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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직원들의 진검승부! 펍지 뉴비 챔피언십

‘PUBG: 배틀그라운드 (이하 배그)’에 진심인 크래프톤. 배그의 무료화 서비스 전환을 기념하는 두 번째 사내 대회 ‘펍지 뉴비 챔피언십 (PUBG NEWBIE CHAMPIONSHIP. 이하 PNC)’이 열렸다. 갓 태어난 아기 사슴 같은 뉴비 직원들이 모여 생존을 위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엉망진창일 것 같은 이 대회에 생각지도 못한 명장면들이 속출했다고 하는데? 크래프톤도, 배그도 뉴비인 신입사원 이혜진 님의 PNC 체험기를 들어보자.

나는 배그 뉴비다. 입사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크래프톤 뉴비이기도 하지만, 배그는 플레이타임이몇 시간 밖에 안되는 그야말로 쌩초보다.

그러던 2월 25일, 배그의 무료화 서비스 전환을 기념해 배그 뉴비 직원들을 위한 PNC가 열렸다. 한주 전에 열린 ‘펍지 고인물 챔피언십 (PUBG GOINMUL CHAMPIONSHIP. 이하 PGC)’이 배그 고수 직원들을 위한 대회였다면 PNC는 이름부터 나 같은 초보들을 위한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크래프톤과 독립 스튜디오들의 직원들이 함께 참여한 뜻깊은 이벤트다.

신중하게 엄폐 중인 배그 뉴비 크래프톤 직원 이혜진 님

언더독 싸움이 더 재미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초보들만 모아 놓고 대회를 하자니 불안했는지, 주최 측에서 각 팀을 통솔할 고인물 출신 코치들도 배정했다. 이들이 너무 활약할 경우 대회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코치들은 권총과 연막탄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주최 측은 코치가 룰을 위반할 경우 해당 경기 점수는 무효화되며 해당 코치를 강제 퇴장시킬 것이라고 미리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코치들은 팀 내에서 직접 전투보다는 오더나 지원에 집중했다.

커스텀 모드에서 경기를 진행해 뉴비 4명에 코치 한 명이 붙어 다섯 명이 한 팀으로 게임을 했다. 에란겔에서 2번, 미라마와 태이고에서 각각 1번씩 총 4번의 매치를 진행했다. 펍지 이스포츠에서 16팀 64명이 참여하는 것과 달리 총 19팀 92명이 참가한 PNC는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했다.

PQB 팀 최연식 님

나는 뉴비 대회니까 당연히 다들 나와 비슷한 실력의 찐 뉴비들만 모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유저들 100명이 싸우면 무슨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 팀 최연식 님 (HR 본부 Culture 팀)도 ‘뉴비’ 대회라서 참가하셨다고 한다. 크래프톤에서 일하신 지는 꽤 됐지만, 그 동안 배그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최근 뒤늦게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대회에 나갈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름부터 ‘뉴비’를 강조한 대회라길래 신청했다고.

PQB 팀 신수진 님

신수진 님 (Connect 본부 Space Connect 팀)의 참가 이유는 의외로 ‘지코인(G-Coin)’이었다. 지코인은 배그 게임 내에서 옷이나 무기 스킨 등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쓰이는 재화다. 종종 같이 게임을 하던 동료 팀원이 배그에서 곰 의상을 입고 있는 걸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충전을 할지 말지 고민에 빠졌던 것이 계기였단다.

사실 우리 팀 코치 김민철 님 (Engineering 본부 Service Analytics 팀)의 참가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코치는 권총과 연막탄만 쓸 수 있기도 하고, 뉴비들 싸움에 고인물이 끼면 지루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철 님도 처음엔 입사 동기의 제안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코치 분들이 예상외로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에 경쟁심이 발동됐고, 나중에는 전략까지 세우면서 PGC 때만큼이나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 하는 법. PGC 못지 않은 열정을 PNC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JDYN (저쩔 디00양문형 냉장고)’ 같은 팀명 짓기부터 게임회사 직원들 다운 고퀄리티 팀 로고 제작까지 다들 대회에 진심이었다.

