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PGI.S, 배틀로얄의 본질에 집중하다

#팬데믹이라는 연막 속에서 길을 찾다
#새로워야 살아남는다, 새로운 룰셋에 대한 고민
#치킨의 가치에 집중하다

2020년 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포문은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이하 PCS) 채리티 쇼다운으로 열었다. 이후 세 번의 PCS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의 기세는 여전했다.

다른 e스포츠 대회들의 취소 혹은 규모 축소 소식이 들려왔다.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PUBG Studios)도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글로벌 대회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글로벌 팬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무작정 추진하기에는 위험이 뒤따랐으며 매일 변해가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도저히 앞날을 확신할 수 없었다.

# 팬데믹이라는 연막 속에서 길을 찾다

가장 먼저 ‘선수들을 어떻게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글로벌 대회인데 선수들이 모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핑(네트워크 환경에 따른 게임 지연 현상) 때문에 글로벌 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각국의 e스포츠 팀들이 위치한 나라별 비자 정책 공부였습니다. 그 다음 항공편을 알아봤고, 선수들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죠.

– 성규헌 님 (펍지 스튜디오 Esports PM팀)

이번 PGI.S를 총괄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PM팀 성규헌 님의 대회 준비 당시 기억이다. 기존 권역별로 진행되었던 PCS와 달리, 전 세계 선수들을 초청해야 하는 대회는 입출국 규제와 시간상의 제약이 너무나도 많았다. 먼저 나라별 비자 정책을 공부하고, 항공편이 있어 입국 가능한 팀들을 추려보기로 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총 32개의 팀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회는 그 32개의 팀을 초청해 온오프라인으로 결합 형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며 불확실성이 계속됐다. 할 수 있는 것은 초청과 입국, 방역 등 완벽한 사전 준비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할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펍지 스튜디오의 노력을 보여주고 믿음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초청한 선수들과 함께 어떤 대회를 보여줄지 고민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어렵게 초청한 선수들은 물론, 시청자의 만족도까지 높이기 위해 매일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렇게 매주 승리팀이 나오는 새로운 대회 구조부터 대규모 상금과 이벤트전까지 글로벌 대회의 재미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물론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다. 선수들의 입국 과정 중 코로나19 확진으로 이탈하는 인원이 나오는 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입국이 예정된 18개팀이 차례차례 한국에 들어왔고 단계별 방역 과정을 거쳐 인천 파라다이스스튜디오에 모였다. 그렇게 PGI.S는 국내외 32개 팀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한자리에 모여 개막을 선언할 수 있었다. 팬데믹이라는 짙은 연막을 뚫고 모두의 노력과 열정으로 불가능할 것 같던 대회를 가능한 대회로 바꾼 순간이었다.

# 새로워야 살아남는다, 새로운 룰셋에 대한 고민
PGI.S의 진행 방식에 대해 회의 중인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TF

펍지 스튜디오는 FPS 장르의 재미 뿐만 아니라 배틀로얄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e스포츠 대회 형식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왔고, 언제든 룰셋을 보완해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재미있는 e스포츠를 전달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다. 또 어렵게 한국 체류를 결정한 선수들을 한두번의 경기만으로 허탈하게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8주간의 장기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 또한, 매주 대회가 열리는 방식으로 방향이 잡혔고, 위클리 서바이벌에서 ‘치킨’만으로 승부를 가려 다시 위클리 파이널에서 겨루는 배틀로얄과 서바이벌의 재미에 초점을 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총상금을 배정하고, 매주 승자 예측 이벤트 ‘픽뎀(Pick’Em) 챌린지’를 함께 운영하고 아이템 판매 수익의 30%를 총상금에 더하기로 했다.

대회 기획과 준비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격리 장소를 마련하고, 대회 기간 선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1인 1실을 제공하고, 대회를 위한 장기간 대회 장소를 빌려야 하는 등 부담이 가중됐다. 어려움이 컸지만 최선을 다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PGI.S를 끌어내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끝없는 노력 끝에 드디어 팬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

# 치킨의 가치에 집중하다
매주 위클리 서바이벌에서 치킨을 먹은 팀이 위클리 파이널에서 다시 경쟁하는 형태였다.

배틀그라운드 팬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기억에 남을 최고의 치킨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치킨은 여러 치열한 상황속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만이 맛볼 수 있는 것으로 배틀로얄의 본질과 재미를 상징한다.

기존 경기 방식은 여러 변화의 과정을 이어오면서 경기 별 치킨을 먹은 생존팀에게는 생존의 대가를 점수로 치환해 이득을 줬고, 대회 기간 중 많은 점수를 획득한 팀이 최종 우승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PGI.S에는 새로운 ‘치킨룰’을 도입하기로 했다. 매주 초 위클리 서바이벌에서 치킨을 획득한 16개의 팀만이 다시 위클리 파이널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도록 했다. 치킨이 파이널 경기로 향하는 티켓과도 같은 역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치킨룰이 위클리 서바이벌 경기 한판한판마다 주어지는 짜릿한 치킨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의 젠지는 매주 위클리 서바이벌에서 치킨을 먹고 파이널에 진출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주요 커뮤니티에서 일부 팬들은 과거 게임 속에서 치킨을 목표로 플레이한 경험들이 떠올라 선수들의 입장에 더 감정이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경기에 팬들은 함께 숨죽이고 경기를 지켜봤고, 치킨의 주인공이 나오는 순간에는 함께 열광했다. 경기 내용도 박빙이었다. 반면 대회 전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했던 일부 팀들이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생겼다.  매주 늘어나는 수억 대의 상금 금액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위클리 파이널 진출 후 기뻐하는 젠지 선수들.

이렇게 PGI.S에서는 오프라인 대회, 장기 토너먼트, 치킨룰까지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경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펍지 스튜디오만의 언더독 정체성이 드러난 순간들이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PGI.S 이후 앞으로 달라질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배틀그라운드 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노하우에 PGI.S의 재미 포인트가 더해져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e스포츠가 되리라 봅니다. PGI.S와 앞으로 이어질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모두 팬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의 과정입니다. PGI.S에서 보여준 치킨의 열광, 한 발 차이로 놓친 상금 등 선수와 시청자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발전하는 e스포츠가 되고 싶습니다.

– 성규헌 님 (펍지 스튜디오Esports PM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PGI.S로 한 번 더 도약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를 위해 나아갈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그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부터 조금씩 실행 중이다. PGI.S를 시작으로, 더 재밌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위해 펍지 스튜디오가 했던 고민들에 대해 앞으로 계속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