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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프렌드’의 내면을 만드는 Deep Learning 본부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한 당신. 평소 함께 게임을 하던 친구들은 오늘따라 모두 오프라인이다. 내맘같지 않은 랜덤 스쿼드 말고, 나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내 브리핑과 오더에 귀 기울여주는, 내가 원할 때면 언제라도 함께 게임을 즐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크래프톤은 이런 인공지능 ‘버추얼 프렌드(Virtual Friend)’를 만들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인공지능 관련 여러 기술 가운데 딥러닝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Deep Learning 본부의 이강욱 본부장, 임형진 PM팀장에게 물어봤다.

반갑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강욱(이하 강욱): 안녕하세요. 크래프톤에서 Deep Learning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강욱입니다.

임형진(이하 형진): 저는 Deep Learning PM팀을 맡고 있는 임형진이라고 합니다. 크래프톤에 합류하기 전에는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은 PM(프로젝트 매니저)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딥러닝 관련 영역이 아주 다양한데, 강욱 님은 그 중에서도 그 동안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계신가요?

강욱: 지금도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직을 겸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관한 수학적 이론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고, 크래프톤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는 좀 더 현실적인 딥러닝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그 동안 이론적으로 만들어온 것과 크래프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기술 사이의 교점이 보이더라고요. 저의 이론적 노하우를 활용해서 크래프톤에서 딥러닝 기술을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크래프톤에는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었나요?

강욱: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만난 연구실 후배들이 크래프톤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걸 계기로 크래프톤이 이쪽 분야의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됐죠. 물론 저도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하고, 크래프톤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크래프톤이 딥러닝을 연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후배들이 크래프톤에서 연구하는 내용에 대한 자문을 요청해 왔어요. 이걸 계기로 크래프톤과의 직접적인 인연이 시작됐죠.

배틀그라운드 이야기를 하시니 궁금해졌는데, 강욱 님의 게임 실력은 어떤가요?

강욱: 사실 저는 배틀그라운드 전에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했어요. 옛날부터 게임을 엄청 좋아했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어요.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스타크래프트 밖에 없긴 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스타크래프트는 프로 자격증을 따는 데 실패하고 아마추어에서 잘하는 수준에서 그쳤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미국에서 프로 생활도 반년 정도 했었어요. 아, 생각해보니 스타크래프트로는 아마추어 대회 우승도 해본 적도 있네요. (웃음)

게임 회사에서도 PM이라는 포지션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Deep Learning 본부의 PM으로서 형진 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형진: 우리 본부에는 여러 가지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들이 펼쳐져 있는데, 이들이 주제에 맞게 인력 분배가 잘 되어 있는지, 너무 모호한 범위로 분산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살피는 것이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제 역할이예요. 프로젝트의 범위와 인력, 시간 등이 적절하게 잘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죠. 본부 내에 저희 팀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연구원이예요. 대학원에 계시다가 바로 온 분들, 혹은 다른 회사에서 연구를 하셨던 분들인데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사이에 생기는 ‘그레이존(Gray Zone)’을 저희 PM팀에서 채우고 있어요.

만능 살림꾼 같은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인공지능, 딥러닝 분야의 프로젝트 내용을 이해하려면 PM으로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크래프톤 합류 이전에 이 분야 전공이나 관련 경험이 있었나요?

형진: 저는 통계학을 전공했어요. 전공 과정 거의 마지막에 머신러닝에 대해 잠깐 배우긴 했지만 현업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현업을 하면서 계속 공부를 해온 케이스예요. 그래도 학부 때의 경험이 머신러닝 업계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요.

Deep Learning 본부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떤 분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나요?

강욱: 우리 본부는 크게 Deep Learning 실과 Beluga 실로 구성돼 있어요. Deep Learning 실은 염화음 님이 실장으로 계신데 저는 여기에 더 많이 관여를 하고 있어요. Deep Learning 실은 다시 보다 범용적이고 기초적인 연구를 맡고 있는 Deep Learning Research 팀,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Applied Deep Learning 팀이 있어요. 또 저희가 만든 것을 실제로 서버에 올리고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Deep Learning Ops 팀도 있어요. 형진 님이 맡고 있는 PM 팀도 있고요. 최근 전통적인 모델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딥러닝과 인공지능을 데이터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구하는 ‘Data-centric AI’라는 새로운 방법론의 중요도가 많이 높아지고 있어요. 우리 본부에서도 이런 방법론의 중요성을 고려해 Data-centric Deep Learning 팀을 신설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본부 구성원들의 배경은 굉장히 다양해요. 상대적으로 최근에 합류한 분들은 대부분 딥러닝 분야의 석사나 박사 과정을 마치고 오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딥러닝 관련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딥러닝을 보다 이론적으로 잘 이해하고 연구적인 경험을 많이 쌓으신 분들입니다. 반대로 경력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분들의 경우 학교보다는 업계에서 일하면서 딥러닝 분야의 경험을 쌓아온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 분들이 학교에서 공부하시던 때만 해도 딥러닝을 비중있게 다루는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이런 분들의 경우는 딥러닝에 대한 실용적인 경험을 더 많이 보유하고 계시고, 또 딥러닝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컴퓨터 공학 혹은 통계 분야 지식을 골고루 보유하고 계세요.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자유롭게 연구 역량을 뽐내고 계세요.

