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FTON

e스포츠: 재능과 노력, 그리고 소양

게임은 누구나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왔습니다. 게임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크래프톤은 게임 본연의 재미와, 게임과 사회 상호간의 영향력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과 함께 게임 문화 연구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생각을 모아 연재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 [게임문화연구], 오늘은 마지막 편입니다. 

게임문화연구 #10 e스포츠: 재능과 노력, 그리고 소양 썸네일

어느 순간 친구의 손에 이끌려 들어갔던 오락실. 그 신기하고 요란한 화면과 소리들. 화면 속엔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 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이 나의 명령을 기다린다. 옆자리의 친구는 어렵지 않게 스테이지를 이어가는데, 나의 주인공은 왜 이렇게 둔하게 움직이는지. 게임을 잘하고 싶었다. 아마도 그 작은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었으리라. 안타깝게도 투입한 동전의 수는 늘어가는데 나의 눈과 손은 아직도 초보의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엇비슷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성과가 좋았던 한 친구. 그 친구가 플레이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시작했다. 경쾌하고 정교한 손놀림과 그에 맞춰 춤을 추듯 움직이는 화면 속의 캐릭터. 가까운 친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른 세계의 사람인 듯 느껴졌다.

나와 그 친구는 무엇이 달랐을까? 비슷하게 시작한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커다란 차이를 가지게 되었을까? 30년전의 일인지라 지금에 와서 그 원인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노력으로 길러지는 것인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노력은 필요 없는 것인가?”, “충분한 노력은 재능의 부족을 메꿀 수 있는가?”

비디오 게임은 사용자에게 특정한 행동패턴을 익히고,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 행동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게임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어떤 게임을 하는지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인지기능 및 인지전략이 달라지며 그 결과 뇌의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상이하게 나타난다고 한다[1]. 1인칭 슈팅게임은 주의, 감각운동 네트워크의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2], 게임 속 화면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타겟이 출현할 경우 빠르게 반응하여야 하는 게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와 같은 MOBA 게임의 경우 유동성 지능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3]. 또 다른 연구에서는 LOL과 ‘DOTA 2’의 숙련자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뇌 기능을 비교하였는데, 연구결과 숙련자 집단에서 주의 네트워크와 감각운동 네트워크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강화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바꿔 생각하면, 특정한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게임에서 요구하는 뇌의 구조적 및 기능적 특징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만약 누군가 특정 게임에서 요구하는 행동을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타고 났다면, 그 사람은 해당 게임을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잘 할 수 있을까?

관련하여 숙련성과 신중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관련성을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노력(연습)이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연습만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한다[4]. 비디오 게임을 잘 하기 위해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잘 하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 게임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그 역량의 크기를 결정하는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의 관계는 어떠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1] West, G. L., Konishi, K., Diarra, M., Benady-Chorney, J., Drisdelle, B. L., Dahmani, L., … Bohbot, V. D. (2018). Impact of video games on plasticity of the hippocampus. Molecular Psychiatry, 23(7), 1566–1574. https://doi.org/10.1038/mp.2017.155

[2] Bavelier, D., Achtman, R. L., Mani, M., & Föcker, J. (2012). Neural bases of selective attention in action video game players. Vision research61, 132-143.

[3] Kokkinakis AV, Cowling PI, Drachen A, Wade AR (2017)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 expertise and fluid intelligence. PLoS ONE 12(11): e0186621. https:// doi.org/10.1371/journal.pone.0186621

[4] Macnamara, B. N., Hambrick, D. Z., & Oswald, F. L. (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25, 1608–1618. doi:10 .1177/0956797614535810

유제광 신체와 움직임,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이해하고 싶어 체육학과 인지과학을 공부하였다. 지금은 동국대학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가르치며, 인간과 기계의 운동감각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