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누구나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왔습니다. 게임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크래프톤은 게임 본연의 재미와, 게임과 사회 상호간의 영향력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과 함께 게임 문화 연구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생각을 모아 연재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게임문화연구], 일곱 번째 편은 예술적 매체로서의 게임에 관한 이현진 선생님의 글입니다.
근래 게임을 만들고자 미디어아트 전공에 들어오겠다는 학생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이들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로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러한 꿈을 꾸며 그동안 딱히 정식으로 게임제작 관련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필요할만한 프로그래밍 혹은 그래픽 기술을 찾아 조금씩 공부해가며 실력을 쌓아왔노라 눈빛을 반짝인다.
2000년 이래, 게임 논의 가운데 소셜 게임(Social Game), 인스피레이션 게임(Inspirational Game), 아방가르드 비디오 게임(Avant-garde Video Game) 등의 흐름을 거쳐, ‘인디 게임(Indie Game)’이라 불리우는 장르가 점차 확대되어가는 것이 인지되고 있다. 그런 참에, 개인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모습은 그러한 변화가 서서히 교육 현장에까지도 반영되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게임 이론가이자 비평가인 예스퍼 율(Jesper Juul)은 그의 새로운 책, ‘핸드메이드 픽셀들: 인디펜던트 비디오 게임과 진정성의 추구(Handmade Pixels: Independent Video Games and the Quest for Authenticity)’에서 바로 이 ‘인디 게임’ 혹은 ‘인디펜던스 게임’ 현상과 특징에 대해 논한다. 그는 ‘인디 게임’에는 재정적, 미학적, 문화적 독립이라는 관점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며, 게임이 거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하여 주류 게임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작되는 게임을 그 하나의 종류라고 한다. 또한 게임 개발자 스스로가 예술가 내지는 크리에이터로서 진정성이나 예술성을 추구하거나, 그 정치성을 드러내는 게임, 혹은 그동안 쌓여 온 게임적 관습이나 게임 자체 형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비평을 가하는 게임, 8비트 픽셀 그래픽 등 복고풍 감성과 미학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임 등도 인디 게임의 종류로 고려한다.
굳이 율의 인디 게임에 대한 논의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요즘 개인 창작게임이 대한 높은 관심은 이제야 비로소 게임이 매체적, 형식적 논의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고 풍성한 접근을 꾀하는 모습으로 보여 반갑다. 이러한 게임들은 상업적 목적성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개발자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가는 매체로 변화되고 있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발언과 고민들이 게임의 소재이자 주제로 고스란히 담겨지게 되며, 게임에 대한 취향과 관점이 다양화되어 가는만큼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 자체 미학과 형식에 대한 고민 등도 보다 깊게 다뤄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게임이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은 결코 적었다 할 수 없다. 간혹 게임을 미디어아트 작업의 한 형식으로 제작해 온 학생들은 의례히 게임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는 경직된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또한 이러한 시도를 통해 외국에서 게임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의 교수들도 예술적 게임, 예술게임, 혹은 게임예술 등의 글들을 발표하며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곤 했다. 이는 마치 오늘날의 영화가 오늘날의 예술적이고 문화적 생산물로서의 지위를 갖추기에 100년 가까운 시간동안 고군분투를 해왔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 역사의 시작을 1970년 정도로 생각하여도 지금껏 그 역사는 반세기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물론 여기서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문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게임이야기까지 올라가려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컴퓨터 게임의 역사만을 생각해보자면 말이다. 율은 그의 책에서 1961년을 비디오 게임 역사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게임이 영화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세월 동안 그러한 편견과 서러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볼 수도 있겠다.
무엇이 예술이고 예술이 아닌가의 논의란 주변 미디어들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기인하며 크게 의미를 가지는 논의가 아닌, 불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인디게임이 활성화되면서 게임이 예술인가 아닌가의 논의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듯한 모습은 분명 의미있는 변화로 읽힌다. 게임이 스스로의 형식에 대한 관심에 의해 자기반영적 태도를 취해가는 것, 그래서 게임 자체에 대한 형식적 고민은 물론 게임이 게임에 대하여 발언하는 메타게임적 형식을 취하는 것은 게임이 미학적이고 문화적으로 성장한 예술적 매체로서의 모습이라 하겠다.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개인제작자들의 게임유통과 소비체계가 유연해진 속성에도 기인할 것이다. 또한 게임의 시청각 요소와 프로그래밍 등 융합적인 속성을 함유한 게임제작문화, 게임리터러시가 조금씩 자리 잡아 온 결과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발달된 초고속 인터넷망 등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 덕에, 많은 게임 인구를 갖추고 있으며, 국제적 스타급 게임플레이어도 많고, 전세계 게임 유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상업적 게임도 다수 제작해 온, 전 세계 게임시장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이다. 이제 게임이 상업적, 기술적, 엔터테인먼트적 차원에서 문화예술적 차원으로도 한층 더 확대, 성장하려면, 가치있고 수준높은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들을 개발하는 제작자 예술가 게임개발자들의 작업들에도 우리 사회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현진 현대예술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작가이다. 게임에 대한 연구도 이러한 관심 가운데 진행 중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학제간융합연구 ‘퇴계 성학십도 VR: 동양철학개념의 체험적 시공간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