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공유할까? 그리고 그들에게 이 게임은 어떤 의미일까? 공식 유튜브에서 에일리, 김블루, 지수보이, 미라클을 인터뷰한 ‘배그LOVE’는 시리즈는 배그 찐러버들의 추억을 조명하면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제작한 최현호 님을 만나 배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팀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해요.
아시아 지역 배그 PC 버전 서비스를 돕는 Asia PUBG Publishing 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요. 최근엔 배그LOVE 영상 콘텐츠를 기획, 제작했습니다.
배그LOVE 영상을 보고 왔는데, 추억 돋고 재밌었어요. 안 본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부탁해요.
배그 서비스가 올해 3월에 5주년이에요. 또, 지난 1월부터 배그가 무료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새로운 페이즈에 맞춰 어떤 마케팅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우리 타겟 유저들의 90%가 이미 배그 계정을 갖고 있어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으로는 유저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의류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이런 데서 많이 하는 광고 스타일인 커머스 마케팅이에요. 길어지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근데 독자 분들은 안 괜찮을 수도…
배그LOVE 영상 캠페인은 셀럽이 등장해 ‘내 취향을 사랑하고 존중하자’고 말하는 무신사 ‘셀프러브’ 캠페인을 오마주한 기획이에요. 배그를 사랑하는 셀럽의 스토리에 요즘 뜨는 키워드인 공감을 한 스푼 넣어서 전달하고자 했죠. 내가 배그를 사랑하는 방법, 내가 배그와 함께했던 스토리를 일반 유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담아냈습니다.
배그LOVE 캠페인이 ‘BATTLEGROUNDS FOR ALL’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된 걸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배그가 무료 플레이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이런 캠페인에서도 좀 더 유저 친화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요. 더 많은 유저를 끌어 모아 더 빠른 매치 메이킹으로 서비스 상황을 개선하려고 해요. 계속 만나는 친구들만 만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실력의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배그LOVE 영상을 접한 옛 유저가 다시 배그로 돌아와 추억에 빠져보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뉴비도 언제나 환영하고요.
영상을 보고 나니 공사가 다망해 잊고 살던 AKM 반동이 그리워졌어요. 꽤 공을 많이 들인 촬영 같던데, 배그LOV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녜요. 기획하고, 대본을 쓰고, 인터뷰의 톤앤무드를 맞추는 과정 모두 힘들었어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촬영 날짜였어요. 스튜디오 렌트 비용 절약을 위해 12월 30일에서 31일 넘어가는 새벽에 몰아서 촬영했거든요. 회삿돈을 함부로 안 쓰는 사람입니다 제가.
톤앤무드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인터뷰이마다 영상 콘셉트가 바뀌는 게 꽤 인상적이었어요.
그게 보였다니 다행이에요. 크래프톤에서 최근 도입한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을 활용해 배그에 실제 등장하는 다양한 맵을 인터뷰이 캐릭터에 맞는 백그라운드로 다르게 설정해 보여줬어요. 미라클 님처럼 강한 남성적인 캐릭터는 미라마 맵이 어울렸고, 에일리 님처럼 밝은 분위기의 캐릭터는 에란겔의 맑은 날씨가 어울렸어요. 배그 맵 자체가 워낙 예쁘고, 멋지고, 신기한 장소가 많아서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개발자 분들이 잘 차린 맵에 숟가락만 얹었죠.
영상을 본 팬들 반응은 어땠나요?
정성적인 부분에서 두 가지를 잘했다고 봐요. 첫째, 독자가 원하는 스토리가 나왔어요. ‘배그가 나한테도 저런 게임이었지’라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어요. 둘째, 인터뷰했던 김블루 님, 미라클 님, 에일리 님, 지수보이 님 모두에게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어요. 자기 인생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룩백하는 경험은 굉장히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인터뷰이에게도 좋은 경험이다 보니 출연하고 싶어 하는 셀럽이 꽤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바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배그를 사랑하는 셀럽들이 꽤 많이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해왔어요. 2편을 만들면 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 고민은 하고 있어요.
