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리볼버의 매력에 빠지다 – 킬 더 크로우즈 PD 인터뷰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게임이 나타났다!
크래프톤의 독립 스튜디오 5민랩이 뒤틀린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탑다운 아레나 슈터 게임 ‘킬 더 크로우즈 (Kill the Crows)’를 스팀을 통해 8월 21일 출시했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를 개발한 리볼버팀의 엄태윤 PD를 만나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팁을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엄) 안녕하세요, 킬 더 크로우즈의 PD를 맡고 있는 리볼버팀의 엄태윤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 자율적으로 집중개발을 경험하는 프로그래밍 캠프인 몰입캠프를 통해 처음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하여, 5민랩(오민랩)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지 이제 2년 정도 되었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를 개발한 리볼버팀(Revolver Team)은 소규모 팀이라고 들었는데, 팀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엄: ‘킬 더 크로우즈’의 출시를 위해 5민랩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계시지만, 리볼버 팀의 핵심 멤버는 세 명입니다. 저는 주로 기획과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고 있는데, 다른 분들에게 제 업무를 설명할 때에는 그냥 그림 그리는 것 빼고 다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볼버팀의 최윤정 님과 임경우 님은 저랑 2021년도부터 합을 맞추고 계신 분들이세요. 최윤정 님은 AD 역할을, 임경우 님은 아트와 게임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고 계십니다.
세 명 모두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만, 실제로 출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킬 더 크로우즈’를 개발한 5민랩 리볼버팀. 좌측부터 최윤정, 엄태윤, 임경우 님

첫 출시를 축하 드립니다. ‘킬 더 크로우즈’는 어떤 게임인가요?

엄: ‘킬 더 크로우즈’는 뒤틀린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원샷원킬 탑다운 아레나 슈터입니다. 플레이어는 ‘쇼다운’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총잡이, ‘이사벨라’를 컨트롤하며 폐허가 된 마을에서 광신도들과 전투를 펼칩니다. 플레이어와 모든 적, 심지어 보스까지 모두 한 발의 총알에 쓰러지는 하드코어함이 특징입니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과 유사하게 최대한 높은 점수를 노리며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에요. 물론 정말 옛날 오락실 게임 만큼 단순하진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 예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해금하며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자신만의 빌드를 만들 수도 있어요.

5민랩에서 서비스 중인 ‘스매시 레전드’와 얼마 전에 출시됐던 ‘장화홍련: 기억의 조각’ 은,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퍼블릭 도메인의 캐릭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는데, ‘킬 더 크로우즈’는 아주 다른 결이라 놀랐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를 착안하신, 개발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엄: 데모 공개 후, 5민랩에서 동화가 아닌 오리지널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것에 놀랐다는 반응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스매시 레전드’가 회사의 메인 타이틀이라 회사에 그런 인상을 가지실 수 있지마, 5민랩은 장르나 이야기에 구애받지 않고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의 시작점을 돌이켜보면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올라가요. 제가 사내 아이디어 피칭으로 제안했던 ‘프로젝트 건슬링어’가 ‘킬 더 크로우즈’의 전신이었어요. ‘건슬링어 프로젝트’는 묵직하고 로망 있는 서부 시대 건파이팅을 탑다운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표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쉽게도 ‘건슬링어 프로젝트’는 경험이 부족한 신입 PD가 만들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었고 – 머리 속에서는 이미 제 2의 할로우 나이트(Hollow Knight)’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결국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기회가 생겼고, 이번에는 “핵심 메카닉에 집중하여 시장에 빠르게 출시해보자”라는 목표 하에 ‘킬 더 크로우즈’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동화를 각색한 ‘스매시 레전드’, ‘장화홍련: 기억의 조각’의 접근 방식도 굉장히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니크한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스토리보다는 게임 플레이가 메인인 게임이지만, 나중에는 확장된 세계관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팀명이 ‘리볼버 팀’인데, 리볼버를 주무기로 한 탑다운 슈터를 개발하겠다는 컨셉에서 비롯된 이름인가요?