Deep Learning 본부에서 하는 일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기 전에, 이 ‘딥러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욱: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개념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라고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인공지능은 사실 엄청 오래된 개념이지만, 컴퓨터가 나오면서 1950년대에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와 구현이 시작됐어요. 이 때부터 여러 방법들이 동원됐지만 다 잘 안되다가, 1980년대 들어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기법이 각광받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때도 한계에 봉착하여 한동안 어려운 시절을 보내게 됐죠. 이후 2000년대 중후반 들어 다시 머신러닝 안에 또 ‘딥러닝’이라는 놀라운 세부 기술이 개발됐고, 그 이후로 현재까지 쭉 인공지능 발전을 딥러닝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예요.

인공지능을 어떻게 달성하는지에 대한 방법적인 제한은 없어요.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을 하는 것은 모두 머신러닝에 포함돼요. 반대로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지 않고도 인공지능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건 비머신러닝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다시 머신러닝으로 돌아와서 데이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딥러닝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딥 뉴럴 네트워크(Deep Neural Network),’ 혹은 ‘심층신경망’이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하겠다고 접근하면 딥러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딥러닝이라는 건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 가운데 하나인 머신러닝, 그 하위의 세부 개념인 셈인데, 크래프톤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일을 하는 조직 이름을 꼭 ‘딥러닝’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강욱: 기존의 머신러닝과 딥러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딥러닝을 제외한 다른 머신러닝 기술들은 다양한 미디어에 적용하기가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나와서 굉장히 각광받은 기술 중에 스팸 메일을 찾아주는 기술이 있었어요. 이외에 검색 엔진 같은 것에도 머신러닝 기술이 많이 들어갔고요.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글자를 검색하거나 아주 간단한 패턴을 분석하는 수준이었죠.

딥러닝 이전까지 머신러닝 분야의 난제 중 하나가, 언어와 음성, 영상 데이터를 인식시키는 것이었어요. 이 세 영역에 대한 세부 분야가 따로 만들어지면서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었죠. 그런데 딥러닝이 나오고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세 영역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고, 동시에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이것이 불과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예요. 예전에는 학계에서도 전공 분야가 머신러닝이 아닌 그냥 컴퓨터를 사용해 영상을 한다거나, 머신러닝과의 접점 없이 음성을 하거나, 혹은 아예 언어만 보는 영역이 따로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이런 분야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따로 놀던 다양한 분야들이 딥러닝이 나오면서 다양한 미디어와 합쳐진거죠.

이게 바로 크래프톤 Deep Learning 본부의 목표와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예요. 크래프톤은 궁극적으로 저희가 ‘버추얼 프렌드(Virtual Friend. 가상 친구)’라고 부르는 것를 구현하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버추얼 프렌드라고 하면 얼굴이나 몸의 형상도 있어야 하겠지만, 말도 잘 해야 하고 언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겠죠. 말을 하면서 얼굴이나 몸의 형상도 알맞게 바꿔야 하니까 영상 기술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영상과 음성, 언어 이 모든 기술을 다 잘 다룰 수 있어야 해요. 만약 크래프톤이 10년 전에 이런 걸 하겠다고 했다면, 본부가 3개가 있어야 했을 거예요. 비용적으로도 그렇지만, 실제로로 이것들이 만족할 수준으로 다 잘되도록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고요. 하지만 딥러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모든 문제들을 한 번에 잘 풀 수 있는 기반이 생긴거죠.

앞서 크래프톤에서 버추얼 휴먼 관련 업무를 하고 계신 Creative Center 구성원들을 만나 봤는데요, 여기서 버추얼 휴먼의 외형적인 부분을 바라보고 있다면, Deep Learning 본부에서는 버추얼 휴먼이 듣고, 보고, 말하고, 읽을 수 있는 기능적이고 내면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계신 셈이네요.

