이해해야 해요. 개발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고요. 입사 전에는 개발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함께 일하는 분들이 첫날부터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먼저 가서 질문도 많이 했죠.

피닉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피닉스의 게임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아처리킹’이라는 모바일 양궁 게임을 통해 피닉스를 처음 알았어요. 캐주얼 게임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라는 건 몰랐죠. 채용 면접 볼 때, 본부장님이 당시 제작 중인 미니골프킹 프로토타입을 제게 보여주셨어요. 이런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맡게 될 거라고 설명해주셨죠.

채용 면접 단계에서 면접자에게 꽤 많은 걸 공개했네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어떤 일을 할지 확실히 알고 입사했어요. 그리고 면접 볼 때, 신입인데 제가 얼토당토않은 걸 요구하기도 했어요. 저는 제가 만든 것에 대하여 그 의도가 끝까지 담기길 원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제작 의도가 사라지니까요. 이런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레벨 디자인 업무의 많은 부분을 맡겨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더라고요. (웃음)

막상 들어와서 일해보니 힘들지는 않았나요?

제 업무에 대해서만큼은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막상 해보니 엄청 힘들었어요. (웃음) 이미 면접 볼 때 말을 뱉어놔서 다 해내야 하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죠.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고요.

피닉스가 제작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캐주얼한 게임은 조작이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작은 단순하지만, 마스터하기는 쉽지 않고 재밌어야 하죠. 그 부분에서 피닉스는 강점이 있어요. 버튼 하나로 거의 모든 걸 조작할 수 있거든요.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었나요?

게임은 제 인생입니다. 월요일에 PC방 가서 일요일에 나오는 삶… 와우를 즐겨했고, 지금도 피닉스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수없이 즐기니까요. (웃음)

와우 유저라면 캐주얼 스포츠 게임이 취향에 안 맞지 않나요?

아, 제가 와우에서 제일 좋아하는 콘텐츠가 ‘와켓몬’입니다. (웃음) 캐주얼한 게임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에요.

골프 관련 게임 개발에 참여했는데, 골프에 대해 잘 아는 편인가요?

처음엔 전혀 몰랐어요. 미니골프킹은 실제 골프와 달라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골프킹 월드투어 개발할 때는 프로골퍼인 친구의 캐디로 따라가서 골프장을 직접 밟으며 하나하나 공부했죠. (웃음)

이번 골프킹 월드투어는 론칭까지 제작 기간이 얼마나 소요됐나요?

6개월 정도 프로토타입 제작 기간이 있었고, 버그를 수정한 후 제가 투입돼서 3~4달 만에 게임이 출시됐어요. 제작 기간이 짧은 편이죠. 피닉스의 대부분 게임이 8~10개월 안 론칭을 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죠. 캐주얼 게임 장르의 특성상 시간 싸움이 중요하거든요.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장르를 먼저 선점해야 해요. 웬만한 파생작은 살아남을 수 없죠. 조금 빠듯하지만, 그래도 피닉스는 게임 개발과 론칭의 경험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규모가 큰 게임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길 것 같은데.

생기죠. 규모가 아주 큰 게임은 아니지만 피닉스의 게임잼 행사에 매년 참여하고 있어요. 마음 맞는 직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평소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임을 제작하죠.

게임 제작 동호회 같은 건가요?

게임 제작 동호회는 한 게임을 오래 제작하잖아요. 게임잼은 단 48시간 동안 게임을 제작해서 제출해야 해요. 2018년에 처음 개최했는데, 2회까지는 48시간 제한 시간이 있었죠. 3회차인 올해는 장기간의 행사로 변경됐어요. 현재 회사에서 한 달에 이틀 정도 게임잼 행사 참여를 위한 시간을 제공하기도 해요.

게임잼 행사가 시작된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행사를 기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고 참여자 중 한 명일 뿐입니다만, 캐주얼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갈증 같은 게 생기거든요. 게임잼을 통해 각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와요. 결과물이 좋으면 실제로 론칭 할 수 있어서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요.

게임잼 1회부터 참여하셨다고 했는데, 성적은 어땠나요?

1회는 꼴찌, 2회는 (공동) 우승했습니다. (웃음) 1회는 입사 3개월 차에 도전한 거예요. 게임 업계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욕심을 너무 많이 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을 탄생시켰죠. 전 직원이 출품작을 함께 플레이해보고 투표하는데, 게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피드백이 대부분이었죠. 2회 때는 좀비가 등장하는 슈팅 장르 게임을 제작했어요. 참가비라도 받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더니 오히려 반응이 좋았죠.

게임잼 경쟁은 치열한 편인가요?

장난도 치고 즐겁지만 치열하죠. 다른 팀 프로젝트를 몰래 다운로드 받아서 빌드하고 플레이해 본 적이 있어요. (웃음) 제작할 때는 정말 진지해요. 팀원과 의견이 다르면 계속 조정해서 맞춰 나가야 하죠. 소수 인원으로 구성한 팀도 있지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서 프로그래머, 아트, UI 등 다양한 직군 분들의 도움으로 팀을 이뤄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에서 오는 아쉬움을 다시 일로 해소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당장 업무에 중요한 스킬은 아니지만 배우고 싶으면 게임잼에서 시도해봐요. 게임잼은 낮은 연차의 개발자가 스펙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저도 참여하면서 많이 배웠죠.

피닉스에서 일하면서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제가 다른 게임 회사를 다니지는 않았습니다만 게입 업계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 게임 제작할 때 본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어요. 피닉스는 내 생각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크죠. 그 부분이 가장 좋아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군요.

그런 편이죠. 애초에 리더가 왜 이렇게 했냐고 물어보면 의도한 바를 있는 그대로 다 설명해요. 수정하라고 하면 의도를 더 설명하죠. (웃음) 의도를 이해해 주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해해 주시고 때로는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봐’라고 얘기하시죠. (웃음) 피드백을 받고 나서 수정하기도 했어요. 저를 믿어주고 경험을 제공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죠.

마지막으로, 게임 디자이너로서 승원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 그럼 우선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니까 레벨 디자인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 후 다음 목표를 하나하나 찾아 나갈 예정이에요.

매년 게임을 론칭하면서도 새로운 것, 배움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하는 승원 님을 보며 ‘성취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성취감의 본질은 ‘일’이 아닌,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끝없는 노력을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