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애니메이션을 아시나요? 작고 허약한 주인공 소년이 미지의 용 ‘투슬리스’와 교감을 맺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인간과 용이라는 낯선 관계에서 싹트는 우정을 세심하게 묘사해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굳이 이런 신비한 용이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운 동물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삶의 동반자이자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가 되었죠.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멀리서 반려동물을 바라만 보는 랜선 집사를 위한 게임들이 있습니다. 비록 체온을 직접 나누지는 못하지만, 가상현실의 반려동물과도 애정을 쏟으며 함께 교감할 수 있죠. 게임 속 반려동물들은 제법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게임 속 반려동물,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펴볼까요?
가상 반려동물의 시초, ‘다마고치’
오래전 학교 앞 문방구에는 작은 알 모양의 장난감이 잔뜩 걸려있었습니다. 알 속에는 도트로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가 있었죠. 다마고치는 그 시절 많은 어린이들의 절친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의 다마고치가 알을 깨고 나오면, 정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과 같은 설렘과 흥분을 느낄 수 있었죠.
비록 도트 캐릭터라 해도 다마고치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트를 띄우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토라져서 달래줘야 했죠. 요즘 레트로 열풍이 불며 다마고치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가상현실 반려동물의 시초인 다마고치, 오랜만에 한 마리 입양해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돌연사의 아이콘, ‘살아남아라! 개복치’
별도의 게임기 형태로 등장했던 다마고치는 점점 우리의 핸드폰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단순한 도트 캐릭터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하고 컬러풀한 형태로 발전했죠. 그중 독특한 매력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2세대 다마고치 중 하나가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입니다.
작고 귀여운 개복치를 더 큰 개복치로 키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개복치는 어이없는 이유로 자주 돌연사합니다. 너무 만져서 사망, 아침해가 너무 밝아서 사망, 물이 차가워서 사망 등 기상천외한 이유들로 세상을 떠나죠. 애지중지 키우던 개복치가 돌연사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며 묘한 승부욕이 생깁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아주 큰 개복치로 성장시켰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마치 척박한 사막에서 꽃 한송이를 피워낸 느낌이죠.
반려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심즈4 고양이와 강아지’
심즈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가상현실 세계에서 반려동물은 빠질 수는 없죠. ‘심즈4 고양이와 강아지’는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던 확장팩입니다. 총 180종류에 달하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울 수 있으며, 반려동물마다 다양한 특성을 부여해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심즈라는
게임 자체가 리얼한 가상 현실 세계를 추구하는 만큼, 등장하는 반려동물 캐릭터에도 그 습성과 행동양식이
정교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처음 만나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과 그들의 귀여운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죠. ‘심즈4 고양이와 강아지’는 현실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반려동물을 게임에서 똑같이 구현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실감 끝판왕, ‘리틀프렌즈 DOGS & CATS’
가상현실의 반려동물은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인 “리틀프렌즈 DOGS & CATS (이하 리틀프렌즈)에서 진일보했습니다. 리얼하게 구현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쓰다듬기도 하며 심지어는 밖에 나가서 산책도 시켜줘야 합니다.
리틀프렌즈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휴대용 게임기와 만나 더욱 특별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다마고치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반려동물 게임이 단순히 버튼이나 마우스를 누르는 것으로 반려동물과 상호작용했다면, 리틀프렌즈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유저의 직접적인 행동을 인식합니다. 유저의 행동이 반영되어 더욱 생생하게 교감할 수 있죠. 유저가 손으로 쓰다듬으면 그 행동에 반응하고, 산책을 나가면 유저가 강아지에게 끌려가기도 합니다. 리틀프렌즈는 다른 반려동물 게임들보다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죠.
펫과 함께하는 모험, ‘리니지’
온라인 MMORPG게임에서 ‘펫’으로 불리는 반려동물은 이제 기본적인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반려동물을 MMORPG 세상에 구현하는 것조차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죠. 그런 면에서 ‘리니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재미를 가장 잘 구현한 1세대 MMORPG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니지의 반려동물 시스템은 필드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의 체력을 낮추고 고기를 주어서 길들이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이렇게 길들이기에 성공한 동물은 내 캐릭터에 귀속되어 함께 전투를 하게 됩니다. 리니지 속 반려동물은 단순히 애교를 부리는 사랑스러운 친구를 넘어서 나와 함께 모험하는 전우이자 동료의 느낌이 강하죠. 나의 주변을 든든하게 호위하는 3마리의 도베르만 덕에 게임을 더욱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희귀한 탈것 반려동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니지의 반려동물 시스템이 많은 게이머의 사랑을 받아 이후 출시된 게임들도 자연스럽게 펫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색다른 외형이나 다양한 능력을 가진 반려동물을 게임에 반영하며 리니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죠. 그런데 이런 MMORPG의 반려동물을 ‘성장시키고 키우는 것’보다 ‘모으는 것’에 집중한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MMORPG계의 거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입니다.
WoW의 탈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개념이 아닙니다. 게임을 함께하고 나의 아제로스 속 삶을 기억하는 일종의 반려동물(?)이죠. 게임을 진행하며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획득할 수 있는 WoW의 탈것은 종류에 따라 희귀도가 다릅니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획득할 수 없는 상상 속의 탈것들도 있죠. 정말 우연한 기회로, 혹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 희귀한 탈것을 획득하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은 게임의 묘미입니다. 희귀한 탈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을 때 느껴지는 부러움의 시선은 게이머를 행복하게 만들죠.
미래의 게임 속 반려동물
이렇게 리니지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개척한 MMORPG 속 반려동물들은 이후 여러 게임에 영향을 주며 더욱 발전해 나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게이머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펫 시스템이 모바일 게임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귀엽고 개성 있는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넘어 ‘테라 클래식’은 게임 속 몬스터들을 직접 길들이기도 합니다. 또한 펫을 모은 후, 펫들을 합성해 새로운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자신의 성장 방향에 맞게 펫을 커스터마이징하기도 하죠.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0’에서 삼성전자는 작은 반려 로봇 ‘볼리’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슈퍼 푸드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즐비한 가운데 이런 인공지능 반려로봇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을 보면, 이제 게임 속 가상의 반려동물들이 화면 밖으로 나오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게임 속 반려동물과 현실의 반려로봇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AI와 진정한 친구로 교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장금호 인벤 PD kmo@inven.co.kr