처음에 “리볼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팀 이름은 따로 없었어요. 그러다가 메인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회사 아티스트 분께서 점심으로 먹은 빵 봉투에 너무 귀여운 그림을 그려주고 가셔서 프로젝트 이름을 팀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리볼버팀명이 정해지게 된 그림

리볼버라는 키워드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에요. 게임을 개발할 때 하나의 집중된 방향성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자칫 방향성을 잃을 수 있거든요. 같은 탑다운 슈터라고 해도 뉴클리어 쓰론(Nuclear Throne)과 엔터 더 건전(Enter the Gungeon)이 다르듯, 리볼버라는 컨셉은 우리 프로젝트의 정체성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름과 팀 이름도 리볼버가 된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 주에 팀원들 모두가 모형 리볼버를 구매하여 회사에 들고 다녔어요. 얼마 전에는 리볼버 실탄 사격을 위해 사격장도 방문했었습니다. 이쯤되니 리볼버가 좋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건지, 프로젝트를 하다가 리볼버를 좋아하게 된건지 저도 헷갈리네요.

모형 리볼버를 들고 있는 엄태윤 PD

“뒤틀린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총잡이 ‘이사벨라’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샤론 스톤 주연의 95년 영화 <퀵 앤 데드>가 살짝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주인공 캐릭터와 적들인 까마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엄: 저도 최근에 <퀵 앤 데드>를 봤어요! 여주인공이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이사벨라와 유사점이 많더라고요. 샤론 스톤이 연기한 여주인공이 성격이나 상황 뿐 아니라 외모도 이사벨라와 닮아서 더 놀랐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의 주인공 이사벨라

자기파괴적인 주인공 이사벨라와 암울한 서부 세계관은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사벨라의 하드보일드한 캐릭터성 또한 ‘다크 타워’의 주인공인 롤랜드,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인 스파이크 스피겔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게임 전반적으로 많은 서부영화를 참고했어요. 리볼버 사격에 적이 날라가는 호쾌함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를, 대사나 연출은 세르조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옛날 옛적 서부에서’ 등을 참고했습니다.

킬 더 크로우즈의 전투 장면. 적들은 까마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 적으로 등장하는 까마귀를 숭배하는 광신도는 정통적인 웨스턴을 살짝 비틀기 위해 아이디에이션을 하던 도중 나오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좀 더 일반적인 총잡이나 강도를 적으로 등장시키려고 했는데, ‘까마귀’와 ‘광신도’라는 키워드가 잘 섞여서 매력적인 적들이 나올 수 있었어요. 이들 중에서도 플레이어에게 뛰어들며 폭탄을 터뜨리는 ‘봄버’는 팀에서 가장 아끼는 적 캐릭터입니다.

킬 더 크로우즈의 봄버

캐릭터에 이어 배경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황량한 서부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시키는 잿빛 배경인데, 아트 컨셉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엄: 프로젝트 핵심이 리볼버인 만큼 아트에서도 서부극 요소를 뺄 수는 없지만, 정통 서부극보다는 조금 비틀어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서부극 배리에이션 중에 오컬트적인 요소를 섞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다보니 서부극 하면 떠오르는 주황빛의 사막이 아닌 안개가 가득한 잿빛 늪지대 마을이 나오게 됐습니다.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하는 크라이텍의 ‘헌트 쇼다운(Hunt: Showdown)’도 아트 컨셉을 설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통적인 서부극 스타일을 버리게 되어서 사람들이 이게 서부극 게임인 것을 알아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어요. 서부 느낌을 내면서 동시에 암울한 잿빛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을 섞는 것은 꽤 어려웠지만, 플레이테스터 분들이 서부 시대 느낌이 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꽤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서부극 느낌이 물씬 풍기는 ‘킬 더 크로우즈’의 배경

굉장히 적은 인원으로 개발을 하셨는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것일까요?

엄: 세 명이라는 숫자도 도전적이긴 했지만, 6개월이라는 제한 시간이 정말 힘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완성까지 7개월이 걸리긴 했지만, 처음 프로젝트 피칭을 할 때 딱 6개월만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탓에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만들었거든요. 빡빡한 일정에 세 명이서 모든 일을 하려고 하니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진행하면서 정신 없었어요. 오전에는 전날 터진 버그를 고치다가, 점심 먹고 새로운 기능을 기획하고, 4시 쯤에는 마케팅 회의에 들어갔다가 퇴근 전에 아이템 설명 문구를 작성하고, 밤에는 다시 기능 구현을 하고…
아트를 담당하신 두 분도 하드한 일정을 소화해 주셨어요. 현재 게임에 들어가있는 배경 아트는 최윤정 님이 한 달만에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팀원 모두가 거의 6개월짜리 게임잼을 하는 느낌으로 개발에 참여한 것 같아요.