우리 팀 이름은 PQB로 정했다. ‘여왕벌을 지켜라 (Protect Queen Bee)’의 약자다. 여기서 ‘여왕벌’이란 나를 가리킨다. 여왕벌이 된 이유는 가장 중요해서가 아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초보라서다. 이런 팀명 덕분이었을까, 팀원들이 열심히 싸우고 코치님이 오더를 내려준 덕분에 혼자 먼저 죽는 불상사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팀원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뉴비라면 팀킬도 정조준으로!

다시 말하지만, 이건 뉴비들을 위한 대회다.

뉴비 대회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뉴비 분이 방에 뛰어 들어온 같은 팀원을 멋진 정조준으로 팀킬할 뻔한 장면이다. 대회가 끝나고 살짝 여쭤봤더니 본인이 있던 건물에 적이 있다는 브리핑을 받은 직후 섬광탄을 맞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바로 쏴야겠다는 생각으로 섬광탄이 풀리자마자 총을 난사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팀원이 기절해서 본인도 당황하셨다고 한다. 물론 당황해서 난사한 것 치고는 에임이 너무 좋았던 건 비밀이다.

끈끈한 팀워크? 차량 폭발로 한번에 전멸 당한 PQB 팀

우리 팀도 이에 질세라 뉴비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매치 1에서는 불붙은 차에 4명이 같이타고 있다가 폭발해서 한 번에 전멸하고 말았고, 매치 2에서는 코치님을 포함한 다섯 명 전부 자기장 밖에서 쓰러졌다. 다같이 살거나 다같이 죽다니, 이보다 더 끈끈한 팀워크가 어디 있을까? 너무 허무하게 죽어서 다들 “안 돼!”만 연발하며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운전을 맡았던 최연식 님은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최연식: 우리가 대회 초반에는 차 한 대로 다 같이 움직였는데, 그게 내심 불안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를 않아. 송전탑 도착 직전에 보니까 차가 곧 폭발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빨리 내려야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차가 터졌어요. 허무하기는 했는데, 딱 뉴비 대회에서 볼 법한 재미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매치 3가 끝나고 나서야 마이크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린 최연식 님(왼쪽)과 신수진 님

황당한 에피소드는 게임 밖에서도 있었다.

대회 당일 아침, 벼락치기 하는 심정으로 팀원들이 역삼 오피스 34층 사내 PC방에 모였다. 소통을 위한 음성 대화도 연결하고 대회 직전까지 연습도 순조로웠다. 아니,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 대회가 시작되고 매치 3가 끝나고 나서였다. 대회 내내 수진 님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는데, 그때는 다들 오디오 설정이 잘못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수진 님 헤드폰 마이크가 계속 꺼져 있었던 것. 그것도 모른 채 3번째 매치까지 대회를 진행한 거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사실을 지금껏 몰랐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였다. 다들 수진 님은 원래 게임 중에 말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고 현장에 안 계셨던 민철 님은 수진 님이 화나신 줄 알았다고 했다. 반대로 수진 님은 팀원들이 다 바빠서 자기 말에 대답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수진 님 왈, “어쩐지 아무도 제 말에 대꾸를 안 하더라고요!” 과연 뉴비들 답다.

응급 처치 장비(EMT) 먹고 힐러로 전직

직원들을 위한 대회 생중계에 내가 주인공이 된 순간도 있었다. 갖고 있던 총기를 고민 끝에 내던지고 ‘응급 처치 장비(EMT)’를 집은 내 모습이 화면에 잡힌 것. 응급 처치 장비는 자신과 동료들의 체력 회복 관련 다양한 효과를 주는 전술 장비인데, 그 효과 중 하나가 기절한 팀원을 소생시키는 속도가 빨라지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랬다. 나는 갖고 있던 총기를 버리고 응급 처치 장비를 장착하는 방법을 몰라서 허둥대던 중이었다. 이 장면을 본 중계진이 여왕벌이 나이팅게일이 된 거냐며 웃었는데, 내가 다시 봐도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매치 4 막판 일생일대의 활약을 펼친 남기범 님

매치 3까지 중위권에 머물던 우리 팀은 매치 4에서 남기범 님 (Connect 본부 Contents 팀)의 불꽃 같은 활약에 힘입어 전체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순간 1대 1 접전에서 탄창에 총알이 떨어지는 바람에 아쉽게 치킨은 놓쳤지만, 이 매치에서만 무려 11킬을 기록한 것.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에 대회 종료 후 한 자리에 모인 우리 팀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가장 큰 공을 세운 기범 님과 코치 민철 님만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PQB 팀 남기범 님

남기범: 사실 좀 아쉬워요. 좀 침착하게 체력부터 채우고 장전했으면 치킨 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 때는 진짜 손이 덜덜 떨렸어요. 너무 긴장해서. 그래도 한 매치에 이렇게 킬 많이 하고 기여도가 큰 건 처음이에요. 편집해서 평생 소장하려고요 (웃음).

