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아이루’부터 ‘삼뚝’까지, 게임 속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감초 같은 연기로 주연의 존재감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뽐낸 조연들에게 이 같은 수식어를 붙이곤 하죠.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표현은 비단 방송 콘텐츠에 국한된 표현은 아닙니다. 문화 콘텐츠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게임 역시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의 활약이 꾸준히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연들의 잔치, 캐릭터 산업

이는 게임 IP(지식재산권) 기반의 캐릭터 산업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캡콤을 대표하는 타이틀 몬스터헌터의 ‘아이루’를 시작으로 논타겟팅 액션의 정수를 선보였던 테라에서 수인족으로 등장하는 ‘포포리’, 배틀그라운드에서 방어구로 등장하는 ‘삼뚝(3레벨 헬멧)’ 등은 서브 캐릭터 및 아이템 상품화의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서브 캐릭터 및 아이템의 상품화가 성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해당 캐릭터 및 아이템의 인기입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구매자의 니즈인 것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먼저 몬스터헌터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닮은 수인족 ‘아이루’는 귀여운 외형과 게임 내에서 선보이는 실질적인 전투 지원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 몬스터헌터는 아이루의 스크린샷을 찍기 위한 게임이라고 표현될 만큼, 게임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죠.

몬스터헌터의 수인족 아이루

이미지 출처: 몬스터헌터월드 공식 홈페이지

포포리는 엘린과 함께 테라를 대표하는 종족입니다. 남성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는 종족이 엘린이라면, 포포리는 여성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족이죠. 판다, 너구리, 토끼 등 여러 동물로 구현 가능한 포포리는 테라의 높은 커스터마이징 자유도를 바탕으로 유저 개개인의 취향을 확실히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루와 포포리 같은 수인족 캐릭터는 상품화했을 때 장점이 뚜렷합니다. 두 IP 모두 고양이, 판다, 토끼 등 다양한 동물을 기반으로 표현된 캐릭터인 만큼,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더라도 기존 상품과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 않고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강점을 갖습니다.

테라를 대표하는 종족 중 하나인 포포리

이미지 출처: 테라 공식홈페이지 갤러리

배틀그라운드의 삼뚝은 게임을 즐기는 모든 유저의 최애(가장 사랑하는) 아이템입니다. 배틀로얄 장르에서 목숨을 하나 더 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의 이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뛰어난 성능으로 많은 유저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죠.

물론, 단순히 특정 캐릭터 및 아이템이 게임 내에서 인기가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상품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퀄리티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캐릭터의 인기가 많더라도 상품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구매자들의 지갑을 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방탄모 아이템(삼뚝)

이미지 출처: 펍지주식회사 보도자료

대세는 게임 굿즈 시장

이러한 부분을 가장 잘 공략하고 있는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의 공식 굿즈샵을 오픈했습니다. 에코백, 폰 케이스, 후드, 노트, 배지 등 다양한 상품을 기성품 이상의 퀄리티로 선보였고,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되는 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밖에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상품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삼뚝과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대표하는 아이템인 프라이팬을 프렌즈 IP와 접목해 문구, 의류, 액세서리 등 각종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 IP를 활용한 상품화 사업 노하우가 배틀그라운드 IP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프렌즈X배틀그라운드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카카오프렌즈 공식 인스타그램

아직 국내에서 게임 IP 기반의 캐릭터 및 아이템의 상품화가 해외에 비해 대중화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활용할 만한 IP가 그리 많지 않고, 게임에 대한 인식과 상품 자체 퀄리티의 개선 및 보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 속 캐릭터와 아이템이 어떻게 상품화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될지 예상해보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동준 게임 인사이트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