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20은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에 빠져 있다고 한다. 보는 게임 시장도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게임은 안 하는데 게임 방송은 보는, 보는 게 더 재밌다고 말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 물었다. 게임 방송,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내가 지면 빡치는데 남이 지면 즐겁잖아요
평소 롤과 배그를 즐겨 해서 관련 영상을 자주 봐요. 롤은 ‘텔론’님, 배그는 ‘뜨뜨뜨뜨’님의 영상을 자주 봅니다. 오버워치 영상도 가끔 보는데 하이라이트 띄워 놓고 노래나 랩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거 구경하려고 봐요. 처음 게임 영상을 보게 된 계기는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였어요. 스트리머분들이 롤 스킬 쓰는 것 보고 혼자 봇전에서 연습했죠. 제 주변에 플래티넘 이상인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연습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스트리머 분들이 말을 잘해서 계속 영상을 집중해서 볼 수 있어요. 그러다 스트리머의 매력에 빠지면 그들의 토크나 멘트를 듣기 위해서 봐요. 겜덕이라서 게임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스트리머를 덕질하는 느낌? 내가 안 하는 게임이라도 그분들이 올리는 영상이라면 다 챙겨보니까요.
특히 제가 ‘선바’님을 좋아하는데, 그분의 플래시 게임 리뷰 영상을 자주 봐요. 요즘은 동물의 숲 영상이 자주 올라와서 저도 샀어요. 영상 보다 보면 영업 당하거든요. 그런데 웃긴 건 막상 제가 플레이해보면 재미없을 때가 많아요. (웃음) 그리고 제가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평소 롤이나 배그를 할 때 지면 화나거든요. 그런데 스트리머분이 지면 화 안 나고 재밌어요. 반응도 웃기고요. 스트리머가 이기면 쾌감도 같이 느끼죠. 게임은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는데, 게임 영상은 늘 즐겜모드로 볼 수 있는 거죠. 17세, 이유진(@topazinlee)
짝사랑이라서 영상이라도 봅니다
저는 배그 영상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평소 배그는 플레이하지 않아요. 오히려 롤을 자주 하죠. 사실 제가 FPS 게임을 좋아하는데 슬프게도 재능이 없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아서… 혼자 FPS 게임을 짝사랑해서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플레이하면 한 명 죽일까 말까 해서 답답하기만 한데, 잘하는 사람 영상을 보면 정말 재밌어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게임을 잘하는 스트리머의 영상을 봅니다. ‘이태준’, ‘킴성태’의 영상을 자주 봐요.
롤 관련 영상도 몇 번 봤는데, 보통 전략 위주 영상이라서 지루할 때가 있더라고요. 영상에서 본 전략이 제가 플레이할 때는 유효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롤은 매판 다른 플레이를 해야 해서 영상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플레이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은 상황이 갖춰져야 할 수 있는데 영상은 대중교통 안에서도 볼 수 있어서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것 같아요. 25세, 정용성
새로운 게임을 만나는 루트
저는 PC게임은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콘솔 게임만 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게임 방송을 챙겨 봅니다. 특히 ‘우왁굳’과 ‘옥냥이’님의 방송을 즐겨 보는데요. 나름 26년 정도 게임과 함께 살다 보니, 신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거든요. 제가 게임을 빨리 질려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신규 게임을 자주 소개하고 리뷰하는 스트리머들을 선호해요. 특히 옥냥이님은 게임에 스토리를 입혀서 영상을 제작해요. 그 부분이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피파20 시리즈 영상 보고 영업 당해서 저도 샀습니다. (웃음) 최근에는 신규 게임도 영업 당해서 PC 업그레이드를 알아보고 있어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과 게임 영상을 보는 시간이 비슷한 편인데, 종종 게임 영상을 듣기만 할 때도 있어요. 업무 중에 음악 대신 듣죠. 스트리머가 설명을 워낙 몰입감 있게 잘해서 라디오 듣는 기분이에요. 목소리도 좋고요. 방송 듣다가 궁금한 장면 나오면 화면을 확인하죠. 새로운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루트라고 생각해요. 34세, 마케터 최씨
게임 영상=한 편의 취저 예능
평소 플레이하는 게임을 종료하고(피지컬 때문에) 지쳤을 때 게임 영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최애 유튜버는 ‘혜안’인데요. 처음에는 배그 잘하고 싶어서 어떻게 쏘나 봤죠. (하지만 피지컬이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지금은 시트콤 보는 마음으로 봅니다. 게임 영상은 전략이나 게임 운영 팁을 위해 보거나, 대리체험을 하기 위해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냥 웃겨서 봐요.
전혀 플레이하지 않는 게임 영상도 봅니다. ‘소니쇼’의 리듬 게임 영상을 자주 봐요. 제가 리듬 게임을 정말 못 하거든요. 그래서 영상을 보기만 할 뿐 영업은 안 당하죠. 어렸을 때는 게임 리뷰 보고 영업을 많이 당했는데, 불혹이 되니 내 게임 취향과 실력을 너무 정확하게 알아서 영업 당하지 않아요. 특정 정보를 얻으려고 보는 것보다, 내 취향에 맞는 예능 한 편을 감상하는 거죠. 정말 마음 편한 타임 킬링이죠. 40세, 듬성듬섬
게임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점점 확장하고 있다. 이제 게이머가 아닌 사람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게임을 즐기곤 하는데. 보는 게임, 듣는 게임을 넘어서 앞으로의 게임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 변화의 과정들을 앞으로도 [컬처온]에서 밀착 취재할 예정이다.
에디터 클토니: 게임 좋아해요. 게임 회사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장인정신 넘치는 게임 유니온, 크래프톤 직원들을 탈탈 털어보려 합니다. 자칭 크래프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