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몇 해 전 의류 브랜드 발망과 H&M의 콜라보레이션은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제품 판매 일주일 전부터 노숙을 불사한 밤샘 대기 줄이 늘어서면서 패션피플뿐만 아니라 패알못인 사람들에게까지 해당 소식이 전해질 정도였죠. 중고 거래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되팔렘’까지 가세하며 대란이 일어났고, 콜라보가 갖는 파급력을 보여준 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발망과 H&M의 콜라보는 정작 제품 자체보다 되팔렘 응징에 초점이 맞춰져 슬픈 결말을 맞았지만, 콜라보는 이제 소비자들의 잠든 구매 욕망을 일깨우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콜라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게임 업계의 콜라보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임과 게임의 만남은 또 다른 파급력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한 것처럼, 원초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며 서로 다른 IP(지식재산권) 간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IP 간의 밸런스를 잘 잡아내지 않으면 게임 간 콜라보를 향한 환호는 원성으로 바뀌곤 합니다.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물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죠. 또 최근 게임 콜라보 마케팅은 게임 업계를 넘어 캐릭터 상품, 패션 등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게임 속 콜라보 대잔치
물 조절이 중요한 장르는 격투 게임입니다.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철권’ 시리즈는 최근 콜라보를 잘 활용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철권7 FR’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고우키’를 시작으로 ‘아랑전설’, ‘KOF’ 시리즈의 ‘기스 하워드’, ‘파이널 판타지 15’ 주인공 ‘녹티스 루시스 카일룸’ 등 다양한 게임 캐릭터들이 추가됐습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인기 미드 ‘워킹 데드’의 ‘네간’을 참전시켜 다양한 콜라보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철권은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고인물’ 대잔치인 격투 게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철권 7 FR 콜라보레이션 포스터
이미지 출처: 반다이남코 보도자료
배틀로얄 장르의 전성시대를 연 ‘배틀그라운드’도 PC와 모바일, 콘솔을 오가며 콜라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에는 ‘언차티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의 콜라보 스킨이 나왔으며, 모바일 버전은 ‘바이오하자드 RE:2’와의 콜라보레이션 좀비 모드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영화 ‘고질라: 킹오브 몬스터’의 개봉 일에 맞춰 고질라 콜라보 콘텐츠가 진행됐습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인기 IP에 신작 영화 콘텐츠를 붙여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있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X 바이오하자드 RE2 2차 콜라보레이션 업데이트
이미지 출처: 펍지주식회사 보도자료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 간의 콜라보, 이른바 부모자식 콜라보도 눈에 띕니다.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 중인 MMORPG ‘테라’에는 ‘배틀그라운드’ 캐릭터의 모습을 한 후카 전투병, 경계병이 등장해 콜라보 포인트 및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돼 게이머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테라X배틀그라운드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출처: 넥슨 보도자료
또 최근 눈에 띈 콜라보 중 하나는 ‘스타크래프트’의 ‘카봇’ 애니메이션 스킨입니다. 카봇 애니메이션의 귀엽고 단순한 그림체를 반영해 같은 게임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게 특징입니다. 카봇 스킨과 함께 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버 ‘헤이지니’의 음성 콘텐츠도 추가했습니다. 오래된 게임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콜라보 기획인 셈이죠.
starcraft x carbot
출처: 스타크래프트 공식 유튜브 영상 캡쳐
패션, 캐릭터 상품과 게임의 만남
게임 업계의 콜라보는 게임 바깥으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패션, 캐릭터 상품 등과 만나 게임이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미국의 패션 브랜드 엑스라지는 캡콤과 콜라보를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2’ 캐릭터를 반영한 의류를 내놓았습니다. 게임이 스트리트 패션을 입고 거리로 나온 모양새입니다.
엑스라지X캡콤 콜라보 의류
출처: 엑스라지(XLARGE) 공식 트위터
최근 휠라(FILA)는 ‘배틀그라운드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에 ‘배틀그라운드’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접목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해에는 수제 맥주로 유명한 제주맥주와 배틀그라운드의 콜라보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휠라 X 배틀그라운드 콜라보 컬렉션
이미지 출처: 휠라 보도자료
게임은 콜라보를 통해 진화하고 있습니다. 게임과 게임의 만남을 통해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고, 게임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게임 IP를 통해 콜라보 마케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 게임 IP가 갖는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게임은 한때 ‘덕후’들만의 문화로 인식됐지만, 이제 게임이 내 방 모니터 속 문화가 아닌 우리 생활 곳곳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기범 블로터 기자 spirittiger@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