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64명의 선수, 필요한 옵저버 수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옵저빙의 세계

# 세상에 없던 길, 배틀그라운드만의 ‘옵저빙’을 찾아서
# 치킨의 희열을 화면에 담다
# 팬들의 피드백을 통해 탄생한 크리에이티브
# 우리의 계속되는 도전, 그리고 PWS

2017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론칭한 후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PUBG Studio)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e스포츠 대회의 룰부터 콘텐츠, 선수 관리 등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 팬들이 편하게 대회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방송 화면 구성’도 매우 중요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송출된다. 대회 현장에서 직접 내보내는 화면, 일명 ‘옵저빙(observing)’이라 불리는 인게임 화면, 대회 기록과 정보를 보여주는 ‘실시간 API’가 방송의 핵심이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1인칭으로 진행된다. 전체적인 경기 상황과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인게임 카메라맨 역할을 하는 옵저버(observer) 투입이 필수다. 매년 새로운 대회를 준비하며 우리는 더욱 안정적인 옵저버 모드 개발에 힘썼다. 또한,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잘 보여주기 위해 옵저빙 화면 큐레이션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올해 PGI.S와 현재 진행 중인 동아시아 지역 통합 이스포츠 대회인 PWS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그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을 함께 따라가 보자.

PGI.S 대회 현장 방송실
# 세상에 없던 길, 배틀그라운드만의 ‘옵저빙’을 찾아서

배틀그라운드 론칭 후, 팬들의 많은 관심 덕분에 e스포츠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배틀로얄 이스포츠를 개척해야 했으므로 첫발을 내딛기까지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일반적인 e스포츠 경기에 투입되는 옵저버는 평균 5대 정도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는 30대 이상의 옵저버를 동시에 투입해야 한다. 대부분의 e스포츠 경기들은 10명 내외의 선수가 동시에 게임을 시작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한 경기에 6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다른 e스포츠에 비해 보여줘야 하는 화면의 수가 많은 셈이다.

또한, 게임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며, 방대한 맵의 크기와 어디로 잡힐지 모르는 자기장 때문에 선수들이 처음 플레이하는 포인트와 전투를 벌이는 장소도 매번 달라진다. 기본 조건의 난이도가 높다. 게다가 오롯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만 했다. 우리는 ‘어떻게든 방송을 만들자, 뭐든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방법을 모색했다.

PGI.S 대회 현장의 옵저빙 룸

배틀그라운드 초기 옵저빙 화면을 보면 지금과 많이 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첫 시도 당시에는 서버가 다소 불안정했으며 화면에서 팀을 구분할 수 있는 플레이어 태그 기능이나 로고, 그래픽 노출 가이드라인 등이 부족했다. 어느 지역에서 누가 싸우고 있는지 시청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펍지 스튜디오 직원들과 해외 송출 담당자, 프로덕션 담당자까지 방송 스텝만 백여 명, 모두 모여 이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화면을 송출할 수 있게 됐지만, 매 시즌 우리들은 새로운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팬들이 정말 보고 싶은 화면은 어떤 것일지, 어떤 것을 궁금해할지 생각했다.

각 지역 팬분들은 아무래도 자기 지역팀, 고향 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위해 기본 글로벌 피드는 제공하되, 지역별 옵저빙 피드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어요. 경기에 투입된 수십 대의 옵저버 중, 어떤 화면을 내보낼지 언제나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고 합니다. 팬분들은 AI가 자동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좋은 화면을 위해서 저희가 직접 고르고 있어요. 실시간인 만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죠. 현장은 리얼 전쟁 상황이에요. (웃음)

– 박수용 님(Esports PM Team)
# 치킨의 희열을 화면에 담다

올해 PGI.S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일명 ‘치킨(WWCD) 룰’을 도입했다. 배틀로얄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선수와 팬들이 치킨을 먹었던 순간, 그 희열을 다시금 떠올렸으면 했다. 새로운 경기 룰에 최적화된 그림을 만들기 위해 화면 송출 방식도 다시 고민했다. 우선, 치킨을 먹는 팀의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해야 치킨을 먹을 수 있는지를 화면으로 잘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매 경기 변화 양상을 제대로 잡아내기 위해 옵저빙 가이드와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했다.

PGI.S 경기의 외곽 교전 화면

가장 먼저 지역별 옵저빙 가이드는 유지하되, 직전 경기에서 성적이 좋았던 팀, 치킨을 먹을 가능성이 높은 팀을 사전에 선별해 화면에 많이 담았다. 또한, 자기장 중심부 고지대에 위치한 팀이 치킨을 먹을 확률이 높기에 해당 팀이 방어하는 모습을 자세히 담았다. 외곽에서 교전하면서 킬 포인트를 높이며 중앙으로 진입하는 팀들도 주목했다. 치킨을 먹기 위해 외곽에서 차를 타고 중앙으로 ‘찌르기’ 전략을 펼치는 팀의 동선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자 했다. 만약, 탈락하는 팀이 발생하면 빠르게 변화된 상황을 파악하고 유리해진 팀을 보여줬다.

