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짤을 아시는지?
친구에게 음료수를 사 오라고 했더니 ‘아침햇살, 닥터페퍼, 맥콜, 솔의눈, 실론티, 데자와, 지코’를 사 왔다는 내용으로, 댓글이 폭주하며 제2의 민초단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잠깐, 이 음료들 크래프톤 탕비실에 있는 건데…? 크래프톤은 전직원 투표로 탕비실의 음식과 음료를 선정하는데, 특히 ‘데자와, 솔의눈, 실론티’는 언제나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아니 왜 먹어요? 맛있나요? 왜 하필…? 해당 음료를 좋아하는 직원 3인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세 분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김유빈(이하 김): 크래프톤 데자와 대표로 인터뷰하게 된 TERA 사업팁 김유빈입니다. (웃음) 사실 데자와도 좋아하지만, 솔의 눈을 가장 많이 마십니다. 실론티도 좋아해요.
이준호(이하 이): 저는 솔의눈 대표 Dev본부 이준호입니다. 크래프톤 탕비실에 솔의눈을 들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습니다.
윤형기(이하 윤): 뭔가 비정상회담 같네요. (웃음) 저는 실론티 대표로 나온 스튜디오W 윤형기입니다. 데자와, 솔의눈 다 좋아해요.
세 분 모두 호불호 갈리는 세 가지 음료를 전부 좋아하시네요.
이: 사실 저는 회사에서 이 세 음료만 마셔요. 최애 탑3입니다.
김: 저도 커피, 탄산수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셔요. 닥터페퍼도 많이 마시고…
닥터페퍼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인데.
윤: 정말요? 닥터페퍼 맛있는데?
김: 지금 라운지에 닥터페퍼도 있어요. 크래프톤은 반기마다 라운지 음료/간식 품목 투표를 진행해요. 시리얼부터 라면, 음료까지 전부 직원들의 투표로 정하죠. 저는 늘 마이너한 친구들(?)에게 투표하는 편입니다. 표를 못 받을까 봐…
윤: 맞아요. 다양성을 존중해야죠! 가끔 본인의 최애 메뉴가 떨어지면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시는 분도 있는데(웃음), 비슷한 두 제품이 한 카테고리에 있으면 표가 갈리기도 하죠. 불닭볶음면과 까르보 불닭볶음면이 표가 갈려서 하나씩은 탈락하더라고요.
투표율이 높을 것 같아요.
김: 크래프톤 입사 후 라운지 음료/간식 개편 설문조사는 항상 성실하게 투표하고 있어요. 제가 투표한 음료 제품은 다 살아남았죠. 그런데 컵누들이 탈락해서 너무 아쉬워요. 출출할 때 먹기 좋거든요.
윤: 투표할 때 상부상조(?)도 해요. 내가 불닭볶음면에 표를 줄 테니 너는 솔의눈에 표를 줘라, 이런 식으로요. 일종의 유치 경쟁을 하죠. (웃음)
실론티를 위해 거래해본 적도 있나요? (웃음)
윤: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실론티는 무조건 살아남을 제품이라는 자신이 있어요.
김: 맞아요. 저도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냉장고에 솔의눈과 데자와, 실론티가 있는 걸 보고 묘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여기 배운 사람이 많구나 싶었죠. (웃음)
이: 전 솔의눈 표를 얻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팀 전체 방에서 소통하면서 서로 원하는 걸 말했죠.
윤: 선동 아닌가요? (웃음)
김: 소통과 선동의 사이…?
이: 모두의 만족을 위해 저희 팀끼리 뭉친 거죠. (웃음) 올해 상반기 투표 때는 제가 솔의눈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서 다른 음료를 마셔 보려고 일부러 솔의눈에 표를 안 던졌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솔의눈 홍보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팀원들이 저를 위해 솔의눈 찍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저희 팀에서만 솔의눈 20표는 먹고 들어간 상황이었죠.
언제부터 솔의눈을 좋아하게 되신 건지.
이: 10년쯤 된 것 같은데요. 솔의눈 특유의 청량함이 있어요. 제가 흡연을 안 하는데, 예전 직장에서 가끔 흡연 구역에 팀원들과 가게 되면 솔의눈을 마셨죠. 목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데자와는 대체 언제부터…?
윤: 저도 데자와 좋아하는데, 대학교 내 자판기에서 데자와를 500원에 팔았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셨죠.
