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증명된 원탑, 준비된 슈퍼플레이, Inonix

국내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원탑, 국대’를 논할 때면 절대 빠지지 않는 그, 이노닉스 선수를 만났다. 이노닉스 선수는 데뷔 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지금도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데.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PUBG Continental Series, 이하 PCS) 4’ 진행 전,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이노닉스 선수, 반갑습니다. 크래프톤 독자들을 위해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젠지 펍지 팀의 이노닉스입니다.
 
곧 PCS4가 시작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 대회에서 가장 견제되는 게 중국 팀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전력이 굉장히 세죠. 중국 국내 리그인 PCL (PUBG Champions League) 영상 돌려 보면서 분석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PGI.S (PUBG GLOBAL INVITATIONAL.S)’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인지도가 높은 ‘17 Gaming’ 팀을 주목하고 있어요.

올해 WWCD룰(일명 치킨룰)이 도입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치킨룰에 대한 이노닉스 선수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반갑지만은 않았어요. 치킨을 꼭 먹어야 하니까 플레이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두 배거든요. 하지만, 치킨룰이 도입된 의도와 의미를 들어 보니 수긍이 갔죠. 전략도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치킨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세가 한 번 꺾이면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움츠러들기도 했어요. PGI.S를 경험하고 느낀 건데, 너무 치킨을 쫓다 보면 오히려 더 안 풀리니까 하던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노닉스 선수의 친정 팀이죠? 다나와 e스포츠 팀이 올해 급부상하며 젠지의 라이벌로 언급되고 있어요.
경쟁 팀이라서 썩 달갑진 않네요. (웃음) 살루트 선수와 라이벌 구도 형성된 것도 알아요. 그런데 이번 PWS (PUBG WEEKLY SERIES)가 살루트 선수의 첫 시즌이잖아요? 글로벌 대회에서의 모습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확실히 잘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글로벌 대회라는 관문이 하나 더 남았기 때문에.
 
글로벌 대회와 국내 대회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PGI.S와 PNC(PUBG Nations Cup)에 출전했었는데 글로벌 대회를 경험하며 확실히 총만 잘 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예기치 못한 변수에 선수 개개인이 똑똑하게 대처해야 하죠. 국내 대회보다 글로벌 대회 선수들의 기량이 훨씬 뛰어나기도 하고요.

올해 젠지에 아수라 선수가 합류했어요. 합은 잘 맞나요?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아수라 형이 부담이 컸을 거예요. 이전에 있던 로키 선수가 커리어나 실력 면에서 뛰어나고, 젠지의 방패 역할을 잘 해줬으니까요. 지금은 로키 선수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수라 선수가 잘 채워주고 있습니다. 아수라 형에게 늘 고마워요. 확실히 맏형이 들어오고 팀이 전보다 탄탄해진 걸 느껴요.
 
젠지 선수 중에 이노닉스 선수와 게임 외적으로 가장 잘 맞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딱 한 명만 고르자면 피오 선수죠. 룸메이트예요. 1년 정도 같이 살고 있는데, 처음에는 서로 선을 지키느라 오히려 벽이 있었어요. 다가가기 어려웠죠. 지금은 많이 친해졌어요. 지금껏 같이 살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죠. 서로 아쉬운 게 있어도 안 드러내는 것일 수 있지만… (웃음)
 
경기 없는 날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나요?
같이 밖에 나가서 밥도 먹고 쇼핑해요. 술은 거의 안 마셔요. 마실 일도 없고, 술 좋아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리고 치킨 정말 많이 먹어요. 피오 선수가 5일 연속 브랜드 다르게 치킨 시켜 먹는 걸 본 적도 있어요. 정말… (웃음)

이노닉스 선수가 젠지의 선수들을 각각 한 문장으로 얘기한다면? 피오 선수부터 할게요. 이노닉스에게 피오란?
젠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리고 생각보다 마음이 여려요. 겉으로는 강해 보이고 조금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요즘 많이 바뀌었어요. 알파카는 듬직한 친구예요. 옆에 두면 좋은. 그리고 맛집을 다 꿰고 있어서 밥 시켜 먹을 때 메뉴만 말하면 알아서 골라서 시켜줘요.
에스더 형은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동네 형. 장난도 잘 받아주고 팀의 분위기를 띄워줘요. 아수라 형은 함께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친형 같은 느낌이에요. 멘탈 케어도 잘 해주고. 그리고 제가 옷을 정말 못 입어요. 2년 동안 옷을 산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수라 형이 저를 패션에 눈을 뜨게 해 줬어요. (웃음)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을 잘 골라줘요.
 
