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1년 차 VS 22년 차, 크래프톤 동상이몽

크래프톤은 대체 어떤 회사일까?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 위해, 1년 차 주니어와 22년 차 시니어를 동시 소환했다. 나이 차이, 세대 차이(?)도 나는 두 직원의 가감 없는 회사 생활 폭로전이 시작된다!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공채 출신 1년차 개발자 1인과 22년차 개발자 1인

안녕하세요!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진호(이하 김): 저는 테라 PC실의 테크니컬 디렉터 김진호입니다. 22년 차 개발자로, 2003년부터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길태영(이하 길): 테라 PC실 클라이언트 팀 소속으로, 9개월 차 신입 개발자 길태영입니다. 게임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사이인가요?

김: 테라 PC실에 클라이언트팀, 서버팀, 툴팀 이렇게 세 팀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세 팀의 리더를 맡고 있어요. 옆에 계신 태영 님은 클라이언트팀 소속으로, 둘이 직접 업무 할 기회는 거의 없죠. 저는 각 팀 팀장님들과 얘기하는 편입니다.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공채 출신 1년차 개발자 1인과 22년차 개발자 1인 소개

와, 리더의 리더시군요. 그럼 두 분 친분은 있으신가요?

길: 업무적으로 뵐 일은 별로 없고 회식 때 잠깐 본 사이? (웃음) 얘기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어요.

진호님이 2003년부터 게임 업계에서 일하셨다고 했는데, 태영님이 몇 년생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길: 저는 92년생입니다. 제가 초딩일 때부터 일하셨네요. (웃음)

김: 저는 나이 얘기 안 해도 되죠? (웃음)

진호 님은 크래프톤에서 연차가 아주 높으신 편에 속할 것 같아요.

김: 네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혹시 연차 1등은 아니시죠?

김: (웃음) 그 정도는 아니고요. 저보다 나이 많고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22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인데, 진호 님 처음 일 시작하셨을 때 이야기가 궁금해요.

김: 당시에는 게임 개발 분야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어요. 제가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거든요. 동기 중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단 2명이에요. 그때는 게임 개발자라는 게 대중적이지 않았고, 게임만 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인식도 좋지 않았어요. 국내 게임 개발사도 아주 적었고요. 제가 처음 만든 게임이 MMORPG 게임이었는데, 어떤 게임이든지 오픈만 하면 유저들이 몰려들었죠.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공채 출신 1년차 개발자 1인과 22년차 개발자 1인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처음 개발한 MMORPG 게임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 ‘라이프 온라인’이라는 게임이었는데,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어요. 생활형 MMORPG 게임으로 사냥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 요소들을 플레이하면서 즐길 수 있었죠.

태영 님, 라이프 온라인 아시나요?

길: 모릅니다. (웃음)

들어본 적도 없으신가요?

길: 없습니다. (웃음)

그럼 과거 진호 님이 개발에 참여하셨던 게임 중에, 태영님이 아실 만한 게 있을까요?

김: ‘미소스 온라인’이라고 아시나요?

길: 모르겠는데…

김: 그럼 혹시 테라라고 아시나요? (웃음)

길: 아 알죠. 압니다! (웃음)

진호 님, 어린 친구들은 상상도 못 할 그 시절 얘기 더 해주세요!

김: 업무 환경이 열악해서 고생했던 일화는 수도 없이 많죠. 2000년대 초반, 야근하고 회의실 테이블이나 서버실에서 신문지 덮고 잠든 적도 있고요. 아, 밤새 일하다가 잠깐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바로 기억이 나서 작업을 이어서 한 적도 있어요. 너무 제 고생 자랑 같나요? (웃음) 그래도 재밌었어요. 당시에는 MMORPG 서버 만드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거든요. 내가 구현하는 게 전부 최초가 되는 거였죠. 돌이켜보면 힘들어도 정말 재밌게 일했던 것 같아요.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공채 출신 1년차 개발자 1인

진호 님은 후배들이 많을 것 같은데, 크래프톤이 굉장히 수평적이고 자유롭잖아요? 적응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김: 낯설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평적인 것보다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에 더 놀랐어요. 개인에게 권한과 책임이 함께 주어지는 문화를 저는 크래프톤에서 처음 경험했어요. 자유로운 회사들은 많죠. 하지만, 그런 회사도 업무와 관련된 건 대부분 리더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크래프톤은 그렇지 않아서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태영 님, 자율적 분위기 동의하시나요?