김민철: 저도 코치였다 보니 아쉬웠던 점만 생각나요. 마지막 매치에서 제가 연식 님을 차로 친 거랑 탄약이 부족해서 한 발 차이로 치킨을 못 먹은 게 너무 아쉬워요. 계산해보니까 마지막 경기 1등했으면 종합 1등도 가능했을 것 같아요. PGC 1등 놓친 것보다 이게 더 아까워요.

신수진: 마지막 매치에서 민철 님이 실수로 연식 님을 차로 쳤는데, 그 순간 하필 자기장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어요. 저는 일단 나부터 살자하고 뛰었거든요. 그런데 혜진 님이 살리러 갔나봐요.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그때 연식 님의 그 외침이 아직도 선명해요. 처음에는 ‘업어!’ 하시다가 나중에는 그냥 ‘가! 가!’ 하더라고요. 그 다급한 목소리가 지금도 머리에 맴도는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와서 이야기지만, 그때 나는 일단 기절한 연식 님을 소생시키러 뛰어 가긴 했지만, 업으라는 연식 님의 말에도 방법을 몰랐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혼자 어떻게 업는 거지 아리송해 하고 있었다. 의욕만 앞섰던 셈이다.

코치 김민철 님의 폭풍 오더

4등이라는 누구도 예상 못한 성적을 거둔 데는 지원을 맡은 나와 수진 님, 그리고 전투를 맡은 연식 님과 기범 님의 적절한 역할 분담도 기여를 했겠지만, 코치 민철 님의 고퀄리티 오더가 크게 한몫 했다.

최연식: 원래 게임하다 보면 흥분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민철 님은 한 번도 큰 소리 안 내고 시종일관 나긋나긋하게 오더 주셨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김민철: 사실 저도 잘 흥분해요. 그래서 평소 배그 할 때 성급하게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매치 4 마지막 순간에는 저도 속으로 엄청 흥분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티를 내면 다같이 정신없을까봐 침착한 척하면서 오더를 했죠.

신수진: 저희도 말 진짜 잘 들었어요. 어디 갈지 말지 일일이 물어보고. 아무 말씀 없으시면 움직이지도 않고 (웃음).

마지막 매치를 2등으로 끝낸 PQB 팀

나는 배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을 즐겨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솔로 모드만 하곤 했다. 하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이번 대회 경험을 통해 스쿼드의 참 맛,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하는 게임의 매력을 느꼈다. 팀원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에 따라 단순 개인의 실력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신수진: 배그에서, 특히 팀원들과 함께 플레이 한다면 실력과 결과가 꼭 같이 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뉴비니까 혼자 하면 절대 상위권에 못 들거든요. 근데 팀을 잘 만나면 가능해요. 총을 잘 못 쏘면 오늘 저나 혜진 님처럼 팀원들을 살리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요. 잘 하지 못해도 함께 즐기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배그의 매력인 것 같아요.

특별 게스트로 PNC를 찾아 명품 중계를 선보인 배그 이스포츠 지수보이 해설(오른쪽)

PNC는 나와 우리 팀원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대회 후 정말 많은 동료 직원들이 생중계를 통해 대회를 함께 즐겨 주셨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생전 해본 적 없던 배틀로얄 게임, 배그가 이제는 내게도 특별한 존재가 됐다. 소중한 경험을 함께한 우리 팀원들도 배그가 곧 다가올 5주년을 맞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최연식: 무료화 서비스 전환을 기점으로 배그가 우리 시대의 게이머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면 좋겠어요.

남기범: 배그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때 더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걸 더 많은 유저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수진: 배그가 처음 보기엔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그것만 넘어서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배그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요.

김민철: 더 다양한 콘텐츠와 즐길거리로 배그가 ‘어렵지만 재밌는 게임’이 아니라 모든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게임’으로 재도약하면 좋겠어요.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PQB 팀 뉴비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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