강욱: 네 맞아요. 딥러닝 분야의 연구 특성 상 공개를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코드도 공개하고 결과물도, 데이터도 공개하고 있어서 기술 발전의 간극도 굉장히 짧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딥러닝 기술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또는 조금 더 잘 되게 만드는 행위의 상업적 가치가 점점 사라질 것으로 생각해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보편화되는 딥러닝 기술들을 가지고 어떤 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필요한 추가 기술들을 개발해서 빠르게 잘 쓸 수 있어야 하겠죠.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목표를 고려했을 때, 게임을 만드는 우리 회사는 다른 비게임 회사 대비 준비가 훨씬 많이 되어 있는 거죠. 언어, 음성, 영상 딥러닝 기술을 다 잘 다룬다고 해도, 여기에 어필이 되는 외형과 캐릭터를 만들고, 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크래프톤은 플랫폼 경험도 있고 캐릭터를 잘 만들어 콘텐츠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게임 회사에서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입니다.

크래프톤 Deep Learning 본부에서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 버추얼 프렌드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인공지능보다는 특정 기능에 맞춘 것이라고 봐야 할까요?

강욱: 경계가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목표를 가진 인공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특정 목표에 필요한 특정 기술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개발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를 할 때 나와 같이 이야기도 하면서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친구가 24시간 접속해 있는 거죠. 제가 오더하는 대로 맞춰서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파트너처럼요. 완벽한 인간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게임을 이해하고, 내 오더를 듣고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그런 친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Deep Learning 본부의 가장 큰 목표가 버추얼 프렌드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것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좀 더 단기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강욱: 네. 말씀하신 대로 장기적으로는 저희가 만든 버추얼 휴먼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다양한 요소 기술을 만들어 크래프톤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로 배포하기도 하고, 또 외부에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기적 관점의 목표라고 하겠습니다.

좀 더 단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저희가 만드는 요소 기술들은 사실 계속 밖에 보여줘야 해요. 연구 기관으로서 이것을 밖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좋은 논문을 만드는 거예요. 좋은 연구 논문을 쓰면 그 뒤에 따라올 요소 기술 기반 프로덕트와 서비스, 그리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만들 버추얼 휴먼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을 거고요. 그렇게 되면 저희의 가치에 공감하는 더 많은 인재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진행을 가속화할 수 있겠죠. 물론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논문의 기준이 높아서, 수적으로 많지 않더라도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 있게 하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말씀을 듣다 보니 인공지능, 딥러닝 연구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Deep Learning 본부 구성원들의 일과는 어떤 모습인가요?

형진: 연구원들의 주요 일과는 실험 결과의 분석인 것 같아요. Deep Learning 본부의 모든 연구원들이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건 전날 GPU (편집자 주: 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정보를 처리하는데 쓰이는 장치. 많은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 머신러닝 분야에 많이 사용됨) 돌려 놓은 걸 확인하는 거예요. 이걸 두고 저희끼리 일은 GPU가 하고 사람은 짜기만 한다고도 하는데요 (웃음). 실험을 세팅해 놓고 퇴근했다가 아침에 확인하는데, 사실 보통은 기대한 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왜 안 됐는지 디버깅을 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아까 강욱 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음성, 영상, 텍스트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많은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각자의 일을 서로 공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써요. 그 외에 틈틈이 계속 실험 돌리고, 코드 고치고.. 물론 코드를 고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사이클을 시작하는 일의 반복이 연구원의 일상인 것 같아요.

Deep Learning 본부의 구성원들이 이렇게 함께 일하고, 이렇게 서로 커뮤니케이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이 있나요?

강욱: 서로 간에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개발과 연구를 비교했을 때 개발은 건축에 가까워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기는 하지만, 하다 보면 길이 보이는데, 연구는 그런 길을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한 달을 일해도 결과물이 없을 수도 있어요. 고달픈 부분이 있죠. 성과나 실적에 대해 걱정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항상 연구에 있어서는 많이 실패한 것이 실적이고 업적이라고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 이번 달에 남들이 열 가지 도전을 해서 열 번 실패를 할 때 나는 한 가지 도전만 해서 한 번의 실패만 했다면 그건 열심히 안 한 것이 될 수 있지만, 많이 실패하고 원하던 결과가 안 나온 건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 같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것을 구성원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게임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율은 아주 낮고, 실패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크래프톤에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더욱이 딥러닝 연구하는 분들은 성공 사례가 나온 것이 아직 없고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단계라 실패에 대응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실패 혹은 좋지 않은 결과에서 잘 배울 수 있을까요?

