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다, WICK2D

올해 PGI.S에서 META GAMING(메타 게이밍)의 용병으로 활약, 담원 기아로 화려하게 복귀한 WICK2D(위키드) 선수를 만났다. 위키드 선수는 그동안 팀 해체를 겪고 은퇴 선언을 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에게 프로게이머로서의 개인적인 히스토리와 PGI.S, 그리고 담원 기아에 대해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WICK2D(이하 위키드) 선수, 정말 반갑습니다.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담원 기아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프로게이머 위키드 김진형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재 ‘펍지 위클리 시리즈(PUBG WEEKLY SERIES: EAST ASIA, 이하 PWS)’ 페이즈 1에 참여 중이에요. 담원 기아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팬들이 많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 서로 믿으면서 경기하고 있어요. 당장 성적 안 나오더라도 멀리 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담원 기아의 Loki(로키) 선수와 Under(언더) 선수 텐션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잖아요. 숙소 생활은 어떤가요?
정말 텐션이 높죠. 저도 기분 좋을 때는 덩달아 텐션이 높아져요. 그런데 그 친구들도 조용할 때는 정말 조용하거든요. 그럴 땐 조금 적응이 안 되기도 해요. (웃음) Seongjang(성장) 선수가 맏형이고, 제가 그다음, 그리고 동생이 세 명 있어요. 로키 선수와는 원래 절친이고, 나머지 동생들도 버릇이 없어서… (웃음)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요. 경기 없는 날에도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시간 보내죠.
 
현재 담원 기아에서 오더 역할을 맡고 계시죠?
음, 사람들이 오더에 대해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누군지 많이 궁금해하시고, 성적이 좋거나 안 좋을 때, ‘오더가 누구냐’고 먼저 말이 나오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오더의 역할은 좀 달라요. 일방적으로 주장해서 이끄는 것보다, 팀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하나로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로키의 의견을 따르고, 또 어떨 때는 언더의 의견을 따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담원 기아에서 제 역할을 ‘인 게임 리더’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PWS에서 담원 기아가 생각하는 라이벌 팀은 어느 팀인가요?
우선 모든 팀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요. 로키 선수가 Gen.G(젠지)에서 담원 기아로 이적했잖아요. 로키의 소망을 담아 젠지보다 확실히 더 잘하고 싶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T1(티원)의 Hulk(헐크) 선수도 이번에 복귀했잖아요. 헐크 선수랑 정말 친한데, 제가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올해 PGI.S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위키드 선수가 용병으로 참가했던 남미의 META GAMING(메타 게이밍)팀이 ‘0.25 한국 팀’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가 많았어요.
커뮤니티에서 메타 게이밍이 많이 언급되어 신기했어요. 저보다는 Ragnaldinho (라그나딩요) 선수 얘기가 많았는데, 정말 대단한 친구인 것 같아요. 메타 게이밍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워낙 그 친구들이 실력도 좋고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메타 게이밍 팀에서 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놀고 있을 때 메타 게이밍 코치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PGC 경기에 참여한 선수 중, 은퇴했거나 쉬고 있는 선수들을 찾고 있었나 봐요. 처음에 SNS로 연락을 주셔서 스팸인 줄 알았거든요. (웃음) 얘기해보니까 진짜 코치님이시더라고요. 그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PGI.S 개최 전에 메타 게이밍 선수들과 함께 연습 경기를 했어요. 한국에서 핑을 높게 조정해서 맞춰봤죠.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땠나요? 언어의 장벽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제가 좀 얼어붙어 있었는데 메타 게이밍 친구들이 많이 챙겨줬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정말 중학교 영어, 단어로만 소통하고 서로 못 알아들으면 Sparkingg 선수가 중간에서 통역해줬어요. 그 친구가 유일하게 영어를 잘하거든요.
 
PGI.S 대회 기간이 길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없나요?
위클리 파이널 5주 차에 메타 게이밍이 2위를 했어요. 선수들이 행복해하더라고요. 우승한 것처럼 환호하고. 젠지 선수들이 우리가 우승한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웃음) 사실 저는 용병이었기 때문에 우리 팀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었거든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 다른 감정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경기 끝나고 외국 선수들, 한국 선수들 함께 모여서 야식을 자주 시켜 먹었어요. 세계 대회 몇 번 나가면 다 아는 사이가 되거든요. 같은 게임을 하니까 대화가 되더라고요.지금도 Sparkingg 선수와는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요. 지금 메타 게이밍 선수들도 대회 중인데, 서로 응원하고 치킨 먹었을 때 축하해줘요.
 
해외팀과 한국팀, 모두 경험하셨는데 둘의 차이점이 있나요?
메타 게이밍에서 뛸 때는 확실히 자유로웠어요. 연습도 하고 싶을 때 하고, 선수가 싫다고 하면 시키지 않아요. 너무 여유로워서 놀랐죠. 해외팀 스타일이 저한테 잘 맞았는데, 한국팀도 그렇게 하면 노는 친구들이 분명 생길 것 같아요. (웃음) 쉬지 않고 노력하는 한국 팀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위키드 선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요.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가 된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10대 때, 전교도 아니고 그냥 ‘반에서 게임 좀 하는 애’였어요. 프로게이머의 길은 상상도 안 했죠. 오버워치, 롤 등 모든 게임을 좋아하는, 취업 때문에 막연히 자동차 정비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22살 때, 군대 전역하고 나오니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나왔어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제가 좀 잘하는 거예요. (웃음) 부모님께 프로게이머 준비해보겠다고 했죠. 반년만 시간을 달라고. 그 후 운이 좋아서 3개월 만에 프로팀에 들어갔어요.
 