데모 버전을 먼저 플레이했을 때 플레이가 쉽지 않던데, 팀원 세 분 중, 혹은 5민랩 분들 중 가장 잘 하시는 분은 어느 정도 수준이신가요?

제가 기획이랑 밸런싱을 오래 한만큼 아마 제일 잘 할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뷰하는 지금 시점으로는 아직 출시 빌드가 나오지 않아서 누가 제일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완성되면 한 번 대회라도 열어서 최강자를 가려봐야겠네요.

저희 팀원 외에 가장 잘하시던 분은 ‘스매시 레전드’의 기획 총괄을 하시는 분이셨어요. 예전에 테스트를 위해 100킬까지만 밸런싱을 하고 200킬 쯤에 보스를 넣어놓고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플레이테스트를 잠깐 해보시더니 보스까지 도달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밸런싱도 안한 완전 불합리한 보스를 첫 트라이에 잡으시는걸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네요.

200킬에 등장한 보스

일명 ‘항아리 게임’으로 알려진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이라든지, 단순하지만 적응하기 힘든 조작감을 가진 게임들이 스트리머들을 통해 플레이를 보는 게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킬 더 크로우즈’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엄: ‘킬 더 크로우즈’는 ‘항아리 게임’ 같은 스트리머들을 괴롭히는 게임이랑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류의 게임은 목표는 단순하더라도 조작감을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는데, ‘킬 더 크로우즈’는 유저의 조작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거든요.

물론 한 번의 실수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저는 ‘킬 더 크로우즈’가 항아리 게임보다는 소울라이크 게임의 보스전과 게임 디자인적으로 더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어떻게 깨라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가 점차 적의 패턴과 플레이 방식을 학습하면서 유저가 레벨업을 하는거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가 명확히 보이고, 그렇게 하면 실제로 더 잘하게 되는 레벨 디자인을 의도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리머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더라도 시청자가 직접 플레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겁니다. 마치 친구와 컴퓨터 한 대를 두고 게임을 할 때, “비켜봐, 내가 더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물론 ‘킬 더 크로우즈’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정신없는 총격전 도중 눈앞에 도끼를 든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탄약이 떨어져서 “탕” 대신 “찰칵” 소리가 나는 아찔한 상황이 흔하게 연출돼요. 죽어가면서 배워야하고, 익숙해져있다가도 한 번의 실수는 죽음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렇게 힘든 만큼,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진심으로 짜릿한 것 같아요.

474킬을 달성한 화면

주어진 무기와 환경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적들을 제압해야 하는데, 적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라 굉장히 도전적인 난이도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킬을 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엄: 오디오를 들으세요!
‘킬 더 크로우즈’는 몰입감을 위해 오디오에 많은 정보를 넣어놨어요. 탄약이 떨어져서 리볼버 실린더가 헛도는 소리, 샤프슈터(저격수)가 나를 조준하는 소리, 멀리서 다가오는 육중한 디펜더(방패병)의 걸음 소리 같은 정보는 게임을 잘 하기 위해 모두 필요한 정보입니다. FPS에서 사운드플레이가 필수적인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실제로 개발 도중 테스트를 위해 헤드셋을 벗고 자주 플레이하는데, 그럴 때 마다 금방 죽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헤드셋을 끼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크래프톤 블로그 독자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엄: ‘킬 더 크로우즈’는 사업성보다 “로망”을 구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우선시 된 프로젝트입니다. 당장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발표 자료만 해도, 예상 수익이나 제작 계획 같은 것들 보다 ‘장고’에 나오는 총격전 장면을 앞쪽에 넣어놨었거든요.
예전에는 로망을 담은 게임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 잘 상상이 안됐는데, 몇 년 전 ‘PUBG: 배틀그라운드’를 시작으로 시장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개발사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도전은 성과를 떠나 항상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도전을 장려하고 성심성의껏 지원해주는 5민랩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되게 행운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스팀으로 출시한 ‘킬 더 크로우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민랩의 리볼버팀

Kill the Crows 스팀 상점 페이지 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