치킨 룰에 맞게 화면 송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했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다. 치킨의 서사를 잃지 않고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PGI.S 1, 2주 차의 경험을 토대로 초반에 리더보드를 브리핑하고 이후 교전 장면을 내보내는 우선순위와 비율을 빠르게 조정했다. 3주 차 정도부터는 팀들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측하며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PGI.S에서 보다 비중 있게 사용하고자 한 사항은 실시간 리플레이 기능이다. 지나간 화면을 옵저버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돌려볼 수 있는 기능으로, 이미 지나간 교전 장면을 화면 하단에 띄워 팬들이 다시 볼 수 있게 했다. 재밌었던 장면은 각도를 달리해 보여주며 시점을 교정했다. 팬들이 놓치는 장면 없이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경기 직후 나오는 선수 인터뷰, 하이라이트 장면, 시네마틱 영상, 리더 보드 등 많은 정보를 팬들에게 알기 쉽게 보여주기 위해 화면을 구성했다. 교전을 펼칠 때 나오는 음악도 고심해서 골랐다.

# 팬들의 피드백을 통해 탄생한 크리에이티브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송 화면은 팬들의 만족도가 최우선이다. 팬들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화면은 어떤 걸까? 우리는 e스포츠를 시작한 날부터,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팬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여러 대회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동양권 팬들과 서구권 팬들이 원하는 화면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동양권 팬들은 선수들의 놀라운 에이밍과 교전하는 순간순간의 장면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반면, 서구권 팬들은 현재 상황의 맥락과 전투의 서사 라인을 궁금해한다. 각 팀의 히스토리, 어떻게 전투가 시작되고 끝나는지 전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를 반영해 각 지역의 화면을 다르게 구성했다. 옵저빙 팀에 각 지역에 맞는 우선순위 가이드를 주고, 화면을 큐레이션 할 때 반영했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만의 크리에이티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김창한 대표는 ‘플레이어노운’으로 분해 소닉스에 상금을 전달했다

모든 경기가 종료된 후, 우리는 시상식도 의미 있고 특별하게 연출하고 싶었다. 단순히 우승팀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끝나는 게 아닌, 배틀그라운드의 스토리를 담아 팬들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은 에란겔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플레이어언노운이 에란겔을 배틀그라운드 전장으로 만들면서 시작된다. 시상식 현장에서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플레이어언노운’으로 등장해, 이번 전장의 최종 우승팀인 북미의 Soniqs에게 상금을 전달했다.

# 우리의 계속되는 도전, 그리고 PWS

현재 PWS(펍지 위클리 시리즈, PUBG WEEKLY SERIES: EAST ASIA) 페이즈 1이 진행되고 있다. PGI.S와 달리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동아시아 지역 대회다. 경기 특색에 맞게 우리는 피드 송출 방식을 변경했다. 각 지역 프로덕션에서 각각 옵저버를 운영하고 피드를 제작한다. 각 지역에 속한 옵저빙 팀들이 지역의 니즈를 더욱 섬세하게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오프라인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실제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없는 점을 고려해서, 각 팀에 셀프캠 장비를 전달했다. 선수들을 최대한 노출하고, 특히 치킨을 먹었을 때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 노력 중이다. 해외팀의 경우, 경기 종료 직후 인터뷰를 위해 동시통역사를 초빙해 원활한 인터뷰 진행이 가능하게 했다.

PWS 옵저빙 현장
PWS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다나와 이스포츠 선수들의 모습

매 대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종료될 때마다 아쉬움과 교훈이 함께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하고 있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더욱 직관적이고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인게임 옵저빙 화면 디벨롭 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만의 아이덴티티와 이스포츠 특성을 고려한 방송 화면 디자인, 전투와 선수들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 등 더 퀄리티있고 흥미진진한 경기 화면을 위해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경기 초반부터 자기장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파악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팬들이 승패를 예측하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다.

요즘 재밌는 콘텐츠가 정말 많은 시대잖아요. 그중에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찾아 주시는 한 분 한 분이 정말 귀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팬들의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팬들의 취향에 맞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팬들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배그에 접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 중에 아직 꽃 피우지 못한 가능성 높은 선수분들이 많아요. 지금은 인지도가 낮더라도, 나중에 제가 말도 못 걸 정도로 정말 유명해지고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배틀그라운드를 사랑하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다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소중한 팬과 선수, 둘을 잊지 않고 배틀로얄의 진수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박수용 님(Esports PM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