처음 부모님께 얘기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요?
아버지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셔서 반대는 없었어요. 요즘도 코치처럼 제 경기를 다 챙겨 보세요. 아버지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하시거든요. 몇 번 같이 한 적도 있는데, 제가 모바일 게임을 안 좋아해서… (웃음) 일부러 져주면 티 나기도 하고요. (웃음)
 
프로게이머의 길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당시 배틀그라운드는 다르게 느껴졌나 봐요.
게임이 너무 재밌었어요. 피지컬과 전략, 두 개 모두 중요한데 그게 저한테 잘 맞았어요. 다른 게임은 모르는 사람이랑 랜덤으로 매칭되잖아요. 배틀그라운드는 아는 사람 네 명이 모여 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가 없었죠. 그리고 그때는 제가 정말 잘하는 줄 알았어요. 이 정도면 프로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그때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처음 프로 데뷔하고 유명해졌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중학교 친구가 ‘게임 배너에 네 얼굴이 있다. 뭐냐?’ 하고 연락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e스포츠 선수까지 다 아시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까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요.

위키드 선수, 우여 곡절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은퇴 선언도 한 번 했었죠?
네. 실력이 안 좋아서 은퇴를 한 건 아니고, 그때 박탈감을 크게 느꼈어요. 허무했죠.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데, 처우가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VSG도 해체될 줄 몰랐는데 갑작스럽게 소식을 들었죠. ‘굳이 다른 곳 가야 하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당시에 워낙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비집고 들어가기도 어려웠죠.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는 게 아니라면 그냥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담원 기아로 화려하게 복귀했어요. PGI.S 참가하면서 생각이 좀 바뀐 건가요?
PGI.S 기간 동안 로키 선수가 ‘형이 선수 생활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많이 이야기해 줬어요. 저도 미련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PGI.S 끝나고 여러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해외 팀도 있었죠. 얼떨떨했어요. 지금까지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거든요.
 
그중 담원 기아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사실 PGI.S 성적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잖아요.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담원 기아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예요. 제가 활동하면서 뭔가를 더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언더, 성장, 케일 모두 실력 있는 선수들이라 관심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담원 기아 배틀그라운드 팀은 신생 팀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크기 시작한, 급속도로 성장하는 팀. 분위기는 가족 같은데, 시스템은 체계적이에요. 출근 시간도 정해져 있거든요.
 
연습 있는 날은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군요?
다들 오후 1시까지 출근해요.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다들 프로니까, ‘너희 실력 알아서 관리해라’는 주의죠. 저는 보통 새벽 4시에 퇴근해요.
 
생각보다 업무 시간이 긴 것 같은데요? (웃음)
그렇죠. (웃음) 쉬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는 거니까요. 중간에 너무 피곤하면 자고 올 때도 있어요. 지금 PWS 중인데, PWS가 끝나면 또 금방 대회가 있죠. 올해는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

e스포츠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이 부분이 어렵지는 않나요?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악플 보고 상처도 받았죠. 지금은 경험이 쌓이면서 의연해진 것 같아요. 팀이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서로 서먹서먹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같이 맥주 한 잔하고 바람 쐬러 나가요. 서로 얘기 많이 하고 다독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위키드 선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요?
평소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요. 스트레스 받을 땐 로키 선수 방에 가서 징징거리기? (웃음)
 
그럼 로키 선수가 잘 받아주나요?
서로 징징거려요. (웃음) 그리고 산책 자주 나가요. 확실히 환기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들 중에, 또 친분이 두터운 선수들이 있다면?
로키 선수와 T1의 Aqua5(아쿠아 파이브) 선수, 아프리카 프릭스의 Hikari(히카리) 선수와 가장 친해요. 매일 연락하고, PGI.S에서도 자주 만났어요. 각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모여서 욕도 하고 (웃음) 회포 풀었죠.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아주 긴 직업은 아니잖아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웃음) 시작하면 종일 볼까 봐 하지는 않고 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어요. 나중에 프로게이머를 은퇴한다고 해도 젊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또래에 비해 모아둔 돈도 있고요. 그때 가서 길게 고민해 봐야죠. 관심 있는 분야는 있는데, 게임 회사가 궁금해요. 막연히 e스포츠 팀에서 일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담원 기아에서 위키드 선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의 분위기를 잡아 주는, 믿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우승을 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에, PGC에 가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랜드마크와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기에 처음에는 많이 삐걱거릴 수도 있는데요. 저희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끝까지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사주를 봤는데, 올해부터 운이 풀린대요.” 위키드 선수가 웃으며 말했다. 많은 일을 겪었지만, 꾸준히 실력을 증명하며 도전을 이어가는 선수. 앞으로 보여줄 게 훨씬 많다는 그의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현재 진행 중인 PWS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 대회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