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스토 프로토콜 아트 디렉터 드미트리우스 릴 인터뷰
드미트리우스 릴은 20년 이상 영화, 그리고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아티스트로서 일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Striking Distance Studios)의 서바이벌 호러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The Callisto Protocol)’이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Gamescom) 2022’에서 전 세계 팬들을 만나며 오는 12월 런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아트 디렉터로서 이 게임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드미트리우스 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테랑 게임 아티스트로서 그의 인생, 그리고 그가 어떻게 더 몰입감 있는 게임 경험을 만드는 지에 대해 물었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The Callisto Protocol)’의 아트 디렉터 (AD) 드미트리우스 릴 (Demetrius Leal)입니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Striking Distance Studios, 이하 SDS)에서 근무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그 전에는 일렉트로닉 아츠 (Electronic Arts)에서 일했어요. 여기서 지금 SDS의 대표를 맡고 계신 글렌 스코필드 (Glen Schofield) 님과 ‘데드 스페이스 (Dead Space)’를 만들었고, 이후에 또 그와 함께 ‘콜 오브 듀티 (Call of Duty)’도 제작했습니다.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글렌 님이 추구하는 비전을 토대로 게임의 아트 방향성을 일관되게 정의하고, 전달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게임의 전반적인 룩과 아트의 핵심 축을 탐색하고 리서치하는 데 집중했어요. 호러, 리얼리즘 디자인, 현 세계와의 연관성과 같은 전반적인 아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시간이었죠. 룩을 결정하고 나서는 팀 전체가 그것을 동일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작업물을 아트 바이블 형태로 문서화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다른 디렉터들, 다른 팀과 함께 계획한 것을 실행했고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포함하여 드미트리우스 님이 리딩하는 부서인 Art 실이 어떤 조직인지 설명해주세요.
SDS의 AD로서 저는 협업을 많이 해야 해요. 아트, 게임플레이, 엔지니어링 부서를 담당하는 각 분야의 디렉터들과 협업하여 시각적인 부분이 게임플레이와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작업합니다. Art 실 내에는 캐릭터, 무기, 배경, VFX, 라이팅, 머터리얼을 담당하는 하위 조직이 있고 각 영역을 담당하는 디렉터 및 리드들이 있어요. 이들 과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배경 VFX와 전투 VFX가 하나의 완전한 룩을 갖출 수 있게 VFX 리드와 작업하는 식이에요.
그 정도의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비주얼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죠. 제작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부서 간의 수준 높은 협업 또한 필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시나요?
SDS의 유능한 팀들이 아니었다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항상 동료들로부터 배울 점을 찾기 때문에 게임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분과 일하고 싶어요. 제가 우리 팀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각기 다른 관점을 공유하고, 귀 기울이며, 공감할 줄 아는 오픈 마인드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요. 때문에 관심사는 각기 다르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수준 높은 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언급한 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SDS에 합류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우리 팀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각기 다른 관점을 공유하고, 귀 기울이며,
공감할 줄 아는 오픈 마인드입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했나요? SDS 이전에 제작한 게임도 소개해 주세요.
영화 특수 효과 분야에서 오래 일했지만, 게임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고 이 업계로 넘어왔어요. 영화계에서 일하는 것도 보람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은 게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렉트로닉 아츠에 지원했습니다. 제작에 참여했지만 발매되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고, ‘심슨 가족 (The Simpsons Game),’ ‘대부 (the Godfather),’ ‘단테스 인페르노 (Dante’s Inferno),’ 데드 스페이스, 데드 스페이스 2는 출시까지 해냈죠. 데드 스페이스를 작업하면서 저와 비슷한 창작 욕구와 열정이 있는 글렌 스코필드와 그의 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팀 구성원 대부분이 액티비전 (Activision)에서 슬레지해머 게임스 (Sledgehammer Games)를 꾸리기 위해 글렌과 뜻을 모았습니다. 저는 그 스튜디오에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 (Call of Duty Modern Warfare III),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Call of Duty Advanced Warfare), 콜 오브 듀티 월드워 2 (Call of Duty WW II)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그럼 SDS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글렌이 스튜디오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분명 특별한 스튜디오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렌에게 제가 지원해도 될지 물어봤는데,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 프로젝트는 높은 수준의 게임 제작 역량을 요구했기에 작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여가 시간에 특별히 하시는 일이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쉬는 시간을 찾기가 어려워요! 지금 하는 일 자체가 창의적인 활동이기도하고요. 다만, SDS에서 선물로 아이패드를 제공했는데, 창작 활동을 하고 뭔가를 정리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인 것 같아요.
드로잉이나 채색을 위한 프로크리에이트 (proCreate), 레이어링, 컴핑을 위한 포토샵 (Photoshop), 무드 보드 제작을 위한 비즈레프 (VizRef)와 같은 툴을 일할 때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드저니 (Midjourney)와 딥아트 (deepart.io) 같은 온라인 인공지능 창작 툴도 시험해보고 있어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재미로 카메라를 챙겨 나갈 때도 있고, 레퍼런스를 모으거나 사진 측량 같은 다른 일을 할 생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도 있어요.
창의성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인풋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박물관에 가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죠.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부족해요.