강욱: 저는 원래 연구에서 아주 응용적인 딥러닝 보다는 좀 더 수학적인 걸 많이 해왔기 때문에 보다 원론적으로 ‘이게 왜 안됐을까’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반대로 성공을 했을 때도 그냥 ‘운이 좋아서 됐다’가 아니라, 이게 왜 됐는지 정확하고 분석해요. 예컨대 제가 100이라는 데이터를 모아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하면,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양을 일부러 줄여봐요. 100이 아니라 10만 있었다면, 20만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추가 실험을 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10으로 했을 땐 안되고 20으로 했을 땐 됐다면 다음에는 100만큼의 비용을 투자할 필요 없이 20만큼만 하면 되겠네 하는 식으로 분석해요. 실패를 했을 때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의 연구 결과가 적극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분야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산학협력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중인 것이 있나요?

강욱: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론 기반이기 때문에 특정 응용 분야에 더 전문성이 있는 교수님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음성이나 영상과 관련해서 딥러닝을 해오신 국내외 최고 수준의 교수님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기도 하고요. 국내외에 계신 최고 수준의 전문가 분들께 강연이나 자문을 부탁드리기도 하고 있어요.

또, 오는 여름부터 첫 국내외 대학원생 연구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어요. 훌륭한 대학원생 인재들이 크래프톤에 와서 우리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 논문도 쓰고, 이 곳에서의 경험을 다른 동료들에게 알리기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대학원에 계시던 분들이기 때문에 회사에 와서 학교에서는 하기 쉽지 않은, 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큰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분야에서 인재도 많이 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분들을 채용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형진: 사실 이제는 언어, 음성, 영상 등 여러 영역들이 하나의 모델로 합쳐지는 과정이라 채용 방향 또한 ‘딥러닝’에 대해서만 보고 채용을 한 후에 세부 영역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꼭 3D 영상 분야에 경력이 있는 분들만 저희 영상 엔지니어 포지션에 지원하실 수 있는 게 아니라, 딥러닝 분야에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미 시중에 필요한 기술이나 리소스는 다 공개되어 있어서 빠르게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정 포지션에 얽매이지 말고 딥러닝 분야에 배경이 있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지원하셔도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전공 지식이나 경력, 스킬 같은 것을 떠나서, 미래의 내 동료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형진: 제가 크래프톤 입사를 선택했던 이유는 이 곳이 ‘창의성(Creativity)’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예요. 딥러닝으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와 함께 할 분들도 이런 창의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한가지로,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우리 연구원 분들은 수많은 실패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실패조차 자신의 자산으로 삼을 수 있으려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높아야 해요. 실패하면 낙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서 탄력 있게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욱: 저는 제가 우리나라에서 한 기업에 몸담고 할 수 있는, 거의 제일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수준도 제일 높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연구를 최고 수준에서 하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저희가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 없고 내실을 다지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저희가 왜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Deep Learning 본부의 리더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딥러닝 연구자로서 강욱 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강욱: 크래프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많이 생각을 해 봤는데, 저는 이론적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분석을 하는 데 이론적인 인사이트가 적용되지 않는, 현실과 이론의 간극이 있을텐데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다시 이론적인 연구를 확장하고 바꿔 나가는 것, 새로운 이론 연구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연구만 할 때는 수학적인 것들을 많이 하다 보니 아무래도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 일을 하게 되는데, 크래프톤에서 실질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하다 보니 시야도 넓어진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딥러닝이란 이런 것이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형진: 조금 기술적인 용어인데요, 저는 딥러닝의 핵심 아이디어는 ‘차원 축소(Dimension reduction)’라고 표현합니다. 최정수의 정보를 뽑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결국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도구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강욱: 저는 딥러닝을 ‘심해’와 같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아직 딥러닝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요. 이것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히 알 수 없고요. 사실 심해를 연구하겠다 하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 싶을 수 있지만, 사실 그 안에 쓸모 있는 것이 많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딥러닝 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게임 회사에서 왜 갑자기 딥러닝이냐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면 저희가 엄청나게 큰,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KRAFTON AI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게임의 몰입감과 재미를 향상시키며
게임 제작, 퍼블리싱, 운영 과정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조직입니다.

연구/복지/채용 등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크래프톤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krafton.com/more-experience/ai/
KRAFTON AI 홈페이지 : https://www.krafton.ai/


[AI] Deep Learning Research Engineer
Computer Vision / Animation (3년 이상)

[AI] NLP/ Chatbot Machine Learning Researcher (3년 이상)

[AI] Jr. Project Administrator (3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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