길: 제가 다른 회사를 경험하지 못해서 비교 대상은 없지만, 자유롭게 일하고 책임지는 문화인 건 확실해요. 그래서 코딩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 무언가를 결정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저연차지만 결정권이 주어지니까요.

진호 님은 직장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매너리즘에 빠졌던 시기는 없었나요?

김: 열심히 만든 게임이 오픈 직후 좋은 성적을 못 냈을 때, 여러 요인을 생각하고 탓하며 힘들어하는 시기가 있었죠. 근데 굴곡이 있어야 재밌잖아요.

어쩌면 태영 님이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은데, 그럴 때 잘 이겨내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 일단 개발할 때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해요. 똑같이 실패하더라도 내가 최선을 다했고 이것보다 잘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 실패해도 후회가 남지 않으니까요. 후회가 남지 않으면 그런 상황에서도 멘탈을 금방 회복할 수 있고요.

회사 생활 하시면서 후회로 남은 것이 있으신가요?

김: 있죠. 저도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옛날에 제가 연차에 비해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너무 의욕이 너무 앞서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일을 우선시했죠. 함께 일하는 분들을 일적으로만 대하고 계속 푸쉬했던 제 모습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사람도 챙기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22년차 개발자 1인

너무 좋은 말이네요. 태영 님, 신입사원으로서 대선배에게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길: 보통 개발자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고 많이들 얘기해요. 40대나 50대가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진호님은 개발자로 오래 일하고 계시잖아요.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오래 일하라면 어떤 마인드로 일해야 하나요?

김: 최근에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었어요. 이 책에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기기 위해 세운 방법이 나와요. 바로 근본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뿐이더라고요. 찾을 수밖에 없는 개발자가 되면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분야를 개발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죠. 항상 자기개발하고, 내가 나아가는 방향을 꾸준히 점검한다면 충분하다고 봐요.

진호 님도 자기 개발을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김: 당연하죠. 책도 읽고, 자료도 찾아보고요. 요즘 젊은 분들이 너무 실력이 뛰어나셔서 공부해야 해요.

후배들 실력이 뛰어나서 조바심 나는 순간은 없나요?

김: 저는 경쟁을 안 해요. 크래프톤에 굉장히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좋아하는 업무를 맡아 거기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제 즐거움이에요. 그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죠. 그러면서 저는 제 나름대로 후배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보통 개발자들은 초반에 기술을 많이 습득하는 편인데, 그들이 더 다양한 것을 볼 수 있게끔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 개발자 인터뷰 - 공채 출신 1년차 개발자 1인

두 분, 업무를 할 때 재미를 퍼센티지로 환산한다면?

김: 저는 이 일을 너무 좋아해요.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직접 시스템을 설계하고 코딩하는 작업을 요즘에는 거의 못 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다른 분들이 잘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코칭해드리면서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100%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길: 100%라고 하셔서… (웃음) 일이 재미있으려면, 적절한 난이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리서치하고 기존에 있는 것들을 공부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는데, 간혹 제 능력보다 어려운 일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하게 되고 재미도 조금 떨어져요. 일이 열 개가 있으면 한두 개는 어렵기 때문에, 저는 85%라고 하겠습니다. (웃음)

1년 차와 22년 차는 일 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도 다를 것 같아요. 언제 힘드신가요?

길: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웃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은 없고요. 코드 보다 막막할때, 한계에 부딪힐 때 힘들죠.

김: 저는 함께 일하다 이탈하시는 분이 있을 때 힘들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거죠. 그분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축복하며 보내 드리지만, 아쉽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크래프톤에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길: 회사에 잘 적응해서, 옆에 계신 진호 님처럼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웃음)

김: 좋은 습관을 가진 개발자가 결국 훌륭한 개발자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습관을 홍보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개발자들이 코드 작업이나 시스템 작업을 할 때,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여유 있는 1년 차 태영 님도 인상 깊었지만, 후배를 이끌어주며 진심으로 보람을 느끼는 22년 차 진호 님에게 여러 번 감동받았다. 비록 나이와 연차는 많이 차이 나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일하는 그들.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