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진짜 무서운 호러를 만드는 단 하나의 원칙

‘호러 엔지니어링’으로 뇌리를 사로잡는 공포 경험을 만든다

‘머릿속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을 만큼 짜릿한 공포 경험을 제공하겠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수십 년간 몰두해 온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triking Distance Studios) 글렌 스코필드(Glen Schofield) 대표는 올해 12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의 런칭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처럼 차별화된 공포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개발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호러 엔지니어링(Horror Engineering)’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글렌 스코필드 대표에게서 직접 들어 봤습니다.

호러는 제대로 하기 정말 어려운 장르입니다. 어떤 콘텐츠가 무서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디테일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호러 게임은 공포를 전하는 데 완전히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호러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훌륭한 호러 경험을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유일한 원칙이 바로 원칙 따위는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직감을 믿는 것입니다.

조명이 얼마나 자주 깜빡거리게 해야 할 지, 비명 효과음을 아주 약간 지연시켜야 할 지 아니면 약간 더 빠르게 해야 할 지, 크리처가 왼쪽에서 뛰쳐나오도록 해야 할 지 오른쪽에서 나오도록 해야 할 지, 이 대목에서 플레이어가 총알 2개를 갖고 있도록 해야 할 지, 하나만 갖고 있도록 해야 할 지 등. 호러 게임 디자인에서 이런 작은 디테일들은 종종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훌륭한 호러란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합니다. 그야말로 애정이 듬뿍 담긴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영감은 정말 어디서든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호러 영화에 푹 빠져 있는데, 이 장르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공포를 디자인할 때는 열린 마음을 견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은 ‘호러 엔지니어링(Horror Engineering)’이라고 부르는 프로세스를 활용해 공포 경험을 만들고 있습니다.

호러 엔지니어링이란 ‘진정한 공포’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세분화해서, 이를 다시 새롭고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분위기, 긴장감, 그리고 잔혹성의 적절한 조합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극한의 공포로 무력감에 빠지는 순간에도 인간성을 잊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요소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 호러 엔지니어링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 차세대 공상과학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를 만드는 데 호러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분위기

분위기는 호러 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어둡고, 음울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주변 분위기로 인해 끊임없이 불안함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코너를 돌 때마다 뭐가 나올지 몰라 두려워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게임 속 배경을 목성의 죽은 위성 ‘칼리스토’에 위치한 우주 교도소로 설정했습니다.

교도소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공간들 가운데 두려움과 억압을 가장 잘 전달하는 곳입니다. 비좁고, 어두우며 자유를 박탈하는 그런 곳이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두려운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더 나아가 우주에서 가장 고립돼 있고 황량하기까지 한 칼리스토에 이 교도소를 배치하여 호러 게임을 위한 완벽한 공간적 배경을 구현했습니다.

여기서 조명의 역할도 무척 중요합니다. 빛이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위협적이고 압박감을 주는 존재로 느껴지도록 ‘잔인한 섬광(cruel glare)’라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빛에 대한 틀에 박힌 관념을 뒤집어 플레이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긴장감

긴장감이란 두말할 나위 없이 호러 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호러 게임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서스펜스는 스릴 넘치는 게임 전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개발진은 게임의 속도감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포스러운 요소들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게 해야 할지, 어느 시점에 무서운 요소들의 등장을 잠시 멈추고 플레이어들에게 숨돌릴 틈을 줘야 할지, 플레이어들이 긴장을 늦추고 있을 때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할지, 혹은 플레이어들이 무서운 것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런 것이 등장하지 않도록 할지. 이러한 고민의 과정은 마치 플레이어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긴장감 조성을 위해 오디오의 힘도 빌렸습니다. 오디오 역시 공포감을 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디오는 하나의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오디오는 정말 중요합니다. 차세대 콘솔 기기들이 3D 오디오나 어쿠스틱 레이 트레이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채용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멋진 방법들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온전하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성능이 좋은 헤드폰을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잔혹성

잔혹함 역시 본질적으로 호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크리처들을 정말 그로테스크하게 디자인했고, 플레이어들이 몬스터에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맞대고 싸워야만 하도록 전투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게임에 근접전 상황을 많이 넣은 이유 중 하나도 잔혹함을 구현하기 위해서 입니다. 촉각을 활용하여 플레이어들의 기절봉의 묵직한 손맛을 느끼는 한편 몬스터들의 뼈가 부러지는 것도 직접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것들이 게임을 더 공포스럽고 몰입감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잔혹성이란 유혈이 낭자한 전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즐겨본 많은 한국 호러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인체를 비틀고, 구부리고, 부러뜨리는 묘사 방식이었습니다. 기괴한 방식으로 뼈를 부수고 인체를 뒤튼다는 발상 자체가 잔혹함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그래픽으로 작업한 것이 아님에도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리고 우리도 그 중 일부를 칼리스토 프로토콜에도 반영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인간성

호러 엔지니어링에서 중요한 또다른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인간성입니다.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풍부한 스토리와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믿음직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칼리스토에 일어난 일련의 미스터리한 일을 통해 끔찍한 변이를 겪었다는 사실, 그리고 몬스터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이 사실을 상기시키는 인간의 외형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성의 요소가 녹아 있습니다.


무력감

호러 엔지니어링의 마지막 요소는 무력감입니다. 무력감 역시 호러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세계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하고, 그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무력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위의 이미지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대담하고 강인한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웅 ‘제이콥’은 결코 강인한 군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치 지옥에 갔다 온 사람처럼 보이죠. 이미지 속에서 그는 이제 싸울 힘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벌써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무력감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선사할 게임 경험의 느낌을 잘 담고 있는 요소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한 호러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기를, 또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는 12월에 출시될 칼리스토 프로토콜 기대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