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띵작 게임은 띵곡으로 기억된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라고 불립니다. 시청각적 요소가 게임을 총체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이죠. 이용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몰입형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면면이 게임에 대한 경험으로 남지만, 특정 게임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가장 크게 불러일으키는 건 음악입니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수식어처럼 음악은 뇌리에 큰 잔상을 남기죠.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시처럼 깊게 파고든 그대 기억과 지난 사랑을 음악으로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게임 음악 역시 가시처럼 내 안을 파고듭니다! 게임 음악은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환기하고, 해당 게임을 즐기던 시절의 나를 추억하게 하죠. ‘띵작’ 게임은 ‘띵곡’으로 기억됩니다.

전설이 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BGM

어린 시절 기억은 8비트로 소환됩니다. ‘패밀리 컴퓨터’ 같은 80년대 8비트 게임기 내장 음원 칩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은 ‘레트로’를 상징하죠. 가장 대표적인 8비트 게임 음악은 ‘슈퍼마리오’입니다. ‘띠딘띤띠딘띤띤’으로 시작되는 게임의 도입부 BGM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계가 내는 뿅뿅거리는 단순한 사운드 구성은 효과음과 버무려져 풍성해지고, 하수구 배관을 통해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음악이 변주되는 부분도 탁월합니다. 스테이지 제한 시간이 임박할수록 빨라지는 템포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하죠. 2P 차례를 기다리며 1P를 맡은 친구가 어서 죽길 간절히 기다리던 치졸했던 어린 시절 흑역사도 떠올리게 만듭니다.

‘슈퍼마리오’의 ‘브금’은 예술악단의 오케스트라로 변주되곤 합니다. 예술 극장에서 연주되는 ‘슈퍼마리오’의 선율은 문화로서 게임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추억은 억천만’ 록맨2

‘슈퍼마리오’만큼 대중적이진 않지만 ‘록맨2’ 역시 레트로 감성을 폭발시키는 고전 게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지난 2008년 일본 서브컬쳐계에서 ‘록맨2’ BGM이 재조명받으며 다시 록맨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록맨2’ 플레이 영상에 누군가 자신의 추억을 담은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해당 BGM과 댓글을 활용해 커버 곡으로 만들었죠.

‘추억은 억천만’이라는 제목의 이 커버 곡은 말 그대로 록맨을 하며 자란 패밀리 컴퓨터 세대 직장인들의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는 일에 쫓겨 옛 추억을 회상하는 한 직장인이 마지막에 첫사랑을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죠. 원곡은 록맨2 스테이지1 BGM입니다.

캡콤은 해당 커버 곡이 인기를 끌자 ‘록맨9’과 ‘록맨10’을 ‘록맨2’의 감성을 담은 클래식 시리즈 신작으로 출시했습니다. 이용자들의 추억이 정말 추억팔이로 이어진 셈이죠.

포켓몬스터 메인 테마

앞선 게임이 ‘패밀리 컴퓨터’ 세대 아재들의 추억이라면, 밀레니얼 세대까지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게임 BGM은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메인 테마입니다. 1996년 출시된 1세대 포켓몬스터 게임의 타이틀 음악으로 사용된 이 곡은 당시 선풍적이었던 포켓몬 열풍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해당 곡도 메인 테마 OST로 다시 만들어졌죠.

국내에서도 1999년부터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돼 현재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세대가 공감대를 갖는 IP(지식재산권)이기도 합니다. 피카츄가 ‘타임’지 아시아판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던 시절 자란 포켓몬 세대는 ‘포켓몬 빵’과 ‘띠부띠부씰’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네요.

스타크래프트 테란 테마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잘 맞는 게임 BGM은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테마곡입니다. PC방과 e스포츠를 통해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았죠.

특히, 테란 테마곡은 IMF 이후 PC방 열풍과 이를 발판으로 커진 e스포츠,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그 시절의 애환을 떠올리게 합니다. ‘임요환’ 등 인기 프로게이머의 주 종족이 테란이어서 그런지 e스포츠 중계 시에도 유난히 테란 테마가 많이 흘러나왔죠. 영상 속 4분 30초 이후부터 나오는 ‘단단단단단단다단’ 부분이 백미입니다.

추억은 방울방울 크레이지 아케이드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브금’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 음악 중 하나죠. ‘스타크래프트’가 피나는 경쟁과 게임에 대한 뜨거운 기억을 되살린다면,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발랄하고 경쾌한 BGM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방울방울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물풍선이 방울방울 터질 때마다 욕설도 물 폭탄처럼 쏟아졌죠. ‘크아’에서도 부모님 안부를 묻는 유서 깊은 온라인 게임의 전통이 있었지만,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입니다. 로그인 창에서 흘러나왔던 ‘브금’은 당장이라도 게임에 접속하고 싶게 만듭니다.

얼리 버전 ‘배그’ 로비 음악

‘요즘 세대’에게 기억될 게임 음악은 뭘까. ‘배틀그라운드’는 그 후보군에 들어가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2017년 스팀 얼리액세스 시절 로비에서 흘러나오던 메인 테마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죠. 외딴섬에서 99명의 적과 싸워 살아남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는 더 웅장한 느낌의 BGM으로 대체돼 얼리액세스 버전부터 ‘배그’를 즐긴 이용자들에게는 ‘배린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브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기범 블로터 기자 spirittiger@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