젠지가 꾸준히 강팀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피오 보유팀이라서? (웃음) 요즘 피오 선수가 조금 이상해져서 자꾸 저한테 ‘이제는 네 시대다. 너 없으면 절대 이렇게 못 한다’고 말해주곤 해요. 이처럼 서로를 많이 인정하는 편이에요.
 
같은 방 쓰시면서 서로 ‘네가 있어서 내가 완성되었어…’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군요? (웃음)
같은 방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네요… 나중에 피오 선수에게도 똑같이 질문해주세요. (웃음)

이노닉스 선수가 2018년 프로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프로게이머였어요. 그때는 롤을 한창 할 때라, 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집에서 반대를 심하게 했어요. 그래서 그냥 입대했어요. 군대에서 경찰이 되고 싶어서 3개월 정도 운동하면서 공부했었는데 안 맞더라고요. 군대 전역한 후에 아버지랑 둘이서 소주 한잔하면서 프로게이머 꼭 하고 싶다고 다시 얘기했죠. 이제 군대도 갔다 왔으니 알아서 해 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시작했어요.
전역 후에 배틀그라운드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했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원래 FPS를 좋아하긴 하는데 잘 못 했거든요. 오버워치도 마스터 못 가봤어요. (웃음) 그래도 승부욕 때문에 꾸준히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군필 게이머라서 앞으로의 걱정이 덜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갑인데 군대에 안 간 선수가 옆에 두 명이 있어서, 그들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죠. (웃음) 평소에 피오 선수를 놀리기도 해요. “너 군대 가야 하잖아?” 이렇게요. 그럼 “너 PGC (PUBG Global Championship) 우승해봤어?”라고 받아쳐서 할 말이 없더라고요. 실제로 피오 선수가 군대 갈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가면 실컷 놀려주려고요.
 
이노닉스 선수가 유난히 슈퍼 플레이가 많아요. 비결이 있나요?
강심장이라는 것? 플레이하는 중에는 떨림이 전혀 없어요. 끝나고 난 후에 떨리더라고요. OATH 팀과 3:1로 붙었을 때, 끝나고 나서 다리에 힘 풀려서 못 일어났어요. 평소에는 공포 영화도 못 보고 공포 게임도 싫어할 정도로 겁이 많은데, 게임을 할 때만 강심장이에요.

여성 팬들이 많은 편이에요.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질문을 할게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요?
음,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제가 연애 경험이 거의 없어서 숫기가 없어요. (웃음) 부끄럼이 많아서 먼저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거든요. 먼저 적극적으로 말 많이 걸어주는 사람이 좋아요.
 
혹시 모쏠이에요?
그건 아니에요. (단호) 연애 경험 3번 이하? 프로 생활하면서는 한 번도 연애를 안 했어요. 만날 기회도 없고요. 그런데 연애하면 안 좋을 것 같아요. 집중을 못 하니까.
 
종종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중 잘생긴 선수’로 언급돼요. 동의하시나요?
누가 그래요? 동의 안 합니다. (단호) 다나와 e스포츠의 렉스 선수가 정말 잘생긴 것 같아요. 코가 아주…
 
그럼 젠지 팀 안에서는 내가 1등이다?
웃음으로 무마하겠습니다.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 중 친한 선수는 누구인가요?
젠지 선수들 빼고는 정말 몇 없어요. 제가 아싸라서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편도 아니고, 따로 선수들과 만나지도 않아요. 그래도 그중 담원 기아의 언더 선수와 가장 친해요. 현재 친분 있는 선수도 다 젠지 와서 알게 된 선수들이죠. 다나와 시절에는 정말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프로 선수 생활하면서 번아웃이 왔거나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다나와 시절에는 2등을 많이 해서 힘들었어요. 젠지 와서도 2020년은 대실패였던 해라서,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생각했죠.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표출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삭였어요.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한 장면을 떠올린다면?
PGI.S 5주 차 우승했을 때. 정말 예상 못 했거든요. 6주 차 잘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메라 감독님이 “젠지 우승!”이라고 말해서 더 기뻤던 것 같아요. 팀 성적이 좋을 때, 그리고 제가 유독 잘했을 때 쾌감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희열, 전율이 오래가죠. 숙소 가서 제 플레이 영상 돌려보기도 해요.
 
앞으로 이노닉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주차 우승 이런 거 말고, 무조건 세계 대회 우승해서 최종 우승 트로피 드는 게 소원이에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2020년에는 안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드려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어요. 2021년은 젠지의 해로 만들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젠지가 최종 우승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경기에 돌입하면 눈빛이 돌변하는 이노닉스 선수. 그를 보며 ‘존재감을 숨길 수 없는 조용한 강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동반된다. 이노닉스 선수가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이 겹쳐 보였다. 세계 대회 우승이라는 그의 꿈이 이뤄지기를 함께 응원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