김: 제가 밀크티를 정말 좋아하는데 국내에 밀크티가 유행하기 전부터 데자와가 늘 있었어요. 요즘 버블티 가게가 많지만, 데자와는 가성비 좋은 밀크티라고 생각해요. 맛도 좋고요.
데자와도 밀크티다?
김: 데자와’는’ 밀크티에요! 로.열.밀.크.티.라고 쓰여 있습니다. 맛없는 가게에서 파는 밀크티보다 데자와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데자와는 대학생들도 많이 아는데, 실론티와 솔의눈은 정말 아재 느낌 아닌가요?
윤: 저는 실론티를 초등학생 때부터 먹었어요. 왜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김: 솔직히 솔의눈은 조금 아재 감성이라고 하는 것도 이해해요. 저희 할아버지가 애주가셨는데, 할아버지 집에 늘 솔의눈이 있었어요. 보리차를 제외하면 어린이가 먹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 먹어봤는데, 청량감이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솔의눈을 마셨죠. 술이랑 같이 마셔 보진 않았지만 좋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준호 님, 아저씨 같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저는 스스로 저를 아저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웃음)
이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음료도 있나요?
윤: 음… 환타? (웃음) 환타는 웰치스나 데미소다 등 대체품이 있잖아요. 실론티는 대체품이 없지만.
이: 사실 저는 콜라를 잘 안 마셔서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콜라 없어지면 크래프톤 난리 나는 것 아닌가요?
이: 그럼 개인적으로 제로콜라는 빠져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겹치니까요. (웃음)
김: 커피 음료가 꽤 많은 편인데, 저희 사내 카페테리아가 잘 되어 있어서요. 두 종류만 있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카페테리아 커피가 맛있으면 캔커피는 잘 안 먹게 되죠.
이: 아, 사내 카페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런 일도 있었어요. 소통위원회에 사내 카페테리아의 원두를 교체해달라는 안건이 올라왔어요. 커피 취향은 제각각이라 몇 가지 원두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죠. 마트 시음 코너처럼 부스에 다양한 커피가 있고, 직원들이 마셔본 후 마음에 드는 것에 스티커를 붙였어요. 저는 원두 바뀌는 걸 기대했는데, 원래 원두 유지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웃음)
김: 저도 제가 투표한 게 안 됐어요.
윤: 저도요. 산미 강한 걸 좋아하는데… 바뀌지 않더라고요.
처음 탕비실 투표가 있는 걸 알았을 때 어땠나요?
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먹는 건데 우리가 고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이: 크래프톤 소통위원회가 있어서, 직원들이 원치 않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바로 문제 제기가 들어올 거예요.
김: 그리고 층마다 낙서도 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화이트보드가 있어요. 거기에 종종 ‘왜 XXX 없어졌나요?’ 하는 글이 있기도 해요.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죠.
세 분 모두 마이너한 음료를 즐겨 드시잖아요. 게임도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시나요?
윤: 저는 MMORPG 게임을 즐겨 해요. 근데 제가 고르는 직업은 늘 ‘똥 직업’ 취급을 받아요. (웃음) 제일 인기 없는 직업… 저는 재밌어서 고른 건데 사람들이 파티에 안 끼워주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짐작이 가는 캐릭터보다 예상이 잘 안 되는, 컨셉이 특이해 보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죠.
이: 저는 어렸을 때 마이너한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GTA 2를 사람들이 잘 모르던 시절부터 즐겨 했죠.
김: 저는 제 취향이 마이너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데자와처럼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하죠. 요즘은 동물의 숲 자주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당연히 테라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분기 투표를 위해 세 음료의 지지 연설(?)을 한다면?
김: 동아오츠카 관련자 보고 계시죠? (웃음) 데자와의 장점은 아까 충분히 얘기했고, 다음에도 살아남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신 솔의눈이 상반기 투표 때 아슬아슬했다고 하니, 주변인들을 잘 로비해보겠습니다.
이: 한때 마이너한 게임이었던 GTA가 점점 발전해 나가며 메이저가 된 것처럼, 사람들이 솔의눈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 거라고 생각해요.
윤: 콜라나 사이다는 너무 익숙하잖아요? 우리가 그렇게까지 매달리며 표를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다양한 선택지를 남겨 놓았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죠. 그럼 일상의 즐거움도 배가 되지 않을까요? (웃음)
탕비실 품목의 다양성마저도 존중하는 크래프톤! 가볍고 일상적인 주제였지만, 크래프톤의 열린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취향 존중!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