반대로 출연을 제안해보고 싶은 셀럽도 있나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성사가 안 된 분들이 많아요. 배그 파트너 크리에이터 분들께도 정말 많이 연락을 돌렸는데, 코로나 이슈로 불발된 경우도 있고, 연락이 안 된 케이스도 있어요. 우리 파트너 크리에이터 분들 중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 만약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캐릭터만 3D로 띄워서 촬영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웃음)
개인적으로 특별히 만족스럽거나,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실 네 편 다 각자의 의미가 있어요. 일부러 결이 다른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 네 분을 뽑았으니까요. ‘내가 방송 처음 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배그로 성장했어’ 이런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오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리드 파트너인 김블루 님, 프로게이머 경험이 있는 미라클 님, 우리의 영원한 셀럽 에일리 님, 펍지 이스포츠의 믿음직한 해설 지수보이 님의 스토리를 다채롭게 담고 싶었어요. 실제로 같은 질문인데도 인터뷰 색깔이 다 다르게 나와서 모두 특별했어요.
인터뷰이 네 분의 서로 다른 인터뷰 스타일도 궁금해요.
지수보이 님과 에일리 님은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대답이 여유롭더라고요. 심지어 에일리 님은 거기에서 피아노도 치고 그랬어요. 김블루 님도 너무 대답을 잘해줬고, 미라클 님은 긴장해서 그런지 재촬영을 여러 번 했어요. 그런데 막상 미라클 님 인터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배그 덕분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청년이 꿈을 꾸고, 꿈을 현실로 이루고, 어머니의 오래된 냉장고를 바꿔줬던 얘기를 하시는데, 괜히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인터뷰이들에게 이 질문 많이 던지셨을 텐데, 그렇다면 현호 님에게 배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을 많이 바꿨어요. 전에 다니던 게임 회사에서 맨날 같이 배그하던 선임이자 절친이 한 분 있었는데, 말도 없이 먼저 크래프톤에 입사했어요. 배신감에 ‘나도 가야지!’하고 면접 봤다가 떨어졌어요. 얼마 후 다행히 다시 기회를 얻어 입사할 수 있었죠. 이전에 맡았던 게임과는 달리, 배그는 누구나 협업하고 싶어 하는 게임이고, 회사 지원도 빵빵해서 일이 워낙 수월해요. 마케터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그야말로 좋아하는 게임을 만나 인생을 바꾼 ‘성덕’의 삶이죠.
덕업일치를 이룬 삶이 부러워요.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도 일로 삼으면 싫어진다고 하던데요?
그런 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재밌어요. 특히 오랜만에 하면 더 재밌어요. 추억도 새록새록 돋아나고 언제든 다시 즐거워지거든요.
배그LOVE 영상에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장치가 보였어요. 옛날에 쓰던 로비 음악이 계속 깔려서 매칭 잡힐 때 두근거리는 느낌도 들고, 가슴이 웅장해졌어요.
의도한 거예요. 원래는 개발팀에 문의해서 옛날 초창기 로비를 재현하려고 했어요. 안타깝게도 지금 빌드 상황으로는 그게 구현이 안 되더라고요. 대신 김블루 님 촬영 때 에란갤 안개 맵을 표현해봤어요. ‘아, 그래. 이 게임이 이랬지’, ‘안 보이는데, 총 소리 나는 거 완전 공포였지’ 이런 걸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근데 현장에서는 안개처럼 보였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노이즈처럼 보여서 아쉬웠어요.
아, 그게 안개였어요? 몰랐… 다시 직무 얘기로 돌아갈게요. 아까 회사에서 지원을 잘해준다고 하셨는데, 마케터로서 이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올해는 패션 분야 하이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거기에 우리 유저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펍지가 단순히 게임 브랜드가 아닌, IP(지식재산권)로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펍지를 떠올렸을 때 ‘겜덕후’ 이미지가 아니라 누가 봐도 멋진 브랜드라고 인식하게 하고 싶어요. 브랜드 값어치를 올리고, 우리 게임을 사랑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할 일이 많은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네요.
이 얘기도 꼭 해주세요! 우린 열린 팀이에요. 포지션이 활짝 열려 있어요. 함께 일하실 분들은 언제든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배그LOVE 영상 마지막에 ‘배그, 사랑하세요?’라고 묻는 인터뷰이의 모습이 인상 깊어요. 현호 님에게도 물을게요. ‘배그, 사랑하세요?’
사랑합니다. 진짜 많이.
배그 덕분에 성덕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말하는 마케터를 보니, 다시금 열정의 호랑이 기운이 솟는 기분을 느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배그 마케터 최현호 님의 긍정 기운이 배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하며, 앞으로도 크래프톤 직원들의 이야기를 [피플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