드미트리우스 님이 오랜 시간 게임 업계에서 계속 일하고 싶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게임 만드는 일이 정말 좋아요. 트리플A 게임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템포가 빠르고, 발전을 거듭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제가 들이는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 만드는 일을 이렇게 오래 했는데 이거 말고 제가 또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겠어요! 영원히 게임을 만들어야 할 운명인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에서 가장 보람 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우리 팀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돕는 일입니다.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동료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고요. 어렵거나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나 과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순간도 즐겁습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제작하면서 가장 뿌듯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프로젝트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게임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성장해온 것을 제가 지켜봤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한다는 거예요.
“트리플A 게임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템포가 빠르고, 발전을 거듭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제가 들이는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드미트리우스 님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도 궁금해요.
요즘에는 게임을 연구하고 아트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게임을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게임들도 있어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Return to castle Wolfenstien, 2001)은 스토리 진행과 오컬트적 요소가 정말 좋아요. 이 게임을 보고 게임 업계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어요.
하프라이프 2 (Half-Life 2, 2004)는 스토리 진행은 물론이고 그래비티 건과 연계된 퍼즐 메커니즘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탈 2 (Portal 2, 2011)도 하프라이프 2와 비슷한 이유로 아주 좋아하고요.
블러드본 (Bloodborne, 2015)은 배경 디자인과 전투 메커니즘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좀… (웃음)
지금 제작 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그렇고, 과거에 개발했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도 그렇고 굵직한 호러 게임을 만들고 계시는데요, 호러 제작에 대한 뜻을 심어준 호러 게임이 있었나요?
제게는 데드 스페이스가 그랬던 것 같아요. 데드 스페이스를 만들고 나서는 그 게임에 현대적인 그래픽을 접목하면 어떤 게임이 될지 늘 궁금했어요. 기회가 되면 아주 현실적이면서 공포스러운 SF 호러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죠. 그리고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통해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만났고요!
AD로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제작할 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인게임 요소들이 모두 연결되어 공통된 테마를 갖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몬스터들이 돌연변이가 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저는 배경을 통해서도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너러티브 디자인 (generative design)을 발견하고 활용하게 됐어요.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사람이 만든 디자인을 이질적이고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은 디자인으로 바꿔주는 기술이예요. 우리 게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술이었죠.
더 큰 공포심을 유발하려고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게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배경이 300년 후의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와의 연관성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면, 게임 내 휴게 공간에는 전산화된 자판기가 있어요. 미래에서 볼 법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생김새는 여전히 자판기예요. 의도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는 오브제가 플레이어를 방해하지는 않았으면 했습니다.
크래프톤 블로그와의 앞선 인터뷰에서 글렌 님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공포 경험을 만드는 핵심 축으로써 ‘호러 엔지니어링’을 언급했어요. 아트 부문에서는 이 개념을 게임에 어떻게 녹여냈나요?
호러는 아트의 핵심 요소예요. 공포감을 조성하려면 플레이어를 고립시킬 수 있는 적막을 아트로 표현해야 했죠. 제작 과정에서 적막과 고립을 모두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달 표면을 디자인할 때 달에 공기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폐허가 돼 있고 황폐하기까지 한 환경이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칼리스토가 지구처럼 만드는 데 실패한 공간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 실패로 인해 칼리스토가 플레이어들에게 아주 위험한, 냉랭한 폭풍이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된 것이죠.
“공포감을 조성하려면
플레이어를 고립시킬 수 있는 적막을
아트로 표현해야 했죠.”
지금까지 경험한 콘텐츠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무서웠나요? 그 콘텐츠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지금은 종교 활동을 잘 안 하지만, 어렸을 때 저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어요. 기독교 교리에는 인간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 세계로 종종 넘어오는, 아주 악한 혹은 선한 힘을 발휘하는 내세의 존재가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엑소시스트 (The Exorcist)’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는데, 악한 존재, 즉 악마에게 빙의된 소녀에 대한 이야기예요. 저는 그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 영화가 제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이고 공포스러운 위협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무서웠죠.
한국 혹은 일본 등 아시아의 문화 콘텐츠를 경험해 보셨나요? 좋았던 콘텐츠 한 두개만 말씀해주세요.
아주 어렸을 때는 일본 영화 ‘고지라 (Godzilla)’를 좋아했어요. 사람이 고무 소재로 된 특수 분장을 입고 촬영한 그 버전이요. 조금 커서는 애니메이션 ‘아키라 (Akira),’ 만화 ‘총몽 (Battle Angel Alita)’과 ‘무한의 주인 (Blade of the Immortal)’을 봤는데, 전부 제 창의성에 영향을 준 작품들입니다. 한국 영화 ‘괴물’의 시네마토그래피나 ‘부산행’의 스토리 컨셉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을 재밌게 봤는데, 특히 프로덕션 디자인이 좋았어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고대하고 있는 호러 게임 팬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 여러분들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재밌게 플레이하고 게임 속 세계를 즐겁게 탐험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탐험하고 뭔가를 찾아내는 분들을 위해 우리 팀이 많은 요소들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생존만 할 수 있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게임에서 여러분을 죽이려고 해도 다 좋아해서 그런 거라는 건 기억해주세요! (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게임 아티스트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로젝트를 작업할 때마다 목표하는 것은 제 디자인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뭔가를 보여주거나 전달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고 잠재력도 큰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게임 아티스트로서 제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아트로서의 게임을 더 발전시키는 겁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발매 예정일: 2